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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항모 '프린스 오브 웨일스' 중동 전개 채비…출항 대기 10일서 5일로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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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항모 '프린스 오브 웨일스' 중동 전개 채비…출항 대기 10일서 5일로 단축

英 국방부, 포츠머스서 플래그십 긴급 준비…실제 파병 결정은 아직 보류
타이푼·F-35·와일드캣·멀린 이어 항모 전개 가능성까지…중동 위기 대응 수위 높여
영국 해군의 플래그십 항공모함 HMS 프린스 오브 웨일스(R09). 영국 국방부는 중동 위기 고조에 대비해 이 항모의 출항 대기 기한을 기존 10일에서 5일로 줄이며 신속 전개 준비 태세를 강화했다. 사진=영국 해군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해군의 플래그십 항공모함 HMS 프린스 오브 웨일스(R09). 영국 국방부는 중동 위기 고조에 대비해 이 항모의 출항 대기 기한을 기존 10일에서 5일로 줄이며 신속 전개 준비 태세를 강화했다. 사진=영국 해군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하는 가운데 영국이 해군 전략자산인 항공모함 HMS 프린스 오브 웨일스의 중동 전개 가능성에 대비해 긴급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미·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이후 역내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는 상황에서, 영국은 자국민 보호와 동맹 지원, 지역 내 군사적 존재감 강화를 위해 해·공군 전력 증강에 속도를 내고 있다.

7일(현지 시각)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는 포츠머스의 해군 인력들에게 프린스 오브 웨일스의 신속 전개가 가능하도록 준비 태세를 끌어올리도록 지시했다. 다만 항모의 실제 중동 파병은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았으며, 국방부는 해당 전력이 기존 예정 임무에 투입될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는 런던이 중동 위기를 단순한 외교 사안이 아니라, 고강도 군사 대비가 필요한 안보 국면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항모타격단 전개 초읽기…영국, 해상 통제력 증강 카드 만지작


이번 조치의 핵심은 항모 전개 속도다. 스카이뉴스는 프린스 오브 웨일스의 '노티스 투 무브(Notice to Move)'가 기존 10일에서 5일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유사시 항모가 절반 수준의 시간 안에 출항할 수 있도록 대비 태세를 격상했다는 의미다. 항모가 실제 전개될 경우 단독 전력이 아니라 구축함·호위함·잠수함 등이 결합된 항모타격단 형태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프린스 오브 웨일스가 중동으로 향할 경우, 이미 이 지역으로 보내지고 있는 HMS 드래곤과 연계해 영국의 해상·방공 작전 능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이는 영국이 홍해·아라비아해·동지중해를 잇는 해상 교통로와 군사 자산 보호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음을 뜻한다.

영국 국방부는 프린스 오브 웨일스가 원래부터 높은 수준의 대비태세를 유지해 왔으며, 이번 조치는 어디까지나 "필요 시 더 빠르게 출항할 수 있도록 준비 수준을 끌어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전에서는 준비 태세의 격상 자체가 곧 정치적 신호다. 이는 테헤란과 역내 무장세력, 그리고 동맹국 모두를 향해 영국이 중동 전장에 더 깊숙이 관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효과를 갖는다.

타이푼·F-35·B-1까지 집결…영국, 미군과 연합 대응 본격화


영국은 이미 공중 전력 증강에 착수한 상태다. 국방부에 따르면 영국 공군 소속 타이푼 전투기와 F-35 전투기는 요르단, 카타르, 키프로스 상공에서 영국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한 공중 작전을 계속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 드론 격추용 미사일을 탑재한 와일드캣 헬기가 추가 배치됐고, 감시·정찰 임무를 지원할 멀린 헬기도 역내로 보내질 예정이다.

영국은 올해 1월 이후 중동 지역 군사력 증강을 계속해 왔으며, 키프로스에는 추가 병력 400명과 방공 자산도 이미 전개한 상태다. 국방부는 최근 공습 국면이 시작된 뒤 영국 전투기들이 실제로 하늘에서 드론을 격추했으며, 추가 타이푼과 와일드캣을 보내 방공 태세를 보강했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공조도 한층 노골화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영국 기지를 "특정 방어 작전"에 활용하기 시작했으며, B-1 랜서 전략폭격기 1대가 글로스터셔의 RAF 페어포드 기지에 도착한 데 이어 추가 기체들도 잇따라 전개됐다. 이는 영국 본토가 단순한 후방 지원 거점을 넘어 대이란 압박 작전의 실질적 발진기지로 기능하고 있음을 뜻한다.

한편 영국 정부는 군사 대응과 병행해 자국민 철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동 전쟁 격화 이후 영국 정부가 전세기로 후송한 자국민은 6500명을 넘어섰으며, 외무부에는 16만명 이상의 영국인이 중동 내 체류 사실을 등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영국이 항모 전개를 포함한 추가 군사 옵션을 검토하는 배경에 대규모 민간인 보호 문제가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미·이스라엘보다 대응 속도가 늦다는 보수당의 비판을 받아왔지만, 최근 추가 전투기 파견 발표에 이어 항모 준비 태세까지 높이면서 대응 강도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프린스 오브 웨일스가 실제 중동으로 향할 경우, 이는 영국이 이번 위기를 외교 지원 차원을 넘어 직접적 군사 개입 단계로 관리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중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훈 기자 kjh7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