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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이란인 비자 취소·입국 제한…전쟁 여파에 체류자 귀국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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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이란인 비자 취소·입국 제한…전쟁 여파에 체류자 귀국 차단

지난 7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국제공항에 에미레이트항공 항공기가 주기돼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7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국제공항에 에미레이트항공 항공기가 주기돼 있다. 사진=로이터

이란발 중동 전쟁의 여파로 아랍에미리트(UAE)가 자국 내 이란인에 대한 대규모 단속에 나서며 비자를 취소하고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

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UAE는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란인 비자를 취소하고 관련 기관을 폐쇄하는 등 강경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두바이에 거주하는 일부 이란인 가족들은 수십 년간 UAE에 거주해온 친척들의 비자가 갑작스럽게 취소됐고, 해외에 있던 경우 귀국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전했다.

UAE 정부는 이번 주 이란 여권 소지자의 입국과 경유를 전면 제한하는 조치도 발표했다. 앞서 이란 병원과 사회클럽, 일부 이란계 학교를 폐쇄하면서 체류 여건도 크게 악화됐다.

이 조치는 약 50만명 규모로 추산되는 UAE 내 이란 공동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 공동체는 오랜 기간 양국 간 경제 관계를 떠받쳐 온 핵심 기반으로 평가된다.

UAE는 이란 기업과 자금이 국제 경제와 연결되는 주요 통로 역할을 해왔으며, 두바이는 서방 제재를 피해 온 이란 자본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해 왔다. 동시에 이란 자금은 두바이 상업 성장에도 기여해 온 것으로 분석된다.

두바이에서 1970년대부터 영업해 온 이란 식당 ‘알 우스타드 스페셜 케밥’의 마지드 안사리 대표는 정부 조치에 대해 “안전을 원한다는 점은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과 두바이의 역사적 관계는 깊어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지 상인들 사이에서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한 식료품점 운영자는 “이란에 가족이 있지만 지금은 두바이가 삶의 터전”이라며 “출국했다가 돌아오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양국 간 긴장은 전쟁 이후 급격히 고조됐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직후 UAE를 향해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시작했으며, 두바이 팜 인공섬과 부르즈알아랍 호텔, 공항 등 주요 시설이 타격 대상에 포함됐다. 지금까지 약 2500발의 드론과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UAE는 군사 개입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무력으로 재개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이는 현실화될 경우 걸프 국가 중 처음으로 직접 전투에 참여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또 UAE는 이란 자산 동결 등 추가 금융 제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 변화를 잘 아는 관계자는 전시 상황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이란인 거주 정책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UAE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이란 공동체는 UAE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라고 강조했지만, 전쟁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공존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둔 페르시아계와 아랍계 인구는 수세기 동안 긴밀히 연결돼 왔다. UAE 국민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란 남부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최근 긴장 속에서 일부 이란계 주민들은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비판적 발언을 할 경우 추방이나 본국 가족에 대한 불이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에미라티 기업가 미샬 알 게르가위는 “이번 전쟁은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영향을 남길 것”이라며 “이란은 관용적인 이웃을 잃게 됐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