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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조 주고 풍력 접은 미국, 12GW 바다 깔아버린 유럽… 에너지 안보 ‘완전 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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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조 주고 풍력 접은 미국, 12GW 바다 깔아버린 유럽… 에너지 안보 ‘완전 분화’

탄소 중립보다 ‘당장 싼 기름’ 택한 트럼프, ‘공급망 국산화’로 러시아 의존 끊으려는 유럽
대서양 양안 에너지 블록화 가속… 한국 반도체·조선업계, 탄소 국경세 등 통상 리스크 대비해야
2026년 세계 에너지 시장은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거대한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쪽에서는 해상풍력 사업을 정리하는 대가로 막대한 보상금을 지불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자국 기술로만 바다를 채우겠다며 ‘에너지 장벽’을 구축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2026년 세계 에너지 시장은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거대한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쪽에서는 해상풍력 사업을 정리하는 대가로 막대한 보상금을 지불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자국 기술로만 바다를 채우겠다며 ‘에너지 장벽’을 구축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2026년 세계 에너지 시장은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거대한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쪽에서는 해상풍력 사업을 정리하는 대가로 막대한 보상금을 지불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자국 기술로만 바다를 채우겠다며 에너지 장벽을 구축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Oilprice.com)은 지난 3(현지시간) "유럽은 해상풍력을 안보의 핵심으로 삼는 반면, 미국은 다시 석유와 가스라는 전통적 주권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데이터 박스] 대서양 에너지 분화에 따른 한국 경제 3대 핵심 지표.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데이터 박스] 대서양 에너지 분화에 따른 한국 경제 3대 핵심 지표. 도표=글로벌이코노믹


메이드 인 유럽선언한 프랑스… 영국은 세계 최대 풍력단지 연결


유럽은 더 이상 에너지를 외부,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가 큰 중동이나 러시아에 맡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위기로 유럽 에너지 시장이 다시 요동치자, 유럽 연합(EU) 주요국은 재생에너지를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닌 국가 생존 전략으로 격상했다.

프랑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12기가와트(GW) 규모의 해상 및 부유식 풍력 발전 단지 입찰을 진행하며 파격적인 조건을 걸었다. 롤랑 레스퀴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번 입찰은 유럽의 기술, 유럽의 공장, 유럽의 노동자를 우선하는 메이드 인 유럽원칙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며 "이는 산업 공급망 전체의 통제력을 확보하려는 장기 포석"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역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인 2.9GW혼시(Hornsea) 3’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지난달 26일 해저 케이블을 해안에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2027년 완공 시 33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덴마크 오스테드(Ørsted)와 벨기에 얀데눌(Jan De Nul) 등 유럽 기업들이 원팀으로 움직이고 있다.

1.5조 보상금 주고 풍력 셧다운… 미국의 위험한 도박


반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는 정반대다. 미국은 다각화된 에너지 구조 대신, 기존 화석연료 자산의 수익성을 극대화해 에너지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TotalEnergies)에 약 10억 달러(15100억 원)라는 거액의 보상금을 지급하며, 4GW 규모의 해상풍력 사업권을 포기하도록 유도했다. 정부가 나서서 재생에너지 사업 철수를 종용하고 그 자금을 석유와 가스 시추 확대에 재투입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패트릭 푸얀 토탈에너지 최고경영자(CEO)"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에 따라 해상풍력 사업 참여를 재검토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미국 내 에너지 가격을 낮출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기후 변화 대응 비용을 키우고 글로벌 재생에너지 주도권을 유럽과 중국에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셰일 생산 기반을 활용한 공급 확대 전략이 에너지 가격 안정과 인플레이션 억제에는 효과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에너지 블록화시대, 한국이 주목해야 할 3가지 지표


대서양 양안의 에너지 노선 분화는 단순히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에너지 공급망이 친환경화석연료블록으로 갈라질 경우,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에는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글로벌 시장 향방을 가를 핵심 리스크로 다음 세 가지를 꼽는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강화에 따른 통상 갈등이다. 유럽이 재생에너지 중심의 공급망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탄소 배출 규제를 강화할 경우, 국내 철강 및 석유화학 업계의 수출 단가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미국의 화석연료 회귀는 액화천연가스(LNG) 수급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수출 통제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국내 발전 및 가스 요금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조적 취약점이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유럽의 해상풍력 확대는 국내 전력 장비 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유럽이 공급망 내재화를 추진함에 따라 기술력을 갖춘 국내 전선 및 변압기 기업들의 현지 시장 진출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전력 인프라, 해저케이블, 변압기 등 그리드 산업이 새로운 수출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에너지 정책이 갈라지는 만큼, 우리 기업들도 지역별 맞춤형 대응 전략을 정교하게 수립해야 한다"라는 제언이 나온다.

시장의 일반적인 평가는 미국이 화석연료를 통해 에너지 지배(dominance)’를 노리는 사이, 유럽은 자율성(autonomy)’을 확보해 장기적인 안보 체력을 기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미국의 화석연료 회귀가 단기적인 공급 확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탄소 중립을 무역 장벽으로 활용하는 유럽과의 통상 마찰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앞으로 우리 기업들은 △유럽 내 현지 생산 시설 확충, △미국발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른 원가 관리, △양측의 상이한 탄소 규제에 대응하는 투트랙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