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인력 부족’ 이유로 절차 연기… 내년 선거 앞둔 정치적 셈법 분석도
유럽 화학 시장 전초기지 확보 시험대… 현지 밀착형 ESG 대응이 관건
유럽 화학 시장 전초기지 확보 시험대… 현지 밀착형 ESG 대응이 관건
이미지 확대보기지난달 31일(현지시간) 스페인 매체 디아리 메스(Diari Mes) 보도와 현지 소식통을 종합하면, 롯데 화학공장(Projecte LOTTE)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투표 추진위원회는 시청이 의도적으로 절차를 늦추며 주민 참여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위원회는 "시의회가 기술적 인력 부족을 핑계로 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주민투표 실시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미지 확대보기"인력 부족은 구실"… 선거 앞둔 정치적 기동 논란
주민투표 추진위원회는 몬트로이그 시청이 물류 관리와 법률 검증을 위한 전문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타라고나 주정부(Diputació de Tarragona)에 지원을 요청한 것을 두고 "명백한 시간 끌기 전술"이라고 규정했다.
일부 주민들은 이러한 지연 행위가 내년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의식한 프란 모라초(Fran Moracho) 시장의 정치적 계산이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선거 전 민감한 환경 이슈가 표면화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위원회는 이미 지난해 말 시청의 행정 부작위에 대해 옴부즈맨(Síndica de Greuges)에 불만을 접수하고 법적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건강권이 우선"… 환경 오염 우려에 부지 점거 시위 격화
주민들이 롯데의 대규모 투자를 반대하는 근거는 명확하다. 화학공장 가입 시 발생할 수 있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과 질소산화물(NOx) 등 유해 물질 배출이 지역사회의 건강과 환경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특히 몬트로이그가 속한 타라고나 지역은 이미 대규모 석유화학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어, 추가적인 환경 부담에 대한 주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태다. 최근 환경 단체와 주민들은 공장 예정부지에 건조 지대 식물을 심는 상징적인 점거 시위를 벌이며 "공청회와 주민 합의 없는 도시 계획 변경은 원천 무효"라고 선언했다.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주민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다국적 기업의 프로젝트는 단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롯데의 유럽 진출 'ESG 시험대'… 국내 산업계에 주는 메시지
이번 사태는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국내 화학 기업들의 유럽 시장 공략에 있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현지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롯데 측은 "유럽의 엄격한 환경 기준을 충족하는 친환경 설비"임을 강조하며 투자에 따른 고용 창출 효과를 내세우고 있으나, 주민들의 불신을 뚫기에는 역부족인 모양새다. 롯데의 스페인 프로젝트가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경제적 효과 강조를 넘어, 현지 민주주의 절차에 부합하는 투명한 소통과 구체적인 환경 보호 대책 제시가 선행되어야 한다.
해외 자원·시설 투자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한국 기업이 해외 대규모 설비 투자 시 직면할 ‘지역 중심의 환경 규제’가 본격화된 것으로 분석한다. 과거처럼 지자체장과의 협상에만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주민들의 자치권과 환경권을 실질적으로 존중하는 ‘현지 밀착형 ESG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대응 전략이 부재할 경우, 사업 지연에 따른 막대한 매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향후 롯데가 주민투표라는 정공법을 통해 정면 돌파에 나설지, 아니면 행정적 우회로를 찾을지가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를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