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과잉투자에 경쟁 심화…이미 임계점에 도달, 수익 없는 버블 현실화 임박
호르무즈 봉쇄에 유가 40~50% 폭등…연준도 '외통수',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현실화
연준 차기 의장 후보 워시의 'AI 생산성 금리 인하론'은 근거 없는 낙관론
호르무즈 봉쇄에 유가 40~50% 폭등…연준도 '외통수',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현실화
연준 차기 의장 후보 워시의 'AI 생산성 금리 인하론'은 근거 없는 낙관론
이미지 확대보기"AI 버블, 1990년대 닷컴보다 더 큰 충격 예고"
스티글리츠 교수는 현재 AI 투자 열풍을 구조적 버블로 규정했다. 그는 지난달 8일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성장의 약 3분의 1이 AI 관련 활동(특히 데이터센터 투자)에 기대고 있다며 이 구조 자체가 버블의 전형적 패턴이라고 진단했다. 단기적으로는 성장을 지탱하는 동력이지만 이 지지대가 무너지는 순간 그 충격은 경제 전반으로 퍼진다는 논리다.
그가 버블로 보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시장은 AI가 기술적으로 성공하고, 동시에 경쟁이 제한될 것이라는 이중 가정 위에 고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미국 빅테크 간 경쟁은 물론 중국 딥시크(DeepSeek), 유럽 AI 기업들과의 글로벌 각축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기술이 성공하더라도 경쟁이 치열하면 기업 이익은 제로(0)에 수렴한다"는 것이 그의 핵심 논리다. 이 경우 버블 붕괴는 1990년대 닷컴 사태보다 훨씬 심각한 거시경제 충격을 낳을 것이라는 경고다.
실제로 엔비디아 등 AI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닷컴 버블 절정기와 비슷한(일부는 웃도는) 수준까지 치솟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메타가 2026년에만 AI 인프라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자본지출(CAPEX) 합계는 시장 추정 기준 3000억 달러(약 448조 원)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 엄청난 투자를 회수하려면 사실상 시장 독점에 가까운 수익구조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도 이 불안이 현실이 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4 선점으로 단기 수혜를 누리고 있지만, AI 투자 사이클이 꺾이는 순간 고부가가치 메모리 수요가 동반 수축할 수 있다는 걱정이 시장에 깔려 있다. 삼성전자 역시 역대급 실적(2026년 분기 실적 잠정치 57조 원)을 보였지만, 지속 가능성은 AI 투자 호황이 좌우하는 형국이다. 스티글리츠 교수의 경고가 현실화된다면 국내 반도체 수출 전선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이란 전쟁, '복합 공급 충격'으로 스태그플레이션 방아쇠 당겨
스티글리츠 교수는 지난달 16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AFP와 만나 "전쟁 이전에도 미국 경제는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직전이었다"면서 "전쟁이 그 임계점을 넘기게 했다"고 진단했다. 2026년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사실상 봉쇄 수준으로 위축시켰다. 세계 원유 공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이 길목이 막히자 국제유가는 최대 40~50% 수준까지 치솟았다.
경제 메커니즘은 단순하지 않다. 원유 가격 상승 → 휘발유·물류비 상승 → 식품·생필품 가격 상승 → 소비심리 위축 → 성장 둔화로 이어진다. 비료 원료인 천연가스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글로벌 식량 물가에도 이중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소비 물가와 성장률 사이의 괴리가 벌어지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패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스티글리츠 교수가 가장 염려하는 건 타이밍이다. 2025년 한 해 동안 미국 노동시장은 실질적인 신규 일자리 순증이 멈췄고, 실업률은 상승세로 전환됐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2년 이상 연속 감소 중이다. 이미 체력이 떨어진 경제에 에너지 공급 충격과 관세발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들이닥친 것이다. 기업들은 관세 향방도, 전쟁의 지속 기간도, 에너지 가격도 모두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연준 '외통수'…워시 낙관론은 정책 신뢰도 훼손
제롬 파월 현 미 연준 의장의 딜레마를 스티글리츠 교수는 '불가능한 선택'이라고 표현했다. 금리를 올리면 이미 약해진 실물경제에 추가 타격을 주고, 내리면 공급 충격 인플레이션을 방조했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렵다. 공급 충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수요를 억제하는 금리 인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스티글리츠 교수의 일관된 입장이다.
더 큰 문제는 차기 연준 의장 지명자 케빈 워시의 기조다. 워시는 CNBC 인터뷰에서 "AI가 모든 것의 가격을 낮출 것이며 미국이 최대 수혜국이 될 것"이라면서 AI 생산성 향상을 근거로 금리 인하 여지가 충분하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 주장에 대해 "AI 생산성 향상이 향후 1~2년 내에 거시경제 지표에 반영될 것으로 보는 주류 경제학자는 없다"면서 워시의 발언이 정책 신뢰도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연준 내부에서도 이미 논란이 되고 있다. 연준 이사 마이클 바는 "AI 붐이 단기적으로 금리 인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 오스탄 굴스비 역시 AI 생산성을 근거로 경기를 과열 운영하는 것에 강한 경계심을 표명했다. 선물 시장도 이미 2026년 내 금리 인하폭을 50bp 수준으로 제한하며 워시의 낙관적 전망에 거리를 두고 있다.
"관세는 해법 아니다"…포용적 산업 전략만이 돌파구
스티글리츠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현대 제조업은 로봇과 자동화가 주도하고 있어 관세를 올린다고 사라진 일자리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관세의 물가 상승효과는 소득 하위 10% 가구에 가처분소득 약 3.5%P 감소라는 역진적 부담을 안기는 것으로 예일대 예산연구소가 분석했다.
그는 미국 경제의 체질 개선 방향으로 교육·의료·서비스 혁신 경제를 제시했다. 전체 노동력의 14%를 차지하는 교육 분야와 GDP의 20%에 이르는 의료 분야에서 AI는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역할로 정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직업 재훈련 프로그램과 사회안전망 구축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현재 미국에는 그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지금 지켜봐야 할 지표 3가지
스티글리츠 교수의 경고가 현실화되는지 여부를 가늠하려면 세 가지 지표를 주시해야 한다. 첫째, 빅테크 CAPEX 증가율이 꺾이는 시점이다. 투자계획 상향이 멈추거나 일부 기업이 조정에 나설 경우 AI 버블 디레버리징의 신호탄이 된다. 둘째, HBM 단가와 가동률 추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 수주 잔고와 실제 출하량 간 괴리가 커진다면 AI 수요 과대평가가 드러나기 시작한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셋째, 미국 근원 PCE 물가와 실업률의 동반 상승 여부다. 두 지표가 동시에 오르는 국면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수치로 확인되는 순간이며, 연준이 더 이상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
지금 세계 경제가 직면한 것은 단순한 금리나 경기 사이클의 문제가 아니다. 스티글리츠 교수의 진단을 한 줄로 압축하면 이렇다. '생산성·불평등·정책신뢰'라는 삼각형이 동시에 무너지는 가운데 AI 낙관론과 전쟁 리스크가 충돌하며 가장 취약한 고리를 건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이 파고를 피해갈 수 없다면, 선제적인 에너지 안보 다변화, HBM 이후 차세대 먹거리 확보 그리고 AI 전환기 인력 재배치 전략을 지금 당장 점검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