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빅3’의 몰락, 판매량 20년 전 대비 80% 급감하며 브랜드 폐기 기로
5월 ‘투자자 날’ 운명의 결단… 전기차 전환 실패와 수익성 악화가 부른 고립 분석
5월 ‘투자자 날’ 운명의 결단… 전기차 전환 실패와 수익성 악화가 부른 고립 분석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크라이슬러는 현재 판매 차량이 미니밴 '퍼시피카'가 유일한 기형적 구조에 놓여 있다.
모기업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오는 5월 21일로 예정된 ‘투자자 날(Investor Day)’에서 브랜드의 존폐를 가를 최후의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맷 매컬리어(Matt McAlear) 크라이슬러 최고경영자(CEO)는 뉴욕 오토쇼에서 브랜드 부활을 선언했으나, 천문학적인 실적 악화와 중국 전기차의 공세 속에서 홀로 남겨진 크라이슬러의 생존 가능성에 업계의 의구심은 깊어지고 있다.
크라이슬러의 위기는 단순한 부진을 넘어 브랜드의 존립 기반이 흔들리는 수준에 이르렀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시장 지배력의 상실이다.
지난해 크라이슬러의 미국 내 판매량은 약 12만 6000대에 머물렀다. 이는 65만 대에 육박했던 2005년 판매 실적과 비교하면 20년 사이 80% 이상의 수요가 증발한 결과다.
한때 세단부터 SUV, 스포츠카까지 망라했던 화려한 제품군은 현재 미니밴 모델인 ‘퍼시피카’ 단 하나로 좁혀졌다. 지프(Jeep), 램(Ram), 닷지(Dodge) 등 무려 14개 브랜드를 거느린 스텔란티스 그룹 내에서도 단일 모델로 버티는 브랜드는 크라이슬러가 유일하다.
이러한 개별 브랜드의 고립은 모기업 전체의 위상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텔란티스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23년 8.0%에서 지난해 7.6%로 하락하며 역성장했다.
38조 원 손실의 늪과 ‘전동화 역설’
크라이슬러가 신차를 내놓지 못하고 방치된 배경에는 모기업 스텔란티스의 심각한 재무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최근 2025년 회계연도 기준 약 223억 유로(한화 약 38조 7900억 원)의 막대한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천문학적인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는 무리한 전기차(EV) 전환 전략과 그에 따른 자산 상각 비용이 꼽힌다. 스텔란티스는 전기차 공급망 재편과 재고 관리를 위해 약 262억 달러 규모의 일회성 비용을 처리해야 했다.
수익성이 높은 픽업트럭과 대형 SUV 브랜드에 자본이 집중되는 사이, 크라이슬러는 신규 플랫폼 투자 순위에서 밀려나며 고사 위기에 처한 것이다.
월가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스텔란티스가 생존을 위해 수익성이 낮은 브랜드를 과감히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5월 21일 ‘운명의 날’, 부활인가 폐기인가
이제 시장의 모든 시선은 오는 5월 21일 미시간주 오번 힐스에서 열리는 ‘스텔란티스 투자자 날’로 향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안토니오 필로사(Antonio Filosa) 스텔란티스 CEO가 부임 후 브랜드별 장기 로드맵을 확정 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매컬리어 CEO는 이번 오토쇼에서 퍼시피카의 부분 변경 모델을 공개하며 "브랜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겠다"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업계의 평가는 여전히 냉정하다. 미니밴 시장 자체가 점차 축소되는 상황에서 단일 모델의 개선만으로는 브랜드 전체를 회생시키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GM이 폰티액과 올즈모빌을 폐기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던 것처럼, 스텔란티스 역시 30조 원이 넘는 적자를 메우기 위해 크라이슬러 브랜드 폐기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100년 역사의 크라이슬러가 전기차 시대의 새로운 주역으로 부활할지, 아니면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는 이번 5월 발표될 제품 포트폴리오의 확장 여부에 달려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