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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기뢰 제거 착수…미군 구축함 40일 만에 해협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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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기뢰 제거 착수…미군 구축함 40일 만에 해협 돌파

협상 당일 군사 압박 동시 가동…세계 원유 20% 통로 봉쇄 해제 여부 촉각
한국 수입 원유 95% 의존 해협, 에너지 수급 불안 장기화 우려 여전
중부사령부 게시물에 첨부된 구축함.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중부사령부 게시물에 첨부된 구축함. 사진=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릴 수 있을까. 미국과 이란 대표단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종전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11일(현지시각), 바로 그 시각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미 해군 구축함 2척이 40여 일 만에 처음으로 물살을 가르고 있었다.

로이터 통신이 11일(현지시각) 보도한 미 중부사령부 발표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부설한 기뢰를 걷어내기 위한 광범위한 임무의 일환으로 USS 프랭크 E. 피터슨함과 USS 마이클 머피함이 해협을 통과했다.

종전 협상과 군사 작전을 동시에 가동한 이 이중 압박 전술이 세계 에너지 시장 정상화의 물꼬를 틀지, 아니면 협상 판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변수가 될지를 놓고 국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됐다.

구축함 2척 해협 통과…39km 폭 수로의 실상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령 무산담 반도 사이,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바닷길이다. 지도 위에서 보면 가장 좁은 구간의 폭이 약 39km에 달하지만, 수십만 t급 초대형 유조선이 안전하게 드나들 수 있는 실제 수로의 폭은 약 10km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들어오는 항로와 나가는 항로가 각각 3km 남짓으로 나뉘어 있어, 기뢰 몇 발만 깔아도 해상 교통이 순식간에 마비되는 병목 지형이다.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20~30%,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이 좁은 수로를 통과한다.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은 이날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과정을 오늘 시작했으며, 자유로운 상업 운송 흐름을 촉진하기 위해 조만간 안전한 통로를 해운업계와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또 인공지능(AI)과 수중 드론(UUV)이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디지털 항로를 새로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으면서, 며칠 내 추가 전력을 작전에 투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구축함이 통과하면서 기뢰를 직접 탐지하거나 폭파하는 임무를 수행했는지는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의 기뢰부설선 28척은 모두 바다 밑에 가라앉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일본·한국·프랑스·독일 등 전 세계 여러 나라를 위한 호의로 기뢰 제거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며 "이 나라들은 스스로 이 일을 해낼 용기나 의지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깎아내렸다.

이란은 즉각 반박했다. 이란 외무부는 미 구축함 1척이 해협으로 기동했다가 이란군의 경고를 받고 돌아갔다고 맞섰다. 양국 간 사전 조율이나 합의 아래 이번 작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정황은 현재까지 없다.

6000개 기뢰 vs 소해함 0척…군사적 역량의 민낯


이번 작전을 바라보는 군사 전문가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이란이 보유한 기뢰는 약 6000개로 추산된다. 실제로 지난 3월 11일 이란이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기 시작했다는 징후가 포착됐으며, 이란 혁명수비대는 기뢰 부설 해역 지도까지 공개했다.

문제는 미군의 기뢰 제거 역량이 이 위협에 비해 취약하다는 점이다. 미군은 지난해 중동 지역에서 기뢰 제거 임무를 수행하던 마지막 소해함 4척을 바레인에서 퇴역시키고, 연안전투함과 무인 잠수정으로 대체했다.

그런데 이 연안전투함들조차 작전 수행 능력을 완전히 갖추지 못한 채 실전 배치됐다는 지적이 미 의회 안팎에서 수차례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어선과 구분이 어려운 소형 선박과 잠수부 등 비공식 민병대를 활용해 기뢰를 깔고 있어 미군의 식별과 제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도했다.

해상 안전 전문기관 EOS 리스크그룹의 마틴 켈리 자문실장은 "기뢰 부설이 확인될 경우 해협 정상화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최대 석유기업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의 술탄 알 자베르 최고경영자(CEO)는 "호르무즈 해협은 열려 있지 않다"며 "접근이 제한되고 조건부로 통제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사무총장도 이란이 통행료 징수 체계를 영구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국제 관행에 맞지 않는 별도의 체계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도 "호르무즈 봉쇄를 미국 압박의 수단으로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어, 이란이 협상 카드를 쉽게 내려놓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유 수입 95% 통과…한국 에너지 수급, 호르무즈에 묶였다


한국으로선 이 해협의 동향이 경제 전반을 뒤흔드는 직결 문제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7%와 LNG의 20.4%가 중동에서 오며, 수입 원유의 95%가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구조다.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절대적인 만큼, 해협 봉쇄 장기화는 수입 단가 상승과 환율 불안으로 직결된다. 한국 국적 선박 26척이 현재 해당 해역에서 운항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일 프랑스와의 정상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내 안전한 해상 수송로 확보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뢰 제거 수혜국으로 한국을 명시했지만, 한국 정부는 군함 파견 여부에 대해 예단하지 않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약 1800km 떨어진 아덴만 주변에서 활동 중이나, 청해부대 소속 구축함 대조영함에는 기뢰 제거에 필요한 소해 헬기가 한 대도 없다.

군 관계자는 "소해함은 구축함의 6분의 1 크기라 중동 해역까지 이동하는 데만 4주 이상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에너지 업계에서는 기뢰 제거 작전이 완료되더라도 해운사들이 보험 재개와 운항 안전성을 확인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봉쇄 이후 대다수 해상 보험사가 해당 해역 보험 인수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여서, 실제 물류 흐름이 재개되려면 보험 시장 정상화가 선행 조건이라는 것이 업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호르무즈의 진짜 해빙은 군사 작전의 성패보다 협상 테이블에서 어떤 합의가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

미·이란이 이슬라마바드에서 40여 년 만의 고위급 직접 협상을 시작했지만, 이란이 제시한 '호르무즈 통제권' 등 4대 레드라인이 협상의 최대 걸림돌로 남아 있다.

기뢰 제거 선언이 압박 카드로 끝날지, 아니면 봉쇄 해제의 실질적 첫걸음이 될지는 앞으로 며칠 안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