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한 달 낙폭 2013년 이후 최대… 실질금리·달러 강세·마진콜 3중 압박이 원인
UBS·도이체방크·BNP파리바 등 "6000달러대 진입 가능"… 시장 컨센서스는 엇갈려
세계 중앙은행 골드러시 속 한은은 13년째 관망… 국내 투자자 '분할 매수' 전략 주목
UBS·도이체방크·BNP파리바 등 "6000달러대 진입 가능"… 시장 컨센서스는 엇갈려
세계 중앙은행 골드러시 속 한은은 13년째 관망… 국내 투자자 '분할 매수' 전략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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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역대급 낙폭의 해부, 단순 투매가 아니었다
금 선물 가격은 지난 1월 29일 온스당 5595달러(약 843만 원)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가파른 하강 곡선을 그렸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직후인 3월 초에는 단 5거래일 만에 약 11% 급락했고, 이는 40년 내 가장 짧은 기간에 기록된 최대 낙폭 중 하나로 남았다. 3월 한 달 전체로 보면 2013년 6월 이후 최대 월간 하락이다.
표면적으로는 전쟁 공포가 금값을 밀어 올린 뒤 되밀려 내려온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의 실질 원인을 세 가지 복합 요인으로 분석한다.
첫째는 실질금리 상승이다. 중동 위기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가 커졌고,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은행(BOE)이 2026년까지 세 차례 금리를 올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채권 가격에 반영했다. 이자 수입이 없는 금의 상대적 매력이 쪼그라들었다.
둘째는 달러 강세다. 지정학적 위기 국면에서 달러 인덱스가 강세를 보이자 달러 표시 자산인 금의 가격은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 더욱 비싸졌고, 실질 수요를 억눌렀다.
셋째는 마진콜(강제 청산)이다. 레버리지를 동원해 금을 매수했던 기관 투자자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금부터 팔아치웠고, 이 연쇄 청산이 낙폭을 증폭시켰다. UBS 글로벌 자산운용의 마크 하펠레(Mark Haefele)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배런스에 보낸 연구 보고서에서 "역사적으로 분쟁 초기 단계에 금값이 항상 오르지는 않는다"며 이번 하락을 '일시적 유동성 선호 현상'으로 규정했다.
이미지 확대보기UBS의 반론, "반등 조건은 이미 갖춰졌다"
UBS의 6200달러 전망은 숫자만 놓고 보면 현재가 대비 약 32% 추가 상승을 의미한다. 이는 금의 사상 최고치(5595달러, 약 843만 원)보다도 약 11% 높은 수준이다. 비교 관점에서 보면, 2008년 금융위기 직후 2년간 금값 상승률이 약 90%에 달했고, 코로나19 충격 이후 1년 반 동안에는 65%가량 올랐다는 점에서 UBS의 목표치는 단기 상승폭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이미 고점을 찍고 내려온 자산이 반등해 신고점을 재차 돌파한다는 점에서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웃도는 강세 시나리오다.
실제로 인베스팅뉴스네트워크(INN)가 집계한 올해 1분기 분석을 보면, 도이체방크는 온스당 6000달러(약 904만 원), BNP파리바도 연말까지 6000달러를 목표치로 제시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연말 5400달러(약 814만 원), 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 30명의 중간값(메디안)은 4746달러(약 715만 원)에 그쳐 기관별 격차가 최대 1500달러(약 226만 원)에 이른다. 웰스파고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는 올해 말 기준 6100~6300달러(약 919만~949만 원)라는 범위를 제시해 UBS와 유사한 입장을 취했다.
반론, '베어 케이스'도 만만치 않다
금값 급반등을 의심하는 시각도 엄연히 존재한다. HSBC의 원자재 애널리스트 제임스 스틸(James Steel)은 중동 긴장 완화나 인플레이션의 예상보다 빠른 둔화가 현실화될 경우 안전 자산 프리미엄이 빠르게 소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장 핵심적인 반대 논거 세 가지다. 첫째, 금리 인하 지연이다. 중동 위기가 공급망을 타격하고 에너지 가격을 장기간 끌어올릴 경우, 연준은 인플레이션 재점화를 막기 위해 금리 인하 시점을 하반기에서 2027년으로 더 밀어낼 수 있다. 실질금리가 높게 유지되면 금의 기회비용은 계속 커진다.
둘째, 달러 강세 지속이다. 지정학적 불안이 유로화와 신흥국 통화를 약화하는 환경에서 달러가 계속 강세를 유지하면 금 수요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아시아·중동 실물 수요를 억누른다.
셋째, 전쟁 장기화가 오히려 달러 선호를 강화할 가능성이다. 역사적으로 분쟁 초기에는 금이 오르지만, 전선이 고착화되면 유동성이 가장 높은 달러 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는 사례가 반복됐다. OANDA의 기술 분석 보고서도 "현재 금의 반등은 죽은 고양이의 튀어오름(데드 캣 바운스)일 수 있다"고 경고하며 온스당 4620달러(약 696만 원) 저항선을 하향 돌파할 경우 4099달러(약 618만 원) 재시험 가능성을 열어뒀다.
스태그플레이션, 금의 최후 카드
이번 금값 반등 논쟁의 진짜 핵심은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물가를 밀어 올리는 동시에 경기를 냉각시키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전통적인 채권·주식 포트폴리오는 힘을 잃는다.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금은 10년 만에 약 2300% 상승하며 대표적인 스태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 당시와의 결정적 차이는 현재 실질금리가 훨씬 높다는 점이지만,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가시화되면 중앙은행들도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고, 그때 금은 이중 수혜를 누릴 수 있다.
세계금위원회(WGC)의 분석에 따르면,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실질금리가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 금은 2026년 현재 수준보다 5~15%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심화될수록 이 수치는 상단을 훌쩍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WGC는 덧붙였다.
세계는 골드러시, 한은은 13년째 관망
이번 금값 급등락 사이클은 국내 투자자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 순위가 최근 1년 사이 세계 38위에서 39위로 한 계단 더 밀려났다. 한국은행이 2011년 40톤, 2012년 30톤, 2013년 20톤을 추가 매입한 이후 올해까지 13년째 총 보유량을 104.4톤으로 동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금은 시장 전망을 반영해 적극적으로 비중을 조정할 수 있는 운용자산이 아니다"라며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매도 시 시장에 예상치 못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신중론의 근거로 들고 있다.
이는 세계 흐름과는 대비된다. 세계금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각국 중앙은행이 매년 1000톤이 넘는 금을 축적해왔으며, 이는 이전 10년간 연평균 400~500톤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폴란드가 95.1톤으로 가장 많이 사들였고, 카자흐스탄(49.0톤), 브라질(42.8톤) 등이 뒤를 이었다. 일각에서는 과거 김중수 전 총재 시절 금을 대거 매입한 직후 가격이 급락해 국정감사에서 강한 질책을 받은 경험이 한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화 약세도 국내 금 투자자들의 추가 변수다. 달러 강세가 금값을 달러 기준으로 눌러도, 원·달러 환율 상승이 한국 투자자의 원화 환산 수익률을 높이는 이중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이는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자산 보전의 성격이므로, 실질적 자산 증식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금값의 달러 기준 상승이 반드시 함께 동반돼야 한다. 단순 낙관론보다는 분할 매수와 포트폴리오 분산 전략이 요구되는 이유다.
투자 전략, 분할 매수와 포트폴리오 5% 원칙
UBS는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 약 5%를 금에 배분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변동성 헤지와 위험 분산 차원이며, 단기 투기 목적의 전량 집중 매수와는 다른 개념이다. 단기 변동성이 여전히 큰 만큼 일시 매수보다 분할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 조언이다.
투자 방식별로는 크게 세 가지 경로가 있다. 금 현물·골드바 같은 실물 매수는 보관비용과 거래 비용이 발생하지만, 신용 리스크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금 ETF는 낮은 거래 비용과 높은 유동성을 갖추나 운용사 신용도를 살펴야 한다. 금 선물은 레버리지 효과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3월의 급락처럼 마진콜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금값의 다음 방향을 가늠하려면 다음 세 가지 지표를 병행해 살펴야 한다.
첫째, 미국 연준의 금리 결정 경로다.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 신호가 나오는지가 가장 강력한 촉매가 될 것이다. 파월 의장이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으로 규정하는 발언을 유지하는지 여부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둘째,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 지수다. 이란-이스라엘 긴장이 이 해협의 운항 제한으로 다시 이어질 경우 글로벌 원유 공급의 약 20%가 차단되며 에너지 가격이 추가 급등한다. 이는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를 강화해 역설적으로 금 수요를 키울 수도 있고, 반대로 금리 인하 기대를 더 깊이 짓눌러 금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셋째, 글로벌 금 ETF 잔고 추이다. 세계금위원회 집계 기준 ETF 잔고가 증가 반전하면 기관 투자자의 매수 복귀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UBS는 2026년 글로벌 금 ETF 순매수가 750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이는 2010~2020년 연평균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금값의 다음 분기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연준의 언어와 중동의 총성이다. 13년 만의 최대 월간 하락이라는 고통 뒤에 기다리는 것이 구조적 반등인지, 아니면 또 한 번의 하락 파동인지는 5월 FOMC 전후로 서서히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확실한 것은 하나다.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든, 연준이 금리를 내리든, 그 어느 쪽의 시나리오에서도 금은 가장 먼저 반응하는 자산이라는 사실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