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ec·ASML·TSMC, 2027년 파일럿 가시화… 상용화 시점 3년 앞당겨
3D 적층 진입 장벽과 MOCVD 밸류체인이 시장 향방 결정
3D 적층 진입 장벽과 MOCVD 밸류체인이 시장 향방 결정
이미지 확대보기유럽 최대 반도체 연구소 아이멕(imec)과 네덜란드 ASML, 대만 TSMC가 참여한 공동 연구진이 실리콘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2차원(2D) 신소재 트랜지스터'를 300mm(12인치) 범용 웨이퍼 상에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IT 전문 매체 톰스하드웨어(Tom's Hardware)는 지난 19일(현지시각) 공동 연구진이 반도체 초미세 공정의 핵심인 극외선(EUV) 노광 기술을 활용해 2D 신소재 반도체의 양산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성과는 연구실 수준에 머물던 차세대 반도체의 상용화 시점을 대폭 앞당겨, 기존 2030년 전후로 예상되던 도입 시기를 2027~2028년 고성능 컴퓨터(HPC) 및 인공지능(AI) 칩 분야의 파일럿(시험 생산) 적용 단계로 끌어당길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원자 한 층 두께의 CMOS 통합, 무어의 법칙 한계 넘는다
이번 연구는 전하 제어력이 우수해 실리콘을 대체할 차세대 물질로 꼽히는 '전이금속 디칼코게나이드(TMD)'를 활용했다. TMD는 원자 한 층 두께로 얇으면서도 전류를 통하고 차단하는 반도체 특성이 탁월한 신소재다.
반도체의 밀집도를 좌우하는 핵심 지표인 게이트 폭과 접촉부 길이의 합(CPP)은 세계 최초로 50나노미터 규격까지 축소했다. 특히 원자 한 층 두께의 N형(전자가 이동) 반도체와 P형(정공이 이동) 반도체를 하나의 웨이퍼 위에 동시에 쌓아 올리는 상보형(CMOS) 통합을 달성했다. 전극을 먼저 형성한 뒤 그 위에 채널을 덮는 역방향 박막트랜지스터(Reverse TFT) 공정을 도입해 94.0%라는 경이로운 구동 수율(합격품 비율)을 확보했다.
생태계 강점 지닌 TSMC 선행… 삼성은 CFET 연계 '역전 카드' 노려
반도체 업계는 이번 성과가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 구도에 미칠 파장에 주목한다. 애플, 엔비디아 등 첨단 칩을 설계하는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를 대거 확보한 TSMC는 신규 공정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생태계적 우위를 점하고 있어 구조적으로 유리한 국면을 맞이했다.
그러나 전류가 흐르는 면을 4면으로 감싸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구조 이후 확실한 미래 카드가 필요한 삼성전자에는 이번 2D 물질 기술이 기회가 될 수 있다. N형과 P형 트랜지스터를 위아래로 완전히 쌓아 올려 면적을 절반으로 줄이는 차세대 3차원 구조인 '상보형 전계효과트랜지스터(CFET)'에 2D 물질을 결합한다면 대만을 따라잡을 강력한 '역전의 카드'가 되기 때문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전면전보다 자신들의 강점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3D 낸드플래시의 데이터 통로를 2D 물질로 대체하는 메모리 혁신에 집중하며 실리를 챙기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3D 적층 시대의 진입 장벽, '400℃ 저온 공정'이 게임 체인저
한국 기업의 궁극적인 성패는 '400도 이하 저온 합성 공정'의 안착 여부에 달렸다. 통상 2D 신소재는 섭씨 800도 이상의 초고온에서 구워내야 고품질로 합성되는데, 이를 그대로 쓰면 아래에 이미 만들어 둔 회로와 미세 배선(BEOL)들이 열을 견디지 못하고 변형되거나 공정 안정성이 완전히 붕괴된다.
저온 합성 기술은 단순한 소재 변경을 넘어 기존 실리콘 기반 칩 위에 차세대 소자를 안전하게 '아파트처럼 쌓아 올릴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즉 고집적 3D 반도체 시대의 가장 높은 진입 장벽이자 게임체인저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종합기술원(SAIT)을 통해 2D 물질을 대형 웨이퍼에 깨끗하게 입히는 대면적 증착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자체 개발한 'AI 물성 예측 시스템(AIPS)'으로 신소재 발굴 기간을 400분의 1로 단축하며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
공급망 지각변동 예고, 차세대 밸류체인 선점 기업 주목
기술 패러다임이 2D 반도체로 이동함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의 지각변동도 불가피하다. 독점적 노광 기술을 보유한 ASML의 EUV 의존도가 더욱 심화되는 동시에, 원자 두께의 얇은 막을 고르게 입히는 화학기상증착(MOCVD) 기반 장비와 2D 전구체(화학 원료) 소재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반도체 핵심 장비사인 원익IPS, 주성엔지니어링, 유진테크 등 원자층증착(ALD) 및 화학 증착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이 차세대 밸류체인(공급망) 진입을 노릴 수 있는 기회 요인이다. 다만 원자 수준으로 얇아질 때 전자가 잘 흐르지 못하는 접촉 저항 증가 문제와 300mm 대면적 전면에 결함 없이 물질을 입히는 균일성 확보 등 공정 난제가 여전히 남아 있어, 단기간 내 전면적인 세대교체를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공존한다.
400도 이하 저온 공정, MOCVD 기반 대면적 증착 수율, 메모리 소자로의 확장성이라는 세 가지 핵심 축 중 하나라도 뒤처질 경우 2D 반도체 주도권은 TSMC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자본시장 관점에서는 향후 2~3년간 EUV 및 증착 장비, 2D 소재 공급망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관련 기업들의 주가와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 기업이 1나노미터 미만 옹스트롬 시대의 기술 패권을 쥐기 위해서는 학계와 연계한 양자터널링(원자가 너무 얇아 전자가 벽을 뚫고 새는 현상) 제어 기술과 함께 장비·소재 공급망의 선제적 국산화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