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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전비 2000억 달러 폭탄… 호르무즈 봉쇄에 한국 제조업·파병 '이중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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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전비 2000억 달러 폭탄… 호르무즈 봉쇄에 한국 제조업·파병 '이중 압박’

펜타곤, 개전 3주 만에 298조 원 추가 요청… 하루 1조3000억 원 소진
상원 60표 장벽·방산 증산 한계… 헤그세스 "공세 멈추지 않는다"
트럼프, 韓 파병 압박 강화… 호르무즈 봉쇄 시 제조업 생산비 11.8%↑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위치한 국방부 청사 전경.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위치한 국방부 청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합동 공습을 개시한 지 3주도 채 되지 않아 2000억 달러(약 298조 원)에 이르는 추가 전비 청구서를 의회에 내밀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촉발된 에너지 공급망 위기와 동맹국 파병 압박이 동시에 한국을 덮치면서 에너지 비용 폭등과 외교·안보 딜레마라는 이중 충격파가 현실로 다가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8일(현지시각) 국방부(펜타곤)가 '오퍼레이션 에픽퓨리' 전비 충당을 위해 2000억 달러(약 298조 원) 이상의 추가 예산을 백악관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CNBC와 포춘 등 미국 주요 경제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나쁜 놈을 처단하는 데는 비용이 발생한다"고 공언하며 대규모 추가 예산 편성이 불가피함을 공식화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한 5개국에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공개 요구하며 동맹 책임 분담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수입 원유의 70% 이상을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이 전쟁이 에너지 공급망 붕괴와 제조업 원가 급등, 그리고 파병 압박이라는 세 겹의 파고로 밀려오고 있다.

하루 1조3000억 원씩 불타는 전비… '단기전' 낙관론은 사라졌다


초당파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분석에 따르면, 이란 전쟁 비용은 개전 초기 100시간 만에 37억 달러(약 5조 5000억 원)를 집어삼켰고, 개전 12일 시점 누계는 165억 달러(약 24조 원)에 달했다. 하루 평균 소진액은 약 8억9140만 달러(약 1조3000억 원)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각) CBS 방송에 출연해 "현재까지 전쟁 비용으로 120억 달러(약 17조8000억 원)가 투입됐다"고 밝혔다. 당초 미 행정부가 내세웠던 '4~6주 단기전' 구상과 달리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펜타곤이 개전 첫 이틀 만에 56억 달러(약 8조3000억 원) 상당의 탄약을 소진했다는 사실이 복수의 미국 관리를 통해 확인됐다. 미국이 보유한 정밀 유도 무기 재고가 얼마나 빠르게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헤그세스 장관은 19일 브리핑에서 미군이 이란 내 7000개 이상의 표적을 타격했다고 밝히며 "오늘이 지금까지 중 가장 대규모 공습이 될 것이고, 어제도 그랬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RTX) 같은 방산 기업들이 유례없는 수준으로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며 "우리는 최상의 태세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의회 60표 장벽·39조 달러 국가부채… '슈퍼 추경' 험로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일부 백악관 관리조차 이번 예산 요청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상원에서 60표를 확보해야 하는 절차적 장벽이 버티고 있는 데다, 민주당은 이란 전쟁 개입 자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비당파 예산 감시단체 '납세자를 위한 상식'의 게이브 머피 정책 분석가는 "2000억 달러는 올해 펜타곤 예산의 20%에 해당한다"며 "이 요청은 근본적인 의문을 낳는다. 펜타곤이 이미 비대한 예산을 더 불리려는 것인지, 아니면 장기전을 계획하는 것인지"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해외 군사 개입과 막대한 전비 지출을 공개 비판했고, 바이든 행정부 시절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금 총액이 1880억 달러(약 280조 원)에 달한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 규모를 웃도는 전비 청구서를 이제 자신이 의회에 내밀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지난 18일 기준 사상 최대치인 39조 달러(약 5경8164조 원)에 달했다고 미 재무부가 밝혔다.

전쟁비용 분야 권위자인 린다 빌미스 하버드대 교수는 "전쟁이 없었다면 국방 예산이 1000억 달러 늘었겠지만, 이 전쟁이 2000억 달러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며 "그것이 기준선이 되면 10년에 걸쳐 국방 예산에 1조 달러가 추가로 쌓이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미국 국채를 4조 달러에서 38조 달러로 불려놓은 역사를 상기시켰다.

방산 증산 한계도 예산 통과 이후의 또 다른 벽이다. 일레인 맥커스커 미국 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전 펜타곤 회계국장 대행)은 "산업 기반에 막대한 돈을 투입한다고 해서 무기를 더 빨리 확보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짚었다. 인력, 생산 시설, 희귀 소재의 삼중 병목이 예산보다 훨씬 느리게 해소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국 콕 집은 트럼프… 청해부대 파병 딜레마와 제조업 직격탄


미국의 전비 논쟁이 워싱턴 청문회장을 달구는 사이, 그 충격파는 두 갈래로 한국을 강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과 개방을 위해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이 군함을 파견해 주길 바란다"고 공개 요청했다. 한국을 5개 지목 국가 중 하나로 명시한 것이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주목하고 있다"며 "한미 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신중히 검토해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이번 파병이 2020년과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현재 청해부대는 4400t급 구축함 대조영함에 262명의 병력을 태우고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해적 퇴치 및 선박 호위 임무를 수행 중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가장 좁은 지점은 39㎞에 불과한 데다 이란의 기뢰, 드론, 단거리 미사일 위협이 도사리고 있어, 아덴만과 비교할 수 없는 고강도 분쟁 해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동맹국들이 난색을 보이자 "우리는 더는 NATO 국가들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 일본, 호주, 한국도 마찬가지"라며 강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지난 18일 백악관은 호르무즈 연합군 구성 카드를 여전히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사·안보 전문가는 "이란이 보유한 약 5000발의 기뢰만으로도 해협 봉쇄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도 "봉쇄 장기화는 이란 자신의 석유 수출도 막아 전쟁 수행 동력을 스스로 잃게 만드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외교 관계 전문가는 "봉쇄가 풀려도 이번 사태로 촉발된 지정학적 긴장은 오래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지금 두 개의 청구서를 동시에 받아 든 셈이다. 하나는 호르무즈 봉쇄가 초래하는 에너지 비용 폭등 청구서이고, 다른 하나는 트럼프가 내미는 동맹 책임 분담 청구서다.

국제유가 상승이 산업용 전기료와 물류비로 전이되는 데 채 한 달이 걸리지 않는 한국의 에너지 구조를 감안하면, 워싱턴발 전비 계산서의 무게는 서울 여의도와 울산 산업 단지에서도 온전히 느껴지게 돼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