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코스피 18% 폭락 속 D램 현물가는 '꿈쩍 않았다'…글로벌 IB 대다수 "사라", 모닝스타만 "팔아라"
이미지 확대보기그런데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동안 메모리 현물 시세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이란 공습 이후 3거래일간 DDR5 16Gb 현물가격은 0.8%, DDR4는 3.4% 하락에 그쳤다. 실물 경제의 공급·수요 구조는 멀쩡한데 주가만 폭삭 주저앉은 것이다. 이 괴리가 '공포에 의한 일시적 이탈'인지 '추세 반전의 시작'인지를 놓고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실적은 역대급이다
수치부터 확인하자. 삼성전자는 2025년 4분기 매출 93조 8000억 원, 영업이익 20조 1000억 원을 기록해 분기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SK하이닉스도 같은 분기 매출 32조 8267억 원, 영업이익 19조 1696억 원으로 영업이익률 58%라는 전례 없는 수익성을 시현했다. 양사 합산 4분기 영업이익만 39조 원을 돌파한 셈이다. 2026년 전체로 보면 키움증권은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200조 원, KB증권은 SK하이닉스를 132조 원으로 추정해 낙관적 시나리오에서 양사 합산이 330조 원에 이른다. 불과 2년 전인 2023년 양사 모두 메모리 사업에서 조 단위 적자에 시달렸음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비관론, "사소한 악재에도 붕괴할 수 있다"
구조적 위험도 중첩돼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비미국산 메모리에 최대 100% 관세를 시사한 바 있고, 이미 25%의 반도체 관세가 시행 중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미국 내 DRAM 양산 시설을 보유하지 않아 관세 리스크에 직접 노출된다. 중동 변수도 만만치 않다. 아마존의 UAE·바레인 데이터센터가 드론 공격으로 피해를 입었고, 반도체 열관리에 필수적인 헬륨의 주요 공급원인 카타르가 중동 분쟁 지역에 인접해 있어 소재 공급 차질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여당 김영배 의원실이 삼성전자 등 업계 관계자와 회동한 뒤 "중동에서 핵심 소재를 조달하지 못하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밝힌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중립론, "패닉 매도일 뿐, 그러나 안갯속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급락을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패닉 셀(panic sell)'로 규정하면서 삼성전자 목표가 27만 5000원, SK하이닉스 154만 원을 유지했다. 근거는 앞서 언급한 D램 현물가 안정이다. 주가가 이틀 만에 20% 빠졌지만 실물 시장의 가격 메커니즘에는 균열이 없다는 판단이다.
수급 흐름도 이 해석을 뒷받침한다. 외국인은 지난 3일 하루에 SK하이닉스에서만 1조 2000억 원을 순매도했으나, 이틀 뒤인 5일 3130억 원을 재매수하며 방향을 급선회했다. 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 증권가에서는 이를 장기 포지션 청산이 아닌 단기 리밸런싱으로 해석한다. 5일 하루에 삼성전자 11.27%, SK하이닉스 10.84% 반등한 것도 심리 회복의 방증이다. 다만 미국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 중동 사태 확전 여부, HBM4 시장에서의 경쟁 격화 등 복합 변수가 얽혀 있어 방향성을 확언하기 어렵다는 단서가 따라붙는다.
낙관론, "트리플 슈퍼사이클, 2027년까지 간다"
한국 증권사들은 한술 더 뜬다. 일부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27만 원, SK하이닉스 150만 원을 목표로 제시하며 "공급 부족이 심화돼 가격 협상이 사실상 고객 간 한정 물량 경쟁입찰로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렌드포스는 2026년 1분기 범용 DRAM 평균판매가격이 전 분기 대비 55~60%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고, 삼성·SK하이닉스가 HBM3E 공급가를 약 20% 인상한 것도 수익성 상향의 동력이다.
과거 사이클이 주는 교훈
메모리는 호불황의 진폭이 극심한 사이클 산업이다. 2018년 삼성전자 영업이익 58조 8900억 원, SK하이닉스 20조 8438억 원으로 사상 최고를 찍은 직후 2019년에는 DRAM 가격이 47% 폭락하며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2021~2022년 호황 뒤에는 2023년 양사가 나란히 적자로 전환됐다. 이번 사이클이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HBM이라는 고부가 제품이 전체 매출의 축을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연간 매출의 35% 선에서 투자를 조율하며 공급과잉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처럼 물량 경쟁에 뛰어드는 대신 수율과 기술 전환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사이클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맥쿼리가 2028년까지 슈퍼사이클 지속을 선언한 바로 그 순간이 역설적으로 가장 경계해야 할 시점일 수 있다. 시장 참여자 전원이 낙관으로 기울 때 반전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것이 메모리 산업 40년 역사의 가장 확실한 교훈이기 때문이다.
9일 현재 삼성전자 시가총액 1002조 원(코스피 1위), SK하이닉스 582조 원(코스피 2위). 대다수 애널리스트가 사라고 말하는 자리에서 소수만 팔라고 외친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단 하나,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에는 한국산 메모리 칩이 쉼 없이 투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수요가 꺾이지 않는 한 이 두 기업의 실적 궤도는 살아 있다. 문제는 시장이 실적이 아닌 공포에 먼저 반응한다는 것이다.
투자의 세계는 냉혹하며, 결국 투자 선택은 최종적으로 투자자 몫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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