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7일 안에 2나노 공장 가동"… 업계 "4680 배터리 실패 역사 되풀이될 것"
설계 핵심 인력 줄줄이 이탈한 테슬라, 수율 확보·클린룸 운용 경험 '제로'
젠슨 황 "첨단 칩 제조, TSMC 복제는 사실상 불가능"… 국내 반도체 산업 파장 주목
설계 핵심 인력 줄줄이 이탈한 테슬라, 수율 확보·클린룸 운용 경험 '제로'
젠슨 황 "첨단 칩 제조, TSMC 복제는 사실상 불가능"… 국내 반도체 산업 파장 주목
이미지 확대보기테슬라가 세계 최대 규모의 자체 반도체 공장 '테라팹(Terafab)' 건립을 전격 공식화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일제히 술렁이고 있다. IT 전문 매체 일렉트렉(Electrek)은 16일(현지시간) 머스크가 "일주일 안에 테라팹 가동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 이력이 전혀 없는 테슬라의 선언을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또 한 번의 '과대 선언'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이미지 확대보기머스크의 '시가 발언'… 반도체 업계 "기초 물리학 무시"
논란의 진원지는 머스크가 올해 1월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에 올린 발언이다. 그는 "기존 반도체 업체들이 클린룸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웨이퍼를 완전 밀폐 용기로 이동시키면 "공장 안에서 햄버거를 먹고 시가를 피워도 되는 2나노 공장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지난해 11월 TSMC 주관 행사에서 이미 경고를 날렸다. 그는 "첨단 반도체 제조는 단순히 공장을 짓는 문제가 아니라 과학과 예술의 경지에 가까운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며 "TSMC의 역량을 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TSMC를 통해 AI 반도체 패권을 구축한 젠슨 황의 발언은 단순한 겸양이 아닌, 업계 최고 전문가의 공개 경고로 읽힌다.
이미지 확대보기'4680의 전철'… 배터리 양산 실패가 반도체에 던지는 경고
테슬라의 반도체 제조 능력에 대한 시장의 냉소는 6년 전 '배터리 데이(Battery Day)'의 쓴 경험에서 비롯된다.
2020년 9월 머스크는 자체 개발한 '4680 원통형 배터리'를 공개하면서 ▲2022년까지 연간 100기가와트시(GWh) 생산 체계 구축 ▲셀 단가 56% 절감 ▲2만 5,000달러(약 3,300만 원)대 보급형 전기차 출시라는 세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화려한 프레젠테이션에 주가는 급등했다.
설계 경험을 보유한 배터리 팩 분야에서도 이처럼 오랜 시행착오를 겪은 테슬라가, 제조 이력이 전무한 반도체 영역에서 수주 만에 성과를 내겠다는 발언을 업계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핵심 설계 인력 '대탈출'… 제조는커녕 설계 역량도 흔들
테슬라가 자율주행 전용 반도체(HW3·HW4)와 AI 훈련용 칩 '도조(Dojo)'를 설계한 것은 업계가 인정하는 성과다. 그러나 '설계(팹리스)'와 '제조(파운드리)'는 산업 구조 자체가 다른 영역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테슬라의 반도체 설계 역량마저 급속히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도조 프로젝트를 중단한 것은 다름 아닌 머스크 자신이다. 지난해 8월 그는 엔비디아 GPU 우선 확보 전략으로 방향을 틀면서 자체 AI 칩 개발을 사실상 포기했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육성하던 칩 개발 생태계가 무너진 직후, 이번엔 제조 공장 건립을 선언한 셈이다.
'수율의 장벽'… 인텔도 수조 원 쏟아붓고 고전
반도체 제조에서 생사를 가르는 핵심 지표는 '수율(收率)'이다. 웨이퍼 한 장에서 결함 없이 생산되는 합격 칩의 비율로, 이것이 1%포인트 오르내리는 것이 수천억 원의 원가 차이를 만들어 낸다. TSMC와 삼성전자는 수십 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2~3나노 공정에서도 안정적 수율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인텔은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고도 초미세 공정 수율 확보에 수년째 어려움을 겪으며 파운드리 사업 재진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반도체 산업에 정통한 국내 소재·장비 업계 관계자는 "수율은 공정 레시피(Recipe)와 장비 운용 노하우, 소재 특성이 수만 번의 시도 끝에 수렴하는 집적 기술의 결정체"라며 "인텔조차 수십 년 경력을 가지고도 고전하는 영역에, 제조 이력이 전혀 없는 테슬라가 일주일 만에 성과를 낸다는 것은 반도체 산업의 생리를 무시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테라팹'의 실체… 전례 없는 구상, 전례 없는 리스크
머스크가 구상하는 테라팹은 논리 연산 칩(로직)·메모리·첨단 패키징을 단일 지붕 아래 처리하는 수직 통합 생산 체계다.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조차 구현하지 않은 전례 없는 규모다. TSMC는 패키징 고도화(CoWoS·SoIC)에 집중하고 있지만, 메모리 생산만큼은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전문 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특히 테라팹 가동을 위해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사실상 독점 공급한다. 장비 한 대 가격만 수천억 원에 달하는 데다, 현재 ASML의 납기 대기 기간은 수년에 이른다. '일주일 안에 가동'이라는 선언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파장… 위협인가, 기회인가
테라팹 구상이 설령 장기 프로젝트로 전환되더라도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 미칠 파장은 복합적이다. 테슬라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에 발주하던 위탁생산 물량을 자체 조달로 전환할 경우 직접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반면, 테슬라가 공장 건립 과정에서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 기업에 대규모 납품 기회를 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테슬라가 예상대로 실패할 경우, 오히려 TSMC·삼성전자의 기술적 우위와 '진입 장벽'의 견고함이 시장에서 재확인되는 계기가 된다. 증권가에서는 테라팹 구상이 현실화되든 무산되든, 국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에 대한 주목도가 단기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반도체 제조는 '돈'이 아니라 '시간'의 산업
머스크의 테라팹 선언 배경으로 업계는 엔비디아의 폭발적 수익을 지목한다. 엔비디아는 지난 회계연도 AI 반도체 판매만으로 1,300억 달러(약 170조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반도체 설계에서 제조까지 직접 통제해 이 수익을 모두 가져가겠다는 욕구가 테라팹 구상의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업계 내외에서는 이번 선언이 투자자 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주가 부양 서사'의 성격이 짙다는 시각이 많다. 머스크는 이행하기 어려운 장기 목표를 발표해 시장의 기대감을 고조시킨 뒤, 시간이 흐르면 조용히 목표를 수정해 온 패턴을 반복해 왔다. 4680 배터리의 궤적이 그 전형적 사례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자본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 반도체 제조"라며 "기술 축적의 시간 없이 세계 정상을 단번에 뛰어넘겠다는 발상이 반복될수록, 투자자들의 신뢰는 조금씩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에서 노하우는 실험실 논문이 아닌 공장 바닥에서 쌓인다. 트위터 선언이 원자 단위의 공정 오차를 극복한 선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머스크의 테라팹이 반도체 역사에 이름을 남길 진정한 도전이 되려면, 선언보다 먼저 클린룸 안의 먼지 한 톨을 잡아내는 현실의 싸움부터 이겨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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