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국내총생산(GDP) 25% 묶는 인도-EU 협정 타결, 중국 일대일로(BRI)에 직격
미·이스라엘 공습으로 IMEC 최대 방해 세력 제거…단기 해상 리스크는 여전
미·이스라엘 공습으로 IMEC 최대 방해 세력 제거…단기 해상 리스크는 여전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1월 27일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19년을 끌어온 인도-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마침내 타결됐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아우르는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 협정이다. 그런데 합의 발표 나흘 만인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습이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했다. 얼핏 무관해 보이는 두 사건이지만, 허드슨연구소(Hudson Institute)·스페셜유라시아(Special Eurasia)·소파이센터(The Soufan Center) 등 복수의 연구기관은 이를 같은 판의 두 수(手)로 읽는다.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과 중국 경제 생명선 차단이라는 하나의 지정학 방정식이다.
두 사건의 교차점에는 중국의 일대일로(BRI·Belt and Road Initiative)에 맞서 미국이 설계한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India-Middle East-Europe Economic Corridor)이 있다. FTA 타결로 IMEC에 제도적 뼈대가 갖춰지고, 이란 군사력 약화로 회랑의 최대 지정학 장애물이 한꺼풀 걷혔다. 반면 이란의 보복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은 걸프 해상 물류를 당장 흔들고 있다. '신실크로드'가 열릴 조건과 막힐 위험이 같은 시간대에 동시에 작동하는 셈이다.
이미지 확대보기바이든이 닦고 트럼프가 밀어붙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당시 "미국의 전통적 아랍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중국과의 관계를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 프로젝트가 중국 영향력을 차단하는 미국의 대응책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IMEC를 대외경제정책 차원의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우방국 공급망 연대)' 전략과 연계해 추진했다. 재닛 옐런 전 미 재무장관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들과의 공급망 다변화가 미국 경제 안보를 강화하는 첩경"이라고 수차례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도 이 기조를 이어받았다. 여기에 더해 이란 공습이라는 군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직후 이란 이슬람 정권의 전복이 목표임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핵 개발 영구 중단·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제한·대리 무장단체 지원 완전 중단 등 세 가지를 이란 측에 요구했다.
19년 협상 타결이 불러온 변수
지난 1월 27일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FTA 타결을 선언했다. 협정 규모와 속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숫자가 있다. 양측의 연간 교역 규모는 현재 약 1375억 달러(약 207조 원)이지만, EU 집행위원회는 이 협정으로 2032년까지 대인도 수출이 두 배로 늘 것이라고 밝혔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세계 2위와 4위 경제 대국인 두 거인의 이야기"라며 "우리는 분열된 세계에 다른 길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선언했다. 모디 총리는 이를 "모든 협정의 어머니"라고 불렀다.
양측은 FTA와 동시에 해양 안보·사이버 보안 분야 국방·안보 협정도 맺었다. 무역이 더 이상 경제 분야만의 이슈가 아니라 지정학 계약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역 정책 전문 싱크탱크 유럽국제정치경제연구소(ECIPE)는 "이 협정은 인도를 EU 글로벌 가치사슬에 깊이 통합시켜 중국·미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하는 구조적 장치"라고 분석했다. 국제법 전문 로펌 DLA 파이퍼(DLA Piper)도 "수십 년 전 중국 시장 개방 이래 유럽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공급망 다각화 기회"라고 평가했다.
운송 시간 40% 단축, 비용 30% 절감… 숫자로 본 IMEC
IMEC는 인도 서해안 문드라(Mundra) 항구에서 아라비아해를 건너 UAE 제벨알리(Jebel Ali) 항구에 닿는 동부 해상 구간과 아라비아반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이스라엘 하이파(Haifa) 항구를 철도로 가로질러 그리스까지 잇는 북부 구간으로 이뤄진다. 완전 가동 시 기존 수에즈 운하 해상 경로 대비 운송 시간이 약 40% 줄고, 전체 물류 비용도 30% 낮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핵심 거점별 현황을 보면, 인도 최대 민간 항만 문드라는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터미널 구축으로 화물 처리 속도를 높였다. UAE 제벨알리 항만은 고층 자동화 적재 시스템 '박스베이(BoxBay)'를 도입해 운영 효율을 200% 이상 끌어올렸다. 인도 아다니(Adani) 그룹이 인수한 이스라엘 하이파 항만은 터미널 확장과 대규모 준설로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용력을 크게 강화했다.
다만 이 경로가 유럽으로 진입하는 핵심 거점인 그리스 피레우스(Piraeus) 항구 지분 다수를 중국 해운사 코스코(Cosco)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남는다. 거점 항만의 소유권 문제는 유사 위기 시 중국이 IMEC 운용에 전략적으로 개입할 여지를 남긴다.
이란 공습의 지정학… 각국의 셈법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전역을 합동 공습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혁명수비대(IRGC) 수뇌부 다수를 제거하고 핵시설·미사일 기지를 타격했다. 이란은 중동 9개국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과 드론으로 즉각 보복에 나섰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으로 국제 유가는 최근 100달러 가까이에 육박하고 있다.
이번 공습이 IMEC와 일대일로에 미치는 파급을 놓고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이란 공습, IMEC엔 호재라는 시각
허드슨연구소 마일스 위(Miles Yu) 선임연구원은 "이란은 중국의 일대일로와 연계된 항만·철도·에너지 인프라의 핵심 지점이었다"며 "공습으로 BRI 관련 프로젝트들이 심각한 불안정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스페셜유라시아도 "이번 분쟁이 인도-태평양과 유라시아 회랑에서 중국의 지역 영향력을 잠식하려는 미국의 광범위한 목표와 일치한다"며 "이란에 대한 공격 논리가 파키스탄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과 중국의 중앙아시아 시장 접근도 위협받는다"고 밝혔다. 소파이센터는 "이란 영토를 통한 안정적 접근 없이는 중국의 유라시아 공급망이 온전히 기능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단기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반론
그러나 글로벌커넥티비티스(Global Connectivities)는 최근 보도에서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가스 흐름이 지연되고, 항공기들이 중동 영공을 우회하면서 물류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IMEC 개발을 구상하기는 어려운 여건"이라고 짚었다. 아틀라스 국제문제연구소도 "2026년 미·이란 전쟁은 핵 위협 제거라는 공식 명분 뒤에 헤게모니 강화와 지역 질서 재편이라는 전략 계산이 맞물린 사례"라고 평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IMEC를 '비전 2030' 등 탈석유 전환의 핵심 동력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유럽외교협회(ECFR)가 지적하듯 "IMEC를 BRI의 대항마로 규정하는 서방의 틀에는 거리를 두는" 실용 노선을 유지한다. 두 회랑 모두에서 물류 중심지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계산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트럼프에게 이란 공격을 촉구하는 전화를 여러 차례 했다. 이란 군사력 약화가 걸프 국가들의 안보 이해와도 맞닿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반면 IMEC 경로에서 소외된 튀르키예는 이라크를 통해 페르시아만과 유럽을 잇는 '이라크-유럽 개발도로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별도 경로 확보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이란 원유의 약 90%를 사들여온 사실상의 최대 후원국이다. 비호라이즌(Beyond the Horizon) 연구소는 "이란이 중국을 위해 지역을 교란하는 역할을 더 이상 수행하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동중국사범대 조셉 그레고리 마호니(Josef Gregory Mahoney) 교수는 "중국은 이란에 대해 전략적 파트너이지만 전략적 동맹은 아니라는 원칙 아래, 군사 개입 없이 외교 경로로 경제 이해를 보호한다"고 말해 과도한 도식화를 경계했다.
전쟁이 끝나야 새 실크로드가 열린다
이란 공습으로 IMEC 앞을 가로막던 최대 지정학 장벽 하나가 무너진 것은 분명하다. 이란이 지원한 예멘 후티 반군은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상선을 공격해 세계 교역량의 12%를 소화하는 수에즈 운하 경로를 사실상 마비시켜 왔다. 이란의 군사력 약화는 이 압박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IMEC가 본격 가동되려면 이 전쟁이 먼저 수습돼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이 계속되는 한 걸프 항만들의 물류 허브 기능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허드슨연구소 마일스 위 연구원이 지적했듯, 이란 군사력 약화와 회랑 운용 안정화 사이에는 아직 채워야 할 간극이 크다.
19년 협상 끝에 타결된 인도-EU FTA가 양측 교역 규모를 2032년까지 두 배로 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제학적 수요는 분명하다. 문제는 지정학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물꼬를 트고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중동의 포화가 가라앉지 않으면 IMEC는 도면 위의 회랑으로 남게 된다. 미국이 설계한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이 실현되려면, 정작 그 길목에 평화가 먼저 찾아와야 한다는 것이 지금 IMEC가 직면한 가장 불편한 진실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