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연간 이자만 3000조 원… CBO "2차 대전 최고치도 넘어선다"
사회보장기금 고갈 2032년으로 임박, 정치권은 감세 경쟁 '역주행'
호르무즈 봉쇄 여파로 에너지 값 급등… 달러·금리 통해 한국에도 전이
사회보장기금 고갈 2032년으로 임박, 정치권은 감세 경쟁 '역주행'
호르무즈 봉쇄 여파로 에너지 값 급등… 달러·금리 통해 한국에도 전이
이미지 확대보기워싱턴은 '재정 절벽' 앞에서 눈을 감았다
의회예산국(CBO)의 최신 분석(2026~2036년 전망)에 따르면 미국 공공 부채는 2036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약 100% 수준에서 10년 안에 20%포인트나 더 뛰는 셈으로,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기록한 사상 최고치 106%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부채가 불어날수록 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진다. CBO는 2036년 기준 연간 이자 비용이 2조 달러(약 3000조 원), 즉 전체 경제 규모의 4.6%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악시오스(Axios)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이 전례 없이 심각한 재정 전망에 처해 있음에도 워싱턴은 오히려 이를 더 악화시키는 정책만 쏟아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 전비 301조 원 요청에 감세까지… 재정 '이중 폭탄'
감세 충격도 만만치 않다. CBO는 지난해 서명된 이른바 '원 빅 뷰티풀 빌(OBBBA·세제 및 지출 패키지법)' 효과를 분석한 결과, 이 법 하나가 향후 10년간 누적 재정 적자를 3조 4000억 달러(약 5128조 원)가량 불릴 것이라고 산출했다. 지출 감축 조항이 뒤로 몰린 반면, 감세 혜택은 즉각 집행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긴급 권한을 이용해 부과했던 관세가 지난 2월 20일 연방대법원에서 위헌판결을 받으면서 이미 징수한 수조 원대의 수입세 환급 소송까지 줄을 잇고 있다. CBO는 대법원 판결로 2036년까지 세수가 최대 1조 6000억 달러(약 2413조 원) 줄어들 수 있다고 별도 추산했다.
'성장기 적자'라는 불편한 진실
재정 전문가들이 더욱 우려하는 것은 적자의 '질'이다. CBO는 향후 10년간 연간 재정 적자가 GDP 대비 평균 6%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악시오스는 "이란 전쟁이나 대법원 관세 판결 효과조차 반영하기 전"이라고 부연했다. GDP의 6% 수준 적자는 역사적으로 경제 위기나 대규모 전쟁 시기에나 나타났던 수치다. 지금 미국은 공식적으로 '경제 성장기'임에도 그와 같은 적자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 핵심 문제다.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 마야 맥기니스 회장은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정책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을 뿐, 실질적인 재정 절감 방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적자가 중요하지 않다는) 과거 시대는 이미 끝났음에도 정치적 행태는 오히려 그때보다 더 나빠졌다"고 덧붙였다.
맥기니스 회장은 지난 11일 상원 재무위원회 소위 청문회에서도 "부채가 경제 규모와 맞먹는 수준에 이른 지금, 재정 목표를 GDP 대비 적자 3%로 설정하고 즉각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위기를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2032년이 분수령… 고령화 복지 '시한폭탄'
재정 위기는 인구 구조 문제와 겹쳐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CBO의 2026년 2월 전망 기준으로 사회보장(Social Security) 퇴직 신탁기금은 2032 회계연도에 고갈될 것으로 예측된다. 기금이 바닥나면 정치적으로 극도로 민감한 수혜액 삭감이 불가피해지는데, 의회가 이를 피하기 위해 추가 국채를 발행하는 쪽을 택할 경우 부채 눈덩이는 더 빠르게 굴러간다.
일부 의원이 초당파적 '재정위원회법(Fiscal Commission Act)' 발의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으나, 반향은 크지 않다. 오히려 야당인 민주당에서도 크리스 밴 홀런(메릴랜드)·코리 부커(뉴저지) 상원의원 등이 중산층·중상층 대상 감세안을 내놓고 있어, 재정 건전성 회복에 필요한 정치적 동력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 경제엔 '이중 충격' 경로
미국의 재정 위기는 한국 경제에도 두 가지 경로로 직접 영향을 미친다. 첫째,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지속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상수지와 물가에 상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둘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급증하는 이자 비용과 인플레이션 사이에서 통화정책을 좌우할 경우, 달러 강세 또는 채권 금리 급등이 한국 외환·자본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다.
국내 한 시장 전문가는 "미국이 재정 제약을 무시하고 전쟁 비용과 감세를 동시에 추진하는 상황은 1970년대 '재정 우위' 구조와 유사하다"며 "중장기적으로 달러 신뢰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 기축통화 리스크까지 상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축통화국의 '무책임한 특권'은 영원하지 않다
미국이 세계 기축통화국이라는 지위 덕분에 지금까지 과도한 부채를 유지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 특권이 무한정 지속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연간 이자 비용이 국방비를 초과하는 시점이 멀지 않았고, 사회보장기금 고갈이라는 정치적 뇌관도 2032년으로 바짝 다가왔다. 재정 방종이 언제까지나 결과 없이 이어지리라는 가정 위에 선 워싱턴의 '정치 계산'이 틀렸다는 사실을 세계 금융시장이 먼저 깨달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충격을 가장 민감하게 흡수하는 곳은 늘 그렇듯 신흥 시장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