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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브로드컴과 300억달러 공급 계약…미국산 칩 조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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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브로드컴과 300억달러 공급 계약…미국산 칩 조달 확대

2031년까지 무선통신용 칩 공급 계약
브로드컴, 포트콜린스 공장에 15억달러 투자
브로드컴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브로드컴 로고. 사진=로이터

애플이 브로드컴과 300억달러 이상(약 45조4000억원 이상) 규모의 반도체 공급 계약을 맺고 미국 내 부품 조달을 확대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반도체 제조 확대를 압박하는 가운데 애플이 핵심 무선통신 부품 생산을 미국으로 더 끌어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브로드컴은 이번 계약에 맞춰 콜로라도주 포트콜린스 공장을 확장하고 2031년까지 애플 기기에 들어갈 칩 150억개 이상을 생산할 예정이다.

9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브로드컴과 다년간 반도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날 밝혔다. 계약은 이번 주 초 이뤄졌으며 2031년까지 이어진다.

이번 계약 대상은 FBAR 필터다. FBAR 필터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웨어러블 기기 등에서 무선 신호를 걸러주는 무선주파수(RF) 부품이다. 5G와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 무선 연결 성능에 영향을 주는 핵심 부품으로 분류된다.

◇ 미국산 칩 150억개 생산


애플과 브로드컴은 2023년부터 FBAR 필터를 공동 개발해왔다. 이번 계약은 기존 협력을 2031년까지 확장하는 성격이다.

브로드컴은 계약에 따라 포트콜린스 공장 확대에 15억달러(약 2조2700억원)를 투자한다. 애플은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첨단 부품이 자사 제품의 성능과 연결성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기반 공급업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게 됐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의 지원에 감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브로드컴 주가는 계약 소식 이후 4% 넘게 올랐다. 애플 주가는 소폭 약세를 보였다. 시장은 이번 계약을 브로드컴의 중장기 매출 가시성을 높이는 호재로 받아들인 반면 애플에는 공급망 안정화 차원의 전략적 비용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압박 속 미국 조달 강화


이번 계약은 애플의 미국 내 제조·조달 확대 전략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2025년 8월 미국 내 투자 계획을 4년간 6000억달러(약 908조원)로 늘렸다. 기존 계획보다 1000억달러(약 151조4000억원)를 추가한 규모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와 첨단 제조업의 미국 내 생산 확대를 핵심 산업정책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애플은 중국과 대만, 동남아시아에 걸쳐 있는 공급망을 유지하면서도 미국에서 조달할 수 있는 부품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브로드컴 계약은 이 전략의 대표 사례다. 애플이 자체 설계와 외부 파운드리 생산을 결합해온 고성능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달리 FBAR 필터는 미국 내 생산 기반을 확대하기 비교적 적합한 부품이다. 완제품 조립을 대거 미국으로 옮기는 것보다 특정 핵심 부품의 미국 생산을 늘리는 방식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풀이된다.

◇ 아이폰 연결성 부품 공급망 재편


무선통신 부품은 애플 제품 경쟁력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워치, 비전 프로 등 애플 기기는 고속 데이터 통신과 저지연 연결을 전제로 한다. 기기 안에는 통신 모뎀뿐 아니라 주파수 대역을 분리하고 잡음을 줄이는 여러 RF 부품이 들어간다.

FBAR 필터는 이런 RF 부품군의 핵심이다. 주파수 대역이 복잡해질수록 필터 성능은 통화 품질과 데이터 전송 속도, 배터리 효율에 영향을 준다. 5G 이후 통신 규격이 고도화되면서 RF 부품의 중요성도 커졌다.

애플은 오랫동안 아이폰 핵심 부품을 자체 설계하거나 특정 공급업체와 공동 개발해왔다. 이번 브로드컴 계약도 단순 구매 계약이 아니라 애플 기기에 맞춘 맞춤형 부품 공급망을 장기화하는 조치다.

◇ 브로드컴엔 안정적 대형 고객 확보


브로드컴에는 대형 고객과 장기 물량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애플은 세계 최대 전자제품 기업 중 하나다. 아이폰 한 세대에 들어가는 부품 물량만으로도 공급업체 매출에 큰 영향을 준다. 2031년까지 150억개 이상 칩 생산이 예정된 이번 계약은 브로드컴의 포트콜린스 공장 투자 명분을 강화한다.

브로드컴은 통신 반도체와 네트워크 장비용 칩에서 강점을 가진 기업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맞춤형 반도체 수요로도 주목받고 있다. 애플과의 RF 부품 장기 계약은 AI 반도체와 별도로 안정적인 소비자 기기 부품 매출을 제공한다.

브로드컴 주가가 계약 발표 뒤 상승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애플 공급망에 들어가는 부품은 물량과 품질 기준이 까다롭지만 일단 계약이 이어지면 매출 안정성이 높다.

◇ 미국 반도체 자립의 현실적 방식


이번 계약은 미국 반도체 자립 논의의 현실적 단면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미국 정부는 첨단 반도체 생산을 국내로 되돌리려 하지만 글로벌 전자제품 공급망은 단기간에 바뀌기 어렵다. 애플 제품에는 대만 TSMC의 첨단 공정 칩과 한국·일본·대만·동남아 공급업체의 메모리, 디스플레이, 카메라, 배터리 부품이 함께 들어간다.

따라서 애플이 모든 생산을 미국으로 옮기기보다는 일부 고부가 핵심 부품의 미국 생산을 확대하는 방식이 먼저 나타나고 있다. 브로드컴의 FBAR 필터 생산 확대는 이런 흐름에 부합한다.

애플 입장에서는 정치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공급망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미국 정부에는 제조업 일자리와 반도체 생산 확대 성과를 보여줄 수 있다. 브로드컴에는 장기 물량과 설비 투자 명분이 생긴다.

◇ 애플 공급망 전략의 다음 변수


로이터에 따르면 관건은 미국 생산 확대가 비용 부담을 얼마나 키우느냐다.

미국 내 제조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생산보다 비용이 높을 수 있다. 애플은 높은 마진과 대규모 판매량으로 이를 흡수할 여력이 있지만 부품 단가 상승이 계속되면 제품 가격과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미국산 부품 확대가 공급망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는 것도 아니다. 애플의 핵심 칩 생산과 조립, 소재 조달은 여전히 글로벌 네트워크에 의존한다. 미국 내 특정 부품 생산이 늘어나도 전체 공급망의 지정학적 노출은 남아 있다.

그럼에도 이번 계약은 애플이 미국 정부의 산업정책 변화에 맞춰 공급망을 조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애플은 브로드컴과의 300억달러 이상 계약을 통해 무선통신용 핵심 부품의 미국 생산을 확대하고 미국 내 투자 약속을 구체적인 물량과 설비 투자로 연결했다.

애플의 공급망 전략은 더 이상 비용 효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미국 내 생산 비중, 정치적 압박, 기술 통제, 장기 조달 안정성이 함께 작용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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