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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트럼프, 이란 공습 7일째 '기로'…"80%에 멈춰야 이라크 전철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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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트럼프, 이란 공습 7일째 '기로'…"80%에 멈춰야 이라크 전철 피한다"

이스라엘 합동 공습 1000회 돌파, 핵시설·미사일 기지 궤멸 수준 타격
'이란 자유화' 명분 고집하면 9300만 다민족 국가 내전 불씨…"제2의 리비아" 경고
유가 급등·11월 중간선거 압박…워싱턴포스트 "지금 걸어 나오는 것이 최선"
전쟁의 '출구'를 놓고 워싱턴 안팎에서는 전혀 다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핵심은 이것이다. 지금 멈추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전쟁의 '출구'를 놓고 워싱턴 안팎에서는 전혀 다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핵심은 이것이다. "지금 멈추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호르무즈 해협에 전운(戰雲)이 드리운 지 일주일이 지났다. 한국이 원유 수입량의 60% 이상을 의존하는 중동의 핵심 항로가 흔들리면서, 국내 정유업계와 건설·조선업계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쟁의 '출구'를 놓고 워싱턴 안팎에서는 전혀 다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핵심은 이것이다. "지금 멈추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1000회 공습이 열어놓은 전략적 우위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습은 일주일 만에 1000회를 돌파했다. 이란의 핵 시설과 미사일 발사 기지, 방공망이 집중 표적이 됐다. 이란 방공 체계가 사실상 무력화된 현재, ·이스라엘 조종사들은 이란 영토 어느 곳이든 비교적 낮은 위험 부담으로 타격할 수 있는 전략적 우위를 손에 쥐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7(현지시간) 사설에서 이 시점을 '결단의 분기점'으로 규정했다. 이란 정권의 완전한 붕괴를 뜻하는 '100% 승리'를 좇다가는 미국이 또다시 중동의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경고였다.

"80% 달성 뒤 멈춰라"'80 20 법칙'의 함의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국가안보회의(NSC) 위원을 지낸 마이클 싱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WINEP) 소장은 현 상황을 '80 20 법칙'으로 압축한다. "단기간에 목표의 80%는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20%를 채우려는 순간, 지상군 투입에 10년의 세월이 따라온다"는 분석이다.

공습 7일 만에 핵 시설, 미사일 기지, 공항 등 고정 핵심 표적은 이미 치명타를 입었다. WP"지난 일주일간의 성과를 확보한 채 전쟁터에서 걸어 나오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보수적인 선택"이라고 못 박았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최근 전쟁 목표를 '자유'가 아닌 '이란의 미사일 능력·핵 프로그램·해군력 무력화'로 한정해 설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 뻗는 군사적 팔만 자르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900년 전 경구가 되살아났다…"폭정 100년이 무정부 1년보다 낫다"


이 논쟁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900년 전 페르시아 신학자 아부 하미드 알 가잘리의 경구(警句)가 나온다. "지배자 폭정 100년이 민중이 서로를 짓밟는 무정부 상태의 단 1년보다 덜 해롭다." 중동에서 미국이 개입했던 사례들이 이 경구의 현대적 증거로 거론된다.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자, 그 빈자리는 종파 내전과 이슬람국가(IS) 발호로 채워졌다. 2011년 나토(NATO)의 리비아 공습 뒤 카다피가 제거된 자리에는 통제 불능의 무장 세력들이 난립했다. 두 나라 모두 '자유'라는 명분으로 시작됐지만, 결말은 '혼돈'이었다.

이란은 그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를 가진 나라다. 페르시아인, 아제르바이잔계, 쿠르드계, 아랍계 등 다민족이 혼재하는 9300만 인구의 국가에서 중앙 권력이 무너지면, 이라크·리비아의 전철이 수십 배 규모로 반복될 수 있다. 펜타곤 내부에서도 이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가자 전쟁이 보여준 한계…이란은 가자의 4500


군사적 논리도 '완전 소탕론'에 힘을 싣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압도적 화력을 투입하고도 하마스 로켓 공격을 잠재우는 데 수개월을 쏟아부었다. 이란 국토 면적은 가자지구의 약 4500배에 달한다. 산악 지형과 지하 시설망, 분산 배치된 민병대 조직까지 완전히 제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정권이 서 있는 한 때릴 곳은 항상 남아 있다"는 군사 논리에 매몰될 경우, 전쟁은 끝을 알 수 없는 소모전으로 변질된다. 방공망이 무너진 이란은 지금도 약하다. 더 때려서 얻는 추가 이익보다, 전쟁을 끄는 데 드는 비용이 더 커지는 지점이 바로 지금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중간선거·유가…조기 종전 압박하는 변수들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기 승리 선언의 유인은 복합적이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국제 유가 급등→물가 상승→경기 둔화의 연쇄 반응이 불가피하고, 이는 11월 중간선거에 직격탄이 된다. 미국 경제의 안정이 트럼프 지지율의 버팀목인 만큼, 전황이 우세한 지금 마무리하는 것이 정치 셈법과도 맞아떨어진다.

한국도 이 전쟁의 외부 변수 가운데 하나다. 원유 수입의 6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호르무즈 해협 불안이 고조되면 에너지 수입 비용 급증과 원화 약세 압력을 동시에 받는다. 중동 발주 물량을 대거 수주한 조선업계와 현지 사업을 진행 중인 건설사들의 프로젝트 차질도 예의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반면 이스라엘과 걸프 왕정들은 이번 기회에 이란의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기를 원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국가들은 이란의 보복 공격에 분노하며 더 강한 압박을 주문하고 있어, 트럼프가 이들의 요구와 미국의 국익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전쟁의 다음 국면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된다.

'군사력이 거세된 약한 폭정'을 용인하는 역설적 선택


이란 정권이 무너지고 민주 정부가 들어서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대가가 미국의 국력 소진과 9300만 인구 국가의 대혼란이라면, WP가 표현한 '군사력이 거세된 채 겨우 버티는 약한 폭정'이 차악(次惡)의 현실 해법이 될 수 있다. 미국이 이라크와 리비아에서 이미 두 번 치른 수업료이기도 하다.

WP는 이를 '관리된 억제(managed containment)‘의 논리로 설명했다. 이란이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이라는 공세적 근육을 잃은 채 내부 통치에만 급급한 상태라면, 미국과 중동 우방국들은 군사 개입 없이도 이란의 지역 팽창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조건 항복'이라는 정치적 구호에서 벗어나 실리적인 지점에서 손을 뗄 수 있을지. 그 판단이 중동 전쟁의 출구를 결정하는 동시에, 2026년 세계 에너지 시장과 한국을 포함한 수출 중심 국가들의 경제 변수로 직결되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