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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유통 전쟁] 中 JD닷컴 '조이바이', 로봇 창고·당일 배송으로 아마존 유럽 본진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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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유통 전쟁] 中 JD닷컴 '조이바이', 로봇 창고·당일 배송으로 아마존 유럽 본진 침공

세코노미(미디어마르크트·자투른 모회사) 22억 유로 인수 절차에 자체 배송망 '조이익스프레스'까지… "현지 창고·직매입" 아마존형 모델 첫 가동
중국 이커머스 최초 '아마존형 현지 물류 모델' 가동
중국 JD닷컴(징둥)이 이번에는 유럽 아마존 안방을 같은 방식으로 흔들려 하고 있다. JD닷컴이 택한 무기는 가격이 아닌 '속도'와 '신뢰'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JD닷컴(징둥)이 이번에는 유럽 아마존 안방을 같은 방식으로 흔들려 하고 있다. JD닷컴이 택한 무기는 가격이 아닌 '속도'와 '신뢰'다. 이미지=제미나이3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국내 유통 지형을 바꾼 것처럼, 중국 JD닷컴(징둥)이 이번에는 유럽 아마존 안방을 같은 방식으로 흔들려 하고 있다. 이미 테무(Temu)와 쉬인(Shein)이 초저가 모델로 유럽 시장에 먼저 발을 들인 가운데, JD닷컴이 택한 무기는 가격이 아닌 '속도''신뢰'.

로이터·파이낸셜타임스(FT)·CNBC 등이 16(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 최대 매출 규모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JD닷컴은 자체 브랜드 '조이바이(Joybuy)'를 통해 이날 영국·독일·프랑스·네덜란드·벨기에·룩셈부르크 등 유럽 6개국에서 본격 소매 영업을 시작했다. 포춘 글로벌 500 44위에 이름을 올린 이 기업이 '아마존 방식 그대로' 유럽 땅에서 직접 맞붙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전 11시 주문 → 그날 배달… "100인치 TV12시간 내 배송"


조이바이의 핵심 경쟁 무기는 속도다. 매슈 놉스(Matthew Nobbs) 조이바이 영국 대표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퍼스트 파티(1P) 리테일러'"라며 "중국에서 직접 배송하는 저가 직구 모델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밝혔다. 오전 11시 이전 주문 시 당일 배송, 오후 11시 이전 주문 시 익일 배송이 보장된다. 유럽과 영국 전역에서 당일 배송 서비스가 가능한 가구는 1500만 세대에 달한다.

배송 체계를 뒷받침하는 인프라도 상당하다. JD닷컴은 유럽 전역에 60여 개의 창고와 물류 거점을 확보했고, 지난해 12월 영국에서 가동에 들어간 '즈랑 창고(Zhilang Warehouse)'에는 자체 개발 물류 로봇 200여 대가 투입돼 기존 대비 피킹·출하 효율을 400% 끌어올렸다. 자체 배송 브랜드 '조이익스프레스(JoyExpress)'는 트럭··전기 자전거 혼합 편대로 현지 인력이 직접 문 앞까지 배달한다. 취급 품목은 가전·뷰티·생활용품·식료품을 망라한 15만 개 이상으로, 로레알·브라운·드롱기 등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도 전면 배치했다.

영국에서는 슈퍼마켓 체인 모리슨스(Morrisons)와 제휴해 자체 브랜드 생필품을 조이바이 플랫폼에 직공급하기로 했다. 29유로(49600) 이상 구매 시 배송비가 무료이며, 월정액 3.99유로(6830)의 유료 멤버십 '조이플러스(JoyPlus)'도 함께 출시해 아마존 프라임과 정면으로 경쟁할 태세를 갖췄다.

테무·쉬인과 무엇이 다른가… '직매입 물류' vs '국경 간 직배송'


조이바이가 기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과 구별되는 결정적 차이는 재고 운용 방식에 있다. 테무와 쉬인이 관세 면제 소액 물품을 중국 공장에서 소비자에게 직송(D2C)하는 자산 경량화 모델인 반면, 조이바이는 아마존처럼 현지 창고에 재고를 실제로 보유하는 직매입 모델을 택했다. 이를 두고 놉스 대표는 "우리는 통관 면세 혜택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차이를 중요하게 본다. 아시아 이커머스 전략 분석가 제프리 타우슨(Jeffrey Towson)"JD닷컴은 중국 이커머스의 '저가=저품질' 이미지를 탈피해 신뢰할 수 있는 고품질 브랜드 경험을 유럽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첫 번째 중국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디지털 소매 분석가 에드 산더(Ed Sander)"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근본 이유는 본토 시장 성장이 사실상 멈췄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유통업계에서도 "쿠팡이 국내에서 이룬 것을 JD닷컴이 유럽에서 재현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방 적자·주가 하락… 퇴로 없는 유럽 베팅


JD닷컴이 막대한 자본을 유럽에 쏟아붓는 배경에는 중국 국내 사업의 악화가 자리한다. 중국 경제 성장 둔화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알리바바·메이투안 등과의 '배달 전쟁'으로 마케팅 비용이 급증했으며, 최근 분기에는 약 4년 만의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주가는 1년 사이 30% 이상 떨어졌다.

유럽 내 유통망 확보 전략도 공격적이다. JD닷컴은 지난해 독일 가전 유통 대기업 세코노미(Ceconomy)—미디어마르크트(MediaMarkt)와 자투른(Saturn)의 모회사—에 대해 주당 4.60유로, 22억 유로(37700억 원) 규모의 공개 매수를 제안했고, 현재 지분 59.8%를 확보한 상태다. 독일 경쟁 당국(분데스카르텔암트)20259월 이 거래를 승인했으며, EU 외국 보조금 규정 심사 등 나머지 규제 절차 마무리를 거쳐 2026년 상반기 중 최종 거래 종결이 예상된다. 세코노미 인수가 완결될 경우 JD닷컴은 11개국 1000여 개 오프라인 매장을 배후로 둔 채 조이바이를 운영하게 된다. 또한 2024년에는 영국 최대 가전 유통업체 커리스(Currys) 인수를 타진했으나 최종 철회한 바 있다.

삼성·LG도 예외 없다… 조이바이가 한국 가전·이커머스에 던지는 질문


조이바이의 전면 등장은 유럽에서 경쟁 중인 한국 기업들도 예의주시해야 할 변수다. 조이바이 취급 브랜드에는 삼성과 애플이 나란히 포함됐으며, 플랫폼 측은 향후 현지 브랜드 입점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가전 유통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중국 플랫폼이 현지 재고·당일 배송 모델을 정착시킬 경우 삼성·LG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격 협상력이 플랫폼 쪽으로 이동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플랫폼이 강해질수록 제조사의 마진이 얇아지는 '아마존 효과'가 유럽에서 중국발로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이바이가 아마존의 유료 멤버십 생태계를 얼마나 빠르게 잠식할 수 있을지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22년 출범해 24개국에 진출했던 전작 오카마(Ochama)'아시아 교민 전용 쇼핑몰'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6개국으로 축소된 뼈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JD닷컴이 로봇 기술과 자본력을 등에 업고 유럽의 '2~3일 배송 문화'를 하루 안으로 앞당길 수 있다면, 유럽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다. 아마존이 25년간 공들여 쌓아온 유럽의 물류 생태계를 뒤흔들 '중국발 당일 배송 혁명'의 서막이 오른 셈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