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산성, 설계 우군 확보에 900억 엔 추가 투입… 라피더스 고객 가두리 전략
‘유리 기판’ 승부수로 효율 10배 선언… 韓 소부장 협력·기술 초격차 유지 시험대
‘유리 기판’ 승부수로 효율 10배 선언… 韓 소부장 협력·기술 초격차 유지 시험대
이미지 확대보기니혼게이자이신문(NIKKEI)의 11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후지쓰와 일본IBM 등이 참여하는 3개 핵심 사업에 최대 900억 엔(약 8390억 원)의 보조금을 추가로 투입한다. 이번 지원의 핵심은 일본의 반도체 국가대표 격인 ‘라피더스(Rapidus)’를 지원할 든든한 ‘설계 우군’을 만드는 데 있다. 라피더스의 2나노(nm) 양산 시점에 맞춰 후지쓰와 IBM이 설계한 고성능 칩 물량을 라피더스 공장으로 몰아주겠다는 구상이다.
라피더스를 향한 일본 정부의 행보는 파격적이다. 2026년도 예산에만 6315억 엔(약 5조 8890억 원)을 편성했으며, 지금까지 투입했거나 계획된 누적 지원액은 2조 3000억 엔(약 21조 4500억 원)에 이른다. 일본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출자와 보조금을 합쳐 총 3조 엔(약 27조 9800억 원) 규모의 재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민관 합작 ‘라피더스 생태계’… 설계부터 일감까지 국가가 챙긴다
일본 정부의 이번 지원은 라피더스가 직면한 가장 큰 숙제인 ‘고객사 확보’를 국가가 직접 해결해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후지쓰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용 계산 기반을, 일본IBM은 연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액셀러레이터’ 개발을 맡았다.
이들이 설계한 최첨단 반도체는 라피더스의 2나노 공정 가동 시점에 맞춰 발주로 연결된다.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은 11일 홋카이도 치토세시 라피더스 공장을 방문해 “양산 이후에도 정부는 각오를 가지고 지원을 멈추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이는 일본이 과거의 제조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국가가 수요를 창출하고 생태계를 보증하는 ‘일본형 반도체 모델’로 완전히 전환했음을 시사한다.
‘유리 기판’ 승부수… TSMC 방식 뛰어넘는 효율 10배의 비밀
기술적 측면에서 일본이 꺼낸 ‘치트키’는 차세대 후공정의 핵심인 ‘유리 기판(Glass Substrate)’이다. 라피더스는 11일 후공정 시제품 라인의 본격 가동을 발표하며, 기존 TSMC의 실리콘 인터포저 방식 대비 생산 효율을 10배 이상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호언장담의 근거는 세 가지 혁신에 기반한다. 첫째, 기존 300mm 웨이퍼보다 면적이 약 5.7배 넓은 600mm 대형 사각형 유리 패널을 도입해 대량 생산 기틀을 잡았다. 둘째, 칩과 기판 사이의 공정 단계를 축소해 제조 시간(리드타임)을 대폭 줄였다. 마지막으로 열 변형에 강한 유리 소재를 사용해 미세 회로의 정밀도를 유지함으로써 수율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고이케 아츠요시 라피더스 사장은 “압도적인 우위성으로 TSMC로부터 고객을 뺏어오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韓 반도체가 주시할 리스크와 ‘3대 관전 포인트’
일본의 파상공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위기이자 동시에 새로운 공급망 기회다. 하지만 라피더스의 독주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우세하다. 현재 라피더스는 정부 보조금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대형 유리 패널용 장비 생태계가 아직 초기 단계라는 실질적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라피더스는 현재 민간 32개사로부터 1676억 엔(약 1조 5630억 원)의 출자를 받았으나, 여전히 정부 보조금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2027년 2나노 양산 성공 여부와 함께 캐논, 텐스트렌트 외에 대형 '빅테크' 고객사를 추가로 확보해 자생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또한, 이 기술은 아직 양산 초기 단계이며 대형 유리 패널을 다루는 장비 생태계가 완전히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도 라피더스가 넘어야 할 실질적인 숙제이다.
일본의 반도체 부활을 이끄는 라피더스의 파격 행보가 구체화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2나노 양산'이라는 난도 높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라피더스의 성패를 가를 핵심 지표 세 가지를 짚어본다.
첫째, 2나노 설계 자산(PDK) 배포와 ‘수율의 벽’ 극복 여부다. 가장 먼저 눈여겨봐야 할 지표는 설계 자산인 PDK의 배포 시점과 초기 수율이다. PDK는 팹리스(설계 전문 기업)가 특정 파운드리 공정에 맞춰 칩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가이드북이다. 라피더스가 이를 제때 배포하고 시제품에서 상업성을 갖춘 유의미한 수율을 뽑아내느냐가 관건이다. 기술적 신뢰를 입증하지 못하면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 유치는 공염불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게임 체인저’ 유리 기판 기술의 상용화 속도다. 라피더스가 공언한 ‘생산 효율 10배’의 핵심 병기인 유리 기판 상용화 속도도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도 유리 기판을 차세대 반도체의 핵심 기술로 점찍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라피더스가 유리 기판을 활용한 후공정에서 먼저 양산 주도권을 잡을 경우, 고성능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이 일본으로 급격히 쏠릴 위험이 있다.
셋째, 한·일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협력의 함수관계다. TSMC와 일본의 강력한 밀착 대응에 맞서 한국 반도체 생태계가 어떤 생존 전략을 짜느냐다. 일본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강국의 지위를 활용해 자국 내 반도체 완결형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프로젝트는 과거의 영광을 쫓는 향수가 아니라, AI 시대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철저한 경제안보 전략이다. ‘생산 효율 10배’라는 공언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파운드리 지형도는 국내 업계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기업들이 초격차 기술 유지와 함께 일본 소부장 생태계와의 전략적 협력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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