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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누빌 무인 함대, 한국 조선과 손잡나... 미 해군이 우리 조선소로 향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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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누빌 무인 함대, 한국 조선과 손잡나... 미 해군이 우리 조선소로 향한 이유

자국 내 건조 한계 부딪힌 미국과 세계 최강 제조 역량 갖춘 한국의 전략적 결합
엠알오(MRO) 시장 넘어 차세대 무인 전단 구축까지... 한미 방산 공급망의 새로운 분기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로조선소 4번독(도크)에서 국가안보다목적선박 건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로조선소 4번독(도크)에서 국가안보다목적선박 건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망망대해 위에 승조원이 한 명도 타지 않은 무인 군함들이 대열을 맞춰 항해하는 풍경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 해군이 인공지능 기술을 집약해 추진 중인 무인 함대 프로젝트 고스트 플릿이 실험 단계를 거쳐 실전 배치를 향한 속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 해군은 자국 내 조선소의 건조 능력 정체와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을 갖춘 한국 조선업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미국 국방부와 해군 수뇌부가 한국 주요 조선소를 잇달아 방문하며 한국의 건조 공정과 MRO(유지, 보수, 정비를 뜻하는 영문 약자) 역량에 극찬을 보낸 것은 이례적인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미국은 자국의 설계 및 소프트웨어 역량과 한국의 압도적인 함정 제조 기술을 결합하여 태평양의 해상 주도권을 지키려는 복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는 한국 방산이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미국 해양 안보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진입하는 역사적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승조원 없는 유령선, 태평양의 장막을 걷다


고스트 플릿 오버로드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경로를 탐색하고 적의 위협을 식별하며 필요시 교전까지 수행하는 무인 전함 체계의 정점이다. 기존의 거대 이지스함 한 척이 수행하던 임무를 수십 척의 소형 무인 전함이 나누어 맡음으로써 작전 효율은 극대화하고 인명 피해 리스크는 제로에 가깝게 줄였다. 전장의 안개 속에서 보이지 않는 눈으로 적을 감시하는 이 유령 함대는 미래 해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펜타곤의 고민, 설계는 있는데 지을 곳이 없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AI 설계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실현할 조선 산업 기반은 노후화와 인력 부족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신규 함정 건조는 수년씩 지연되고 기존 함정의 수리조차 제때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펜타곤은 눈을 돌려 세계 1위의 건조 효율을 자랑하는 한국을 찾아냈다. 표준화된 공정과 초정밀 건조 시스템을 갖춘 한국 조선소는 미국의 복잡한 무인함 설계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현실화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한국 조선의 신무기, 디지털 트윈으로 설계하는 무인함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국내 대표 조선사들은 단순한 강철 용접을 넘어 가상 공간에 실제 배와 똑같은 모델을 만들고 시뮬레이션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무인함은 수만 개의 센서와 데이터 전송 장치가 오차 없이 배치되어야 하기에 고도의 정밀 설계가 필수적이다. 한국 조선소의 디지털 건조 역량은 미 해군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무인 체계 통합 환경을 완벽하게 충족하며 신뢰를 쌓고 있다.

70조 MRO 시장, 무인 함대가 여는 새로운 황금어장


무인함은 사람이 타지 않는 특성상 24시간 가동률이 높고 하드웨어 소모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는 군함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유지, 보수, 정비하는 MRO 시장의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짐을 의미한다. 미 해군 함정의 MRO 거점을 한국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은 향후 고스트 플릿의 전진 기지 역할을 한국 조선소가 맡게 될 것임을 시사하며 수십 조 원 규모의 새로운 먹거리를 예고하고 있다.

LIG넥스원과 비궁, 무인함의 주먹이 된 국산 유도무기


한국의 기여는 선체 건조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 미 해군의 무인 수상정 테스트에서 성능을 입증한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을 비롯한 국산 무기체계들이 고스트 플릿의 핵심 타격 자산으로 검토되고 있다. AI가 찾아낸 적을 한국산 유도무기가 정밀 타격하는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한국 조선업과 방위 산업 전체가 미국의 차세대 해상 안보 생태계의 중추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다.

기술 동맹인가 하청 기지인가, 제조 주권의 딜레마


미국의 전략적 SOS는 한국 조선업에 유례없는 기회인 동시에 냉혹한 도전이다. 미국의 설계 표준에 맞춰 배만 찍어내는 하청 기지에 머문다면 장기적인 제조 주권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조 역량을 지렛대 삼아 무인 함대의 핵심 제어 알고리즘과 인터페이스 표준 설정 과정에 한국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미국의 해상 뇌와 한국의 강철 몸이 결합하는 지금이 바로 한국 조선이 단순 제조를 넘어 해양 AI 강국으로 도약할 골든타임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aed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