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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PI 3월 3%대 전망…이란전쟁이 쪼갠 부자와 서민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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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PI 3월 3%대 전망…이란전쟁이 쪼갠 부자와 서민 경제

유가 42% 폭등·명품 소비 12% 급반등…K자형 양극화 이란전쟁으로 더 선명해져
국채 금리 4.46% 돌파·연준 금리동결 딜레마…한국 수출·에너지에도 직접 파급
미국 대형마트.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대형마트. 사진=연합뉴스
고급 부티크 앞에 줄이 서는 동안, 주유소 앞에서도 줄이 선다. 같은 미국, 같은 시간대의 풍경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28일(현지시각) 이란을 공습한 지 40여 일이 지난 지금, 전쟁이 미국 경제에 새긴 흔적은 단순한 물가 상승이 아니라 부유층과 저소득층의 삶이 정반대 방향으로 갈라지는 'K자형 양극화'의 가속화로 드러나고 있다.

더스트리트(TheStreet)가 지난 8일(현지시각) 단독 입수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내부 보고서와,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가 같은 날 보도한 물가·금리 분석을 JP모건,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산업통상부 등 국내외 복수 기관 최신 자료와 함께 정밀 분석했다.

주유소·마트·공항까지…에너지 충격이 훑고 간 자리


오는 10일(현지시각)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하는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이란전쟁의 첫 번째 공식 경제 청구서다. 전쟁 발발 이전 배럴당 약 67달러(약 9만 9000원)였던 미국 유가는 약 95달러(약 14만 원)로 42%가량 치솟았다.

그 충격은 미국자동차협회(AAA)가 지난 7일(현지시각) 집계한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에 즉각 반영됐다. 갤런당 4.14달러(약 6120원)로 1년 전 3.26달러(약 4820원)보다 27% 뛰었고, 한 달 전 3.41달러(약 4640원)와 비교해도 불과 30일 사이에 70센트 넘게 올랐다.

BofA 시큐리티스 이코노미스트들은 "3월 CPI는 에너지 가격의 한 달 새 10.6% 급등을 반영해 전월 대비 0.9%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의 물가 예측 모델은 3월 CPI 연율 상승률이 2월의 2.4%에서 3.16%로 뛸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BLS의 공식 발표가 이를 확인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EY-파테넌(EY-Parthenon)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그레고리 다코(Gregory Daco)는 "유가 급등으로 3월 월간 물가 상승률이 최대 1%에 이를 수 있다"며 "이는 4년 만에 가장 높은 월간 상승폭"이라고 말했다.

미국 가계는 연간 평균 약 2500달러(약 370만 원)를 주유비로 지출하고 있어 저소득층 소비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유가 충격은 주유소에서 멈추지 않는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가격 급등 가능성이 높은 품목으로 항공유, 철강, 알루미늄, 천연가스, 비료, 플라스틱을 꼽았다.

철강·알루미늄·플라스틱을 원재료로 쓰는 자동차 업계는 신차 가격이 오르고, 그 여파가 중고차 시장으로 번졌다. 콕스오토모티브(Cox Automotive) 최신 자료에서 중고차 가격은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찍었다.

비료 원가 상승은 농업 생산비를 끌어올려 식료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항공사들은 연료비 급등을 이기지 못해 노선을 취소하거나 수하물 요금 인상에 나섰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유가 급등과 함께 수요가 급격히 꺾이면서 에너지발 물가 상승이 어느 정도 상쇄됐다. 이번에는 다르다.

고용 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에너지 충격만 단독으로 지속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수요 파괴 없이 공급 충격이 이어지는 구조에서 저소득층이 가장 먼저, 가장 깊이 타격을 받는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13분기 침체 끝낸 명품 소비 폭발…부유층은 전쟁을 모르는가


유가 충격이 저소득층을 짓누르는 사이, 같은 미국 경제 안에서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BofA의 애널리스트 애슐리 월리스(Ashley Wallace)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명품 지출은 2025년 4분기 이전까지 13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소비 회복의 낙오자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흐름이 극적으로 뒤집혔다.

2025년 4분기에 전년 대비 약 1% 성장으로 플러스로 돌아서더니, 2026년 1분기에는 증가율이 약 10%로 뛰었다. 월리스는 "3월 21일까지의 월간 자료를 보면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12% 안팎"이라고 말했다.

BofA는 "모든 소득 계층에서 명품 지출이 회복되고 있으나 증가 폭은 고소득층에서 단연 두드러진다"며 "이는 소비 지출 전반에서 목격되는 K자형 양극화 구조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고 밝혔다.

BofA는 이어 "명품 지출이 미국 전체 자유재량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고소득층의 따라잡기 소비가 회복을 이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구조를 더 굳히는 것은 생산성 향상이다. BofA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측정 노동 생산성(시간당 산출량)은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으나, 실질 노동소득은 같은 속도로 늘지 않고 있다.

BofA는 "생산성 향상이 기업 이윤 증가로 전환되고 있다"며 "이는 GDP에서 노동소득보다 기업 이윤 몫이 커지고 있음을 뜻한다"고 밝혔다.

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번스틴(AllianceBernstein)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상위 10% 소득 계층이 현재 전체 소비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AI 기술 발전이 자본 대비 노동의 수익률을 높이는 구조에서 이 비중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모건스탠리 웰스 매니지먼트의 리사 샬렛(Lisa Shalett)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3년간 소비 지출이 견조했던 것은 주식의 80%를 보유한 상위 40% 가구의 자산 효과 덕분"이라며 "소득 하위 60% 가구에 대한 압박이 계속 커진다면 소비 둔화→소매판매 감소→실질 가처분소득 위축→GDP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채 금리 4.46%·방위비 지출 급증…전쟁의 두 번째 청구서


물가 급등보다 더 무거운 그림자는 전쟁 비용이 미국 재정과 금융시장에 남기는 흉터다.

지난 3월 27일(현지시각)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높은 4.46%까지 올라섰다.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은 최근 주주서한에서 "파티의 스컹크는 물가가 서서히 내려가는 대신 서서히 올라가는 시나리오"라며 "이 하나만으로도 금리는 오르고 자산 가격은 떨어질 수 있다. 금리는 모든 자산 가격에 중력처럼 작용한다"고 경고했다.

윌밍턴트러스트(Wilmington Trust)의 채권 부문 책임자 랜디 보겔(Randy Vogel)은 "유가가 오르면 물가가 오르고, 물가가 오르면 금리가 오른다"고 말했다. 크레딧사이츠(CreditSights)의 전략 책임자 위니 시사(Winnie Cisar)는 "이미 크게 불어난 재정 적자에 방위비 지출까지 늘면, 투자자들은 국채 발행 폭증을 예상하고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하버드대 교수이자 IMF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 케네스 로고프(Kenneth S. Rogoff)는 최근 기고문에서 미국 순부채가 이미 GDP의 100%에 육박하고 있어 전쟁 비용이 더해질 경우 국채 금리 급등과 자산 가격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JP모건 글로벌 리서치는 유가가 상반기까지 배럴당 80달러(약 11만 8000원) 수준을 유지할 경우 세계 GDP 성장률이 연율 기준 0.6%포인트 하락하고, 세계 CPI는 1%포인트 넘게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수출 800억 달러 돌파…한국은 K자형 수혜와 위협 사이


이란전쟁발 물가·양극화 충격은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를 비켜가지 않는다.

산업통상부가 지난 1일 발표한 '3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3월 수출은 861억 3000만 달러(약 127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48.3% 늘어 월간 기준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반도체가 전년 동월 대비 151.4% 뛰어오르며 수출액 328억 달러(약 48조 5700억 원)로 단일 품목 최초로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AI 서버 투자 확대가 메모리 수요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린 결과다. 그러나 중동 수출은 전쟁 영향으로 49.1% 급감했다.

여기서 주목할 연결 고리가 있다. 미국의 K자형 양극화에서 명품 소비를 이끄는 고소득층은 바로 AI 투자 열풍의 최대 수혜자들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요를 폭발시키는 AI 서버 투자와 미국 부유층의 자산 팽창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미국 K자형의 상단 곡선이 버티는 한 한국 반도체 수출 호황도 유지되는 구조다. 역으로, 금리 상승 속에 부유층 자산 가치가 꺾이기 시작하면 AI 투자 심리도 냉각되고 반도체 수요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되고 있어, 해협 봉쇄 장기화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제조업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교육·정보센터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271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 조사에서 수출기업 지수는 70으로 전분기 대비 20포인트 급락했다. 상반기 최대 리스크로 기업의 70.2%가 '원자재·에너지 비용 상승'을 꼽았고, 정유·석유화학 업종의 BSI는 56까지 내려앉았다.

반도체 수출 비중이 전체의 38.1%까지 불어난 상황에서, 이 단 하나의 버팀목이 흔들릴 경우의 충격을 업계가 조용히 걱정하는 이유다.

연준 금리 3.5%~3.75% 동결…스태그플레이션 공포의 문이 열린다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3월 18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3.50%~3.75%로 묶어두면서,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4%에서 2.7%로 끌어올렸다. 이는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큰 연간 상향 조정 폭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9명 중 7명이 올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카슨 그룹(Carson Group)의 수석 거시 전략가 소누 바르게세(Sonu Varghese)는 "2월 CPI는 폭풍 전야의 고요함이었다"며 "에너지 충격을 배제하더라도 연준은 이미 물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7년 말까지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3달러(약 4440원)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를 올리면 저소득층의 생계 압박이 더 깊어지고, 금리를 묶어두면 물가는 더 달아오른다. 명품 소비를 떠받치는 부유층의 자산 가치가 금리 상승 속에 꺾이기 시작하면 K자형의 상단 곡선마저 꺾이며 미국 소비 전체가 동반 침체로 빠져드는 시나리오도 배제하기 어렵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켈리(David Kelly)는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지만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부유층은 뚜렷한 상승을 누리는 반면, 그 나머지 계층은 소폭 개선에 그친다"고 진단했다.

이란전쟁이 만들어낸 두 얼굴의 미국 경제는, 3월 CPI 발표 하나로 그 진짜 표정을 드러낼 참이다. 월가 일각에서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