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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학술 결별 그 후… 中, ‘글로벌 파트너 다각화’로 지식 공급망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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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학술 결별 그 후… 中, ‘글로벌 파트너 다각화’로 지식 공급망 재편

미시간·조지아공대 등 美 명문대 이탈 가속… 싱가포르·영국·한국이 공백 메워
2025년 중외 합작 프로그램 285건 승인 ‘사상 최고’… STEM 분야 집중 육성 지속
미국이 떠난 빈자리를 싱가포르, 영국, 한국 등 다양한 국가들이 빠르게 채우면서 중국의 초국가적 교육 지형이 ‘미국 의존’에서 ‘글로벌 다각화’로 급격히 재편되는 양상이다. 이미지=구글 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이 떠난 빈자리를 싱가포르, 영국, 한국 등 다양한 국가들이 빠르게 채우면서 중국의 초국가적 교육 지형이 ‘미국 의존’에서 ‘글로벌 다각화’로 급격히 재편되는 양상이다. 이미지=구글 제미나이3
수십 년간 ‘고등교육의 금본위제’로 불리며 미·중 협력의 상징이었던 양국 대학 간 파트너십이 지정학적 압박 속에 속속 종료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떠난 빈자리를 싱가포르, 영국, 한국 등 다양한 국가들이 빠르게 채우면서 중국의 초국가적 교육 지형이 ‘미국 의존’에서 ‘글로벌 다각화’로 급격히 재편되는 양상이다.

8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교육부는 최근 사상 최고치인 285개의 중외 합동 교육 프로그램을 승인하며 지식 공급망의 ‘헤징(Hedge)’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미·중 학술 동맹의 붕괴… 정치적 감시에 가로막힌 ‘엘리트 교류’


1978년 상하이 교통대학교(SJTU) 교수진의 미국 방문으로 시작된 양국의 학술 유대는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SJTU와 미시간 대학교(UM)의 공동 연구소는 안보 및 정치적 문제를 이유로 2025년 초 파트너십을 종료했다. 조지아공대, UC버클리, 피츠버그 대학교 등도 중국 내 연구소나 프로그램을 폐쇄하며 미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고 있다.

미국 하원 특별위원회는 미·중 학술 파트너십이 중국의 군사력과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 발전에 기여한다고 비난하며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50여 개 프로그램의 종료를 요구해 왔다.

◇ “공백은 없다”… 싱가포르·영국·한국 등 ‘제3의 길’ 부상


미국 대학들이 철수하는 사이, 중국은 파트너 국가를 대폭 늘리며 대응하고 있다. 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 분석에 따르면, 최근 중국은 러시아, 이탈리아, 독일, 뉴질랜드는 물론 한국 대학들과도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특히 상하이 교통대학교는 미시간 대학교와의 결별 후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교(NTU)와 손잡고 ‘장장 국제공과대학’을 설립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에너지 자원을 다각화하듯, 지식 이전 채널도 다각화하여 특정 국가(미국)에 대한 전략적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교육부가 새로 승인한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에 강한 편향을 보이고 있다.

전 듀크쿤산대학교(DKU) 총장 데니스 사이먼은 중국이 독일의 응용 공학, 영국의 연구 역량, 한국의 첨단 제조 및 전자 분야 우수성을 각각 취합해 ‘모듈형’ 역량 스택을 구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엘리트 대 엘리트’ 중심에서 벗어나, 중국의 제조업 기반을 지탱할 수 있는 직업 교육 및 실용 공학 중심의 파트너십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는 정치적 감시를 피하면서도 실질적인 기술력을 확보하려는 ‘풀뿌리 국제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 중국 학생들의 선택… “집 가까운 곳에서 양쪽 세계의 장점을”


미국 비자 발급의 불확실성과 안전 문제로 유학 장벽이 높아지자, 중국 학생들은 본토 내 ‘합합 투자 대학(JVU)’으로 몰리고 있다. 뉴욕대 상하이(NYU Shanghai)와 듀크쿤산대(DKU)는 2025년 입학 주기에서 전례 없는 지원자 수를 기록했다.

학생들은 "영어를 교육 언어로 사용하면서 서구적 관점과 중국의 강점을 동시에 배울 수 있고, 해외 유학보다 저렴하고 안전하다"는 점을 JVU의 최대 매력으로 꼽는다.

◇ 한국 교육계 및 정부에 주는 시사점


중국의 학술 파트너십 다각화는 한국 대학들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다.

미국 대학들이 빠져나간 STEM 및 첨단 제조 분야에서 한국 대학들의 우수한 커리큘럼을 중국 현지에 이식하여 ‘교육 수출’ 성과를 낼 수 있다.

중국과의 협력이 강화될수록 지식재산권 보호와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정교한 거버넌스 구축이 필수적이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고려한 전략적 수위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중국 내 합작 프로그램을 통해 양국의 산업 생태계를 모두 이해하는 친한(親韓) 글로벌 인재를 조기에 확보하여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 동력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