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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둔화·정책 변화에 글로벌 완성차 ‘전기차 전략 후퇴’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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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둔화·정책 변화에 글로벌 완성차 ‘전기차 전략 후퇴’ 확산

지난 2018년 9월 27일(현지시각)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의 포드차 공장에서 F150 픽업트럭이 생산라인에서 조립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8년 9월 27일(현지시각)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의 포드차 공장에서 F150 픽업트럭이 생산라인에서 조립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로의 전환 계획을 잇따라 축소하거나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연기관 차량의 수요가 예상보다 강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전략 재조정이 확산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최소 12개 이상의 주요 자동차 업체가 전기차 중심 전략을 축소하거나 일정 연기를 결정했다.

혼다는 2040년까지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고 전기차 전략 조정에 따라 향후 2년간 160억 달러(약 23조6800억 원)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르세데스-벤츠, 포드, 스텔란티스, 볼보 등도 전면 전기차 전환 목표를 낮추거나 일정 조정을 진행 중이다.

◇ 롤스로이스 “2030년 이후에도 내연기관 유지”


고급차 브랜드에서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BMW 산하 롤스로이스는 2030년 이후에도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벤틀리, 로터스, 아우디, 포르쉐 등도 향후 10년 내 완전 전기차 전환 계획을 축소하거나 연기했고 대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비중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폭스바겐 그룹 산하 람보르기니는 오는 2030년 출시 예정이던 첫 순수 전기차 ‘란자도르’ 계획을 철회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로 전환하기로 했다.

스테판 빈켈만 람보르기니 최고경영자(CEO)는 “완전 전기차에 대한 거부감이 증가하고 있다”며 “람보르기니의 감성은 엔진 진동과 주행 감각, 소리에서 나오는데 전기차에서는 이런 요소가 부족하다는 점이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빈켈만 CEO는 이어 전기차 전환 속도가 기대보다 느리다며 이같이 밝혔다.

◇ 정책 후퇴도 영향…미국·유럽 지원 축소


정책 환경 변화도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 뒤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폐지됐고 충전 인프라 투자도 축소됐다. 배출 규제 역시 완화되면서 전기차 전환을 촉진하던 정책적 동력이 약화됐다.

유럽연합(EU)도 배출 규제 목표를 일부 완화하면서 자동차 업체들의 전략 수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 “지난 1년 전략 변경 비용 111조원 이상”


전기차 전략 수정에 따른 비용도 상당한 규모로 나타났다. FT에 따르면 신차 출시 취소와 투자 계획 변경 등을 포함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지난 1년간 부담한 비용은 최소 750억 달러(약 11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페라리는 전기차 생산 목표를 축소했지만 첫 전기차 모델 출시 계획은 유지하고 있다.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최고경영자(CEO)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전기차 모두에서 동일한 주행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을 강조했다. 비냐 CEO는 내연기관 특유의 주행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롤스로이스의 크리스 브라운리지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 모델 출시 이후 시장 환경이 달라졌다”고 설명하며 전동화와 내연기관 병행 전략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브라운리지 CEO는 전기차 확대 기조는 유지하되 고객 수요를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전환이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고급차 시장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보고 있다. 고성능 차량 소비자들은 여전히 엔진 소리와 주행 감각 등 내연기관 특유의 요소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