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전자과기대, 범용 실리콘 공정으로 SWIR 제작 성공… 비용 99% 절감 '파괴적 혁신'
안개·연기 뚫는 '천리안' 기술, 자율주행·로봇 탑재 예고… 소니·TSMC와 대등한 수준
글로벌 센서 시장 주도권 '고가 소량'서 '저가 대량' 이동… 미중 기술 패권 전쟁 새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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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센서 시장 주도권 '고가 소량'서 '저가 대량' 이동… 미중 기술 패권 전쟁 새 변수
이미지 확대보기그동안 안개와 어둠을 뚫고 물체를 식별하는 '단파적외선(SWIR)' 기술은 오직 군사 무기나 최첨단 위성에만 허락된 전유물이었다. 칩 하나 가격만 수백만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6년, 중국 연구진이 이 비싼 몸값을 단돈 '10달러'(약 1만 4975원)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마법 같은 공정을 찾아내며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 거대한 파란을 예고했다. 단순한 가격 파괴를 넘어, 누구나 군사급 탐지 능력을 손안에 쥐게 되는 이른바 '기술 민주화'의 막이 오른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7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중국 시안전자과기대(시디엔대학교) 후후이용 교수 연구팀은 기존 반도체 제조 공정을 활용해 고성능 SWIR 칩을 저렴하게 생산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성과는 그간 천문학적인 비용 탓에 군사 용도로 국한됐던 기술을 민간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군사급 감지력을 일반 실리콘 공정을 통해 99% 저렴하게 만드는 데 있다.
비싼 '인듐' 대신 '실리콘' 선택… 비용 99% 절감의 마법
그동안 SWIR 카메라는 안개와 연기를 뚫고 물체를 식별하거나 완전한 어둠 속에서도 선명한 촬영이 가능해 '꿈의 렌즈'로 불렸다. 하지만 핵심 부품인 칩 하나를 만드는 데 수백에서 수천 달러가 들었다. 이는 희귀하고 비싼 소재인 인듐갈륨비소(InGaAs)를 사용해야 하는 데다, 일반적인 반도체 양산 공정과 호환이 어려워 생산 효율이 극히 낮았기 때문이다.
후후이용 교수팀은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스마트폰 두뇌(AP) 등을 만들 때 흔히 쓰는 실리콘-게르마늄(SiGe)과 상보형 금속산화물 반도체(CMOS) 공정을 도입했다. 연구팀의 왕리밍 연구원은 "기존 InGaAs 기반 칩과 비교하면 이론상 최대 99%까지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며 "이제는 고급 적외선 검출기를 스마트폰 칩과 같은 방식과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소재만 바꾼 것이 아니다. 실리콘과 게르마늄은 원자 간 거리가 약 4.2% 차이 나기에 이를 겹쳐 만들면 결함이 생기기 쉽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두 재료 사이에 완충층을 넣고 특수 열처리와 화학 기법으로 전류 누설을 막는 밀봉 기술을 적용했다. 해당 기술은 IEEE(국제전기전자공학회) 관련 학술 논문을 통해 검증을 거쳤으며, 이미 2건의 특허 등록을 마쳐 기술적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개 뚫는 자율주행차부터 로봇까지… 민수 시장 '공세'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가장 먼저 자율주행차 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하는 라이다(LiDAR)나 일반 카메라는 짙은 안개나 눈보라 속에서 식별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하지만 저가형 SWIR 칩이 보급되면 기상 악화 상황에서도 사고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산업 현장의 모습도 달라진다. 공장에서는 SWIR 카메라를 이용해 불투명한 포장지 내부를 들여다보며 제품 결함을 실시간으로 찾아낼 수 있다. 어둠 속에서 활동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장애물에 부딪히지 않고 정교하게 움직이는 것도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우리 손안의 스마트폰 카메라가 어둠 속에서도 DSLR급 사진을 찍거나 안개 낀 풍경을 선명하게 담아내는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지신 반도체' 연내 양산… 기술 민주화인가 패권의 역습인가
중국은 이번 기술을 단순한 연구 성과에 머물게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시안전자과기대 항저우공과대학은 연구팀의 자체 회사인 '지신 반도체'를 통해 설계부터 생산까지 이어지는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했다. 현재 전용 실리콘-게르마늄 생산 라인을 건설하고 있으며, 오는 연말까지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돌파구가 단순히 가격 파괴를 넘어, 중국이 서방의 반도체 규제를 피해 범용 공정만으로도 고부가가치 전략 부품 시장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군사 및 고급 실험실에 갇혀 있던 폐쇄적 기술이 중국의 막대한 양산 능력을 등에 업고 민간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사안은 글로벌 광학 센서 시장의 주도권이 '고가·소량'의 서방 체제에서 '저가·대량'의 중국 체제로 급속히 이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군용 SWIR 기술의 민간 확산은 향후 미국의 수출 통제나 안보 규제 대응에도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으로 실리콘 기반 적외선 기술이 어디까지 영토를 넓힐지, 이에 맞선 한국과 일본 기업들의 수성 전략은 무엇일지 세계 반도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편 중국의 단파적외선(SWIR) 칩 저가 양산 기술이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을지는 향후 세 가지 핵심 지표에 달려 있다.
우선 시안전자과기대와 지신 반도체가 추진 중인 실리콘-게르마늄 전용 라인의 실제 '양산 수율'이 관건이다. 실험실 수준의 성과를 넘어 연말부터 본격 가동될 양산 현장에서 결함 없는 칩을 일정 수준 이상 뽑아낼 수 있는지에 따라 가격 파괴의 현실화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동시에 소니와 TSMC 등 '글로벌 탑티어' 기업들의 방어 전략도 주시해야 한다. 이들이 기존 고가 정책을 고수할지, 아니면 중국의 공세에 맞서 차세대 저가형 공정을 앞당겨 출시하며 '가격 맞불'을 놓을지가 시장 주도권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수출 규제'다. 미 상무부가 범용 반도체 공정을 활용한 이번 기술을 군사·민간 이중용도(Dual-use) 핵심 기술로 규정하고, 장비나 소재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 카드를 꺼내 들 경우 중국의 양산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향후 1년이 글로벌 광학 센서 시장의 패권이 재편되는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