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너지거래소(EEX) 3월 거래량 역대 최대… 하루 이틀치 국가 소비량 거래
연료비 변동성 회피 위한 기업들 ‘조기 확정’ 행렬… 발전소 투자비 미반영 등 한계도
연료비 변동성 회피 위한 기업들 ‘조기 확정’ 행렬… 발전소 투자비 미반영 등 한계도
이미지 확대보기전력 조달 비용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들이 선물 계약을 일종의 ‘보험’으로 활용하며 가격 확정에 나선 결과다.
1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유럽에너지거래소(EEX)에 상장된 일본 전력 선물 거래량은 전례 없는 속도로 급증하며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 3월 11일 하루에만 ‘이틀치 국가 소비량’ 거래… “전례 없는 속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시작된 에너지 시장의 혼란은 일본 전력 선물 시장으로 즉각 전이되었다.
지난 3월 11일, 일본 전력 선물 일일 거래량은 5,000기가와트시(GWh)를 돌파하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이는 일본 전체가 이틀간 소비하는 전기량에 맞먹는 규모다.
전력 선물은 수개월에서 수년 후의 전기 요금 전망을 바탕으로 거래된다. 미래에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들이 미리 선물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향후 실제 조달 비용이 상승하더라도 선물 계약에서 발생한 이익으로 손실을 상쇄하는 ‘보험’ 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밥 타카이(Bob Takai) EEX 재팬 CEO는 "연료비가 전기 요금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가격을 조기에 확정하고자 한다"며 "선물 시장이 본래의 리스크 관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시장 자유화 이후 현물 비중 32%로 확대… 가격 구조의 변화
일본 전력 시장은 2015년 자유화 이전 현물 거래 비중이 2%에 불과했으나, 2024 회계연도에는 32%까지 급증하며 시장 중심의 체계로 탈바꿈했다.
현재 일본 전력 시장의 가격은 추가 1kWh를 생산하는 데 드는 ‘한계비용’에 의해 결정된다. 화석 연료 발전의 경우 이 비용은 대부분 연료비와 일치하기 때문에, 시장 가격이 국제 유가나 가스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 발전소 투자비 누락 등 ‘시장 설계’의 한계 직면
시장 거래 비중이 30~40%까지 늘어남에 따라, 현재의 가격 결정 방식이 지닌 구조적 결함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도호쿠 전력(Tohoku EPCO) 관계자는 "현물 시장은 당장의 연료비에는 민감하지만, 발전소의 유지 및 보수, 신규 건설 등 ‘공급 용량’을 유지하기 위한 고정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시장 가격이 발전소 건설 비용을 회수할 수 없는 수준에서 형성되면, 전력 회사들이 노후 발전소를 교체하거나 신규 시설에 투자할 동기가 사라져 장기적인 공급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오하시 히로시 도쿄대 교수는 "발전 투자를 장려하려면 시장 가격 결정 메커니즘 자체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전력 회사들의 가격 결정 권한이 확대될 경우, 공급 보류를 통한 가격 조작이나 폭리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의 규제 기관들이 항상 전력 시장의 가격 폭리를 주시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동시에 감독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 한국 전력 시장에 주는 시사점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상시화된 시대에 우리나라도 기업들이 가격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에너지 선물 거래 활성화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장 가격이 연료비에만 연동되지 않도록, 발전소 건설 및 유지 비용을 적절히 보상해 주는 용량 요금제를 강화해 장기적인 전력 공급 안정을 꾀해야 할 것이다.
연료비 급등이 한전의 천문학적 적자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장 가격 변동을 소비자 요금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되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정교한 요금 체계 정립이 요구된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