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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스라엘, 대이란 전면전에 'AI 엔진' 전격 투입…3000개 표적 초정밀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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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스라엘, 대이란 전면전에 'AI 엔진' 전격 투입…3000개 표적 초정밀 타격

정보 수집·표적 식별·피해 평가 전 과정 자동화…의사결정 주기 '수주→수일'로 단축
'클로드' 등 민간 LLM의 군사적 변주…지능형 표적 식별 및 유무인 복합 체계의 핵심 포석
중동 전쟁 발발 2주 차인 9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중부 해안 도시 네타냐 상공으로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들이 궤적을 그리며 날아들고 있다. 미군은 작전 개시 이후 일주일 만에 AI 기반 표적 식별 시스템을 활용, 이란 내 3000여 개 주요 군사 시설을 식별·타격하며 전장 주도권을 장악했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중동 전쟁 발발 2주 차인 9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중부 해안 도시 네타냐 상공으로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들이 궤적을 그리며 날아들고 있다. 미군은 작전 개시 이후 일주일 만에 AI 기반 표적 식별 시스템을 활용, 이란 내 3000여 개 주요 군사 시설을 식별·타격하며 전장 주도권을 장악했다. 사진=AFP/연합뉴스

미군과 이스라엘군이 대이란 작전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전례 없는 규모로 전개하며 현대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정보 수집부터 표적 식별, 폭격 계획 수립, 피해 평가(BDA·Battle Damage Assessment)에 이르기까지 작전 전 과정에 AI 엔진을 이식함으로써, 과거 수주가 소요되던 의사결정 주기를 불과 며칠, 심지어 실시간 단위로 단축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일주일 만에 3000개 타격…하메네이 제거도 AI가 뒷받침


이번 전쟁의 도화선이 된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 제거 작전은 AI 주도 정보전의 결정판이었다. 이스라엘 정보 당국은 수년에 걸쳐 테헤란 교통 카메라 영상을 해킹하고 고위 당국자들의 통신을 감청해왔으며, 폭증하는 첩보 데이터를 걸러내는 데 AI를 점진적으로 투입했다. 그렇게 축적된 방대한 패턴 분석이 하메네이의 자택 위치를 특정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것이다.

작전 개시 이후 미군은 일주일 만에 이란 내 3000개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하는 가공할 화력을 투사했다. 함정에서 발진한 공격 드론, 이스라엘 기지에서 출격한 F-22 스텔스 전투기, 미 본토에서 장거리 출격한 B-2 스텔스 폭격기 등이 총동원되었다. 이처럼 복잡다단한 다영역 작전을 유기적으로 조율하는 데 AI가 핵심 지휘 보좌 수단으로 기능했다.

표적 식별 인력 99% 감축…'스칼릿 드래곤'이 실전서 증명


현장의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인력 효율이다. 미 육군 제18공수군단은 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 팔란티어(Palantir Technologies)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스칼릿 드래곤(Scarlet Dragon)' 훈련을 통해 이라크전 당시 수립했던 군 역대 최고 효율 표적 식별 기록을 경신했다. 조지타운대 안보·신흥기술센터(CSET)의 에밀리아 프로바스코(Emelia Probasco)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이라크전에서 같은 수준의 임무에 2000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단 20명만으로 더 정밀한 타격 자산 매칭이 가능해졌다.

이스라엘군 국방부 기획·경제·IT 책임자인 이샤이 콘(Yishai Kohn) 대령은 "AI의 즉각적 파급력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정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첩보 분석 인력이 부족해 실행조차 못 했던 작전들이 적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존 인간 분석관들은 수집된 정보 자료의 최대 4%만 검토할 수 있었다. AI 기반 기계 시각(Machine Vision) 시스템은 수만 개의 영상 데이터 속에서 특정 기종의 항공기나 미사일 발사대를 초단위로 식별하고, 방대한 통신 감청 내용을 자동 요약·분류해 분석관에게 제공한다.

'클로드'의 군사적 변신…트럼프 행정부의 역설


AI 전쟁의 이면에는 정치적 역설도 존재한다.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미 국방장관은 "AI 우선(AI-first) 전쟁 수행 능력을 갖춘 군대로의 전환"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핵심 AI 공급업체인 앤스로픽(Anthropic)과 공개적 갈등을 빚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의 앤스로픽 제품 사용 중단을 명령한 상태다. 국방부는 보안 환경에서 경쟁사인 오픈AI(OpenAI)의 모델을 타격 계획 수립 등에 활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럼에도 미 관리들은 이번 이란 작전에서 앤스로픽의 AI 에이전트 '클로드(Claude)'가 두드러진 유용성을 입증했음을 시인했다. 이들 시스템은 기상 조건, 연료 소비량, 무기 체계 특성 등 수백만 개의 변수를 실시간으로 계산해 최적의 공격 시나리오를 지휘관에게 제시한다. 펜타곤의 AI 도구들은 챗GPT 등 범용 대형언어모델(LLM)과 유사하지만, 군사 임무에 특화 학습되어 오류와 부정확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센서 퓨전'의 명과 암…AI 오판이 낳은 어린이 희생


AI의 전쟁 효율화가 가속하는 이면에 어두운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 군사 조사관들은 작전 첫날 이란 내 여자 초등학교에 가해진 공습으로 수십 명의 어린이가 희생된 사건에 미군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에 잠정적으로 도달했다. AI 시스템의 표적 추천을 인간 지휘관이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수용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영상·레이더·열화상·질량분석 신호를 통합 분석하는 '센서 퓨전(Sensor Fusion)'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지휘관이 AI의 판단을 비판적 검토 없이 수용하는 이른바 "컴퓨터가 그렇게 하라고 했다(The computer said to do this)" 현상이 심화된다는 경고는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론화되어 있다. CSET의 프로바스코 연구원은 "다른 무기 체계와 마찬가지로 위험을 제한하는 안전장치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면서 "그 인프라는 지금 충분히 투자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펜타곤 초대 AI 책임자를 지낸 잭 셰너핸(Jack Shanahan) 예비역 공군 중장은 "국방부는 산업화 시대에 하드웨어 중심으로 설계된 조직으로, 소프트웨어 중심의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진단했다. 인공지능이 전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강력한 도구인 동시에,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민간인 피해를 양산할 수 있는 양날의 검임을 이번 이란 전쟁은 전 세계에 생생히 각인시키고 있다.

※ '프로젝트 메이븐(Project Maven)'은 펜타곤이 약 10년 전 이라크에서 시작한 AI 기반 정보 분석 프로젝트로, 현재 이번 대이란 작전의 기술적 토대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