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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트리 R1, 알리익스프레스로 해외 출시…세계 최저가 휴머노이드 로봇 72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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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트리 R1, 알리익스프레스로 해외 출시…세계 최저가 휴머노이드 로봇 720만원

테슬라 옵티머스 예상가의 4분의 1 수준…북미·유럽·일본·싱가포르 동시 공략
IPO 10조원 앞두고 글로벌 전자상거래 선점…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판도 변화 전망
유니트리 R1의 국제 시장 시작 가격은 4900달러(약 720만원)로, 현재 구매 가능한 완성형 휴머노이드 로봇 가운데 세계 최저가 수준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유니트리 R1의 국제 시장 시작 가격은 4900달러(약 720만원)로, 현재 구매 가능한 완성형 휴머노이드 로봇 가운데 세계 최저가 수준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산업용 로봇 한 대가 수억 원을 웃돌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640만원짜리 이족보행 로봇이 글로벌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장바구니에 담기는 시대가 도래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일(현지시각) 중국 항저우 소재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가 자사의 최저가 휴머노이드 로봇 'R1'을 알리바바 그룹(Alibaba Group Holding)의 해외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를 통해 다음 주 국제 시장에 첫선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안에 정통한 두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해외 출시는 유니트리가 중국 규제 당국에 상장 예비 서류를 제출한 직후 이뤄진 것으로, 연내 기업공개(IPO)를 향한 사전 정지 작업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20만원짜리 로봇이 뒤흔드는 글로벌 가격 공식


R1의 국제 시장 시작 가격은 4900달러(약 720만원)로, 현재 구매 가능한 완성형 휴머노이드 로봇 가운데 세계 최저가 수준이다. 중국 본토 기준으로는 2만 9900위안(약 640만원)부터 판매되고 있다.

이 수치를 경쟁 업체들과 나란히 놓으면 그 파급력이 선명해진다.

테슬라의 '옵티머스(Optimus)'는 연간 생산 100만대에 도달해야 비로소 2만 달러(약 2960만원) 아래로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밝힌 바 있다.

BMW 공장에서 금속 부품 처리 작업을 시험 중인 피규어 AI(Figure AI)의 '피규어 02(Figure 02)'는 비공식 가격이 5만 달러(약 7400만원) 안팎이다.

독일 베를린과 헝가리 메르세데스-벤츠 물류 시설에서 시범 운용 중인 앱트로닉(Apptronik)의 '아폴로(Apollo)' 역시 양산 시 5만 달러 미만을 목표가로 잡고 있다.

같은 유니트리 제품인 G1(1만 3500달러)과 비교해도 R1은 약 70% 저렴하다. 가트너(Gartner) 애널리스트 빌 레이(Bill Ray)는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에 "4900달러짜리 로봇을 구매하는 데 사업적 근거가 따로 필요하지 않다. 그냥 사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면 된다"고 말했다.

R1은 26개 자유도를 갖추고, 음성·영상을 통합한 다중 모달 인공지능(AI)을 탑재했다. 양안 카메라로 심도 인식이 가능하며, 4 마이크 배열과 스피커를 통한 음성 인식도 지원한다. 탈착식 배터리 기준 약 1시간 가동된다.

'스포츠를 위해 태어났다'는 홍보 문구처럼 옆돌기, 내리막길 달리기, 바닥에서 빠르게 일어서기 등 통상 고가 하드웨어에서나 구현 가능한 고난도 동작을 소화한다.

다만 R1은 아직 공장 조립 라인에 투입할 수 있는 수준의 규격은 아니다. 로봇 업계에서는 R1을 산업용 수요보다는 개발자·연구자·교육 기관을 겨냥한 생태계 확장 플랫폼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알리익스프레스 타고 4개 시장 동시 공략…IPO 전 글로벌 입지 다지기


이번 R1의 1차 해외 진출 대상 시장은 북미, 유럽, 일본, 싱가포르다. 이후 판매 경로를 다른 채널로도 넓힐 예정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유니트리는 앞서 징둥닷컴(JD.com)을 통해 H1과 G1을 출시한 데 이어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에도 발을 들인 바 있다. 이번 R1의 알리익스프레스 해외 출시는 이러한 전자상거래 중심 글로벌 유통 전략을 한 단계 더 밀어붙이는 행보다.

유니트리는 최대 500억위안(약 73억달러, 약 10조 8600억원)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IPO를 준비 중이며, 올해 4분기 중 신청서 제출을 목표로 주관사에 중신증권(CITIC Securities)을 선정했다.

이 과정이 순조롭게 이어진다면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하는 첫 순수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유니트리는 2016년 사족보행 로봇으로 사업을 시작, 현재 해당 시장에서 세계 점유율 70%를 차지하며 누적 5만대 이상을 출하했다. 2024년에는 시리즈 C 펀딩에서 1억 3900만달러(약 2060억원)를 조달했다.

회사는 2026년 중 휴머노이드 로봇 1만~2만대 출하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납품 물량 약 5500대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미 유니트리의 대형 모델 H1·G1은 중국 전기차 제조사 니오(NIO)와 지리(Geely) 자동차 조립 라인에서 반복 작업과 정밀 작업에 투입돼 산업 현장 검증을 마친 상태다.

업계에서는 R1이 저가형 진입 모델로 개발자와 연구자층을 먼저 끌어들인 뒤, 상위 모델로 수요를 자연스럽게 이어받는 계단형 시장 확장 전략의 첫 단계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 로봇 산업, 가격 혁신의 파고 앞에 서다


중국발 저가 휴머노이드의 글로벌 전자상거래 상륙은 한국 로봇 산업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로봇 업계 관계자는 "유니트리 R1의 가격대는 연구용 로봇 도입을 검토하던 국내 대학·연구기관들에게도 진지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며 "하드웨어 원가 경쟁력 면에서 중국과 격차를 좁히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720만원짜리 이족보행 로봇이 글로벌 장바구니에 올라서는 지금, 휴머노이드 로봇은 더 이상 연구실과 전시장의 전유물이 아니다.

관건은 '누가 먼저, 더 싸게, 더 넓게' 시장을 장악하느냐다. 유니트리의 이번 행보는 그 경쟁이 이미 전자상거래 전선으로까지 확전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