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테슬라 옵티머스, 중국 부품 빼면 제조원가 3배 폭등

글로벌이코노믹

테슬라 옵티머스, 중국 부품 빼면 제조원가 3배 폭등

구동 부품 원가의 55%가 중국산…"탈중국 시 4만 6000달러→13만 1000달러"
중국, 글로벌 인간형 로봇 판매량 90% 장악…한국 K-휴머노이드 연합 추격 나서
로봇이 실제로 걷고 팔을 뻗게 만드는 모터·감속기·센서 같은 몸통 부품은 사실상 중국이 독점 공급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로봇이 실제로 걷고 팔을 뻗게 만드는 모터·감속기·센서 같은 몸통 부품은 사실상 중국이 독점 공급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당신이 사려는 그 미래형 로봇은 정말 '메이드 인 아메리카'일까?" 인간형 로봇 산업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새로운 전선으로 떠오른 가운데, 두 나라의 역할 분담이 충격적일 만큼 선명하게 갈리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로 로봇에게 '생각하는 능력'을 심어주는 건 미국이지만, 그 로봇이 실제로 걷고 팔을 뻗게 만드는 모터·감속기·센서 같은 몸통 부품은 사실상 중국이 독점 공급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일(현지시각) 이 구조적 분업을 심층 취재해 보도했다.

올라프 다리부터 옵티머스 관절까지…중국산이 움직인다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지난달 공개 행사에서 선보인 디즈니 캐릭터 로봇 '올라프'는 이 구조를 한눈에 보여주는 사례다.

올라프의 목과 다리를 작동시키는 구동 부품은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Unitree)가 공급했다고 디즈니 연구논문은 밝히고 있다. 생각하는 두뇌는 엔비디아와 구글, 움직이는 몸통은 중국 기업이 만든 셈이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인간형 로봇 총 제조원가 가운데 모터·감속기 등 구동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55%에 이른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공급망을 그대로 활용하면 로봇 제조원가를 최대 3분의 2까지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중국 부품을 배제하면 어떻게 될까. 모건스탠리 자료를 인용한 인터레스팅엔지니어링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 옵티머스 2세대 제조원가는 중국 공급망 없이는 4만 6000달러(약 6900만 원)에서 13만 1000달러(약 1억 9700만 원)로 세 배 가까이 치솟는다.

테슬라가 목표로 내세운 2만 달러(약 3000만 원) 이하 대중화 가격은 중국 없이는 수식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젠슨 황은 지난달 팟캐스트에서 "중국의 마이크로 전자부품, 모터, 희토류, 자석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세계 로봇 산업은 이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현재 중국에 별도 팀을 꾸려 옵티머스 양산을 위한 현지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WSJ 취재에 따르면 테슬라 직원들은 중국 내 센서·모터·감속기 제조업체들을 방문했으며, 올해 수천 대분 부품 발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올해 초 "테슬라가 3년 전부터 수백 개 중국 부품 업체와 관계를 맺어왔으며 일부는 연구개발 단계부터 하드웨어 설계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아이폰을 완성한 '애플 체인'에 빗대어 '옵티머스 체인'이라 부른다.

테슬라의 중국 의존도는 이미 한 차례 부메랑이 됐다. 지난해 중국이 희토류 자석 수출을 제한하자 테슬라는 옵티머스에 쓰이는 희토류 자석 비중을 줄여야 했다고, 공급망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이 WSJ에 전했다.

일부 중국 부품 업체들은 미국의 대중 관세를 피하기 위해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 생산설비를 따로 갖추는 방식으로 우회 납품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판매량 90% 돌파, 한국 K-휴머노이드 연합 추격전 시작

수치만 놓고 보면 미·중 격차는 이미 단순한 경쟁 구도를 넘어섰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와 국제데이터공사(ID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팔린 인간형 로봇은 1만 3000~1만 8000대이며, 이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90% 이상을 차지했다.

유니트리 한 곳만 지난해 5500대 이상을 출하했는데, 이는 테슬라가 목표로 세웠다가 달성에 실패한 2025년 출하 목표치(5000대)를 단독으로 웃도는 숫자다.

옴디아 수석 애널리스트 리안 지에 수(Lian Jye Su)는 올해 2월 25일 온라인 세미나에서 "중국 인간형 로봇 업체들이 자국산 부품 비중을 꾸준히 높이고 있으며, 이는 원가 경쟁력·공급망 안정성·시장 출시 속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효과를 낳는다"고 설명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의 에단 치(Ethan Qi) 애널리스트도 "중국의 공급망 깊이가 다른 지역보다 현저히 낮은 제조원가로 로봇을 개발·생산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유니트리의 G1 모델은 대당 1만 6000달러(약 2400만 원)에 팔리는데, 미국이나 한국 스타트업이 아직 근접조차 못 하는 가격대다.

중국 정부는 인간형 로봇을 향후 5년간 경제를 이끌 6대 미래 산업 중 하나로 지정했고, 오는 2027년까지 독자 공급망 완성을 목표로 정부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쏟아붓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2035년 인간형 로봇 시장 규모가 380억 달러(약 57조 3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고, RBC캐피털마켓은 2050년 9조 달러(약 1경 3590조 원) 규모 시장에서 중국이 6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뒤늦게 추격전에 뛰어든 상황이다. 산업통상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K-휴머노이드 연합'과 '제조 자동화혁신(AX) 얼라이언스', '피지컬 AI 글로벌 얼라이언스' 등 세 개 민관 협의체를 잇따라 출범시켰다.

현대차그룹·삼성전자·LG전자와 레인보우로보틱스·두산로보틱스 등이 참여해 부품 표준화와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내걸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보유한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은 올해 초 공개석상에서 "미래에는 엔비디아 칩이 자동차와 로보틱스로 들어와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도 경계 태세다. 미국 의회는 올해 2월 초당파 하원의원들이 로봇 분야 미국 경쟁력과 공급망 위험을 점검할 위원회 설치 법안을 발의했다.

인간형 로봇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중국 부품이 공급망 핵심 고리를 쥔 현재 구조는 기술 문제를 넘어 안보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워싱턴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인간형 로봇 시대의 패권 지형이 굳어지기 전에, 두뇌와 몸통 사이 어딘가에서 한국이 자신만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가 진짜 질문이 되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