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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은 있지만 사람이 없다”… 美, 中과 희토류 전쟁 위해 ‘인재 재건’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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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은 있지만 사람이 없다”… 美, 中과 희토류 전쟁 위해 ‘인재 재건’ 사활

수십 년간 기술 인력 침식으로 가공 비용 중국의 4배… 엔지니어 ‘100명 vs 수천 명’
5월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핵심 의제… “단순 자원 확보 넘어 인적 자본 확보가 관건”
캘리포니아의 마운틴 패스에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운영 중인 희토류 채굴 및 가공 시설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캘리포니아의 마운틴 패스에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운영 중인 희토류 채굴 및 가공 시설이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독점 체제에 맞서기 위해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수십 년간 끊긴 ‘기술 인재 파이프라인’이 최대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광산을 열고 장비를 들여오는 것보다, 사라진 공정 노하우와 숙련된 엔지니어를 처음부터 다시 육성하는 것이 중국을 넘어설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14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의 희토류 독립 시도가 인적 자본의 한계로 인해 예상보다 훨씬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 엔지니어 수 ‘300명 vs 3000명’… 무너진 교육 파이프라인


미국과 중국의 희토류 전쟁은 단순히 매장량의 싸움이 아니라, 이를 분리·정제하는 ‘공학 전문성’의 싸움으로 흐르고 있다.

시드니 공과대학교 마리나 장 교수는 "중국이 수천 명의 희토류 분리 전문가를 보유한 반면, 미국 내 관련 엔지니어는 100명 미만이며 이마저도 고령화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모든 광산 관련 학교를 합쳐 매년 약 300명의 광산공학자가 배출되는 동안, 중국은 매년 3000명 이상의 전문 인력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은 200단계가 넘는 복잡한 공정 단계를 관리하는 ‘암묵적 지식’을 축적했다. 그 결과 미국의 희토류 가공 비용은 중국보다 약 4배 더 높으며, 중질 희토류 정제 능력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 “책에는 없는 노하우”… 사라진 10년의 숙련 기간


전문가들은 희토류 엔지니어링이 단순히 이론 교육만으로 대체될 수 없는 특수한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완전히 숙련된 희토류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데는 최소 10년의 현장 경험이 필요하다. 버밍엄 대학의 개빈 하퍼 연구원은 "지식은 장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멘토링과 관찰, 실천을 통해 전수되는 ‘암묵적 지식’에 있다"고 설명했다.

인재 부족뿐만 아니라 행정적 장벽도 높다. 미국 내에 신규 가공 시설을 건설하려면 67건의 환경 심사를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만 5~10년이 소요되어 인재들이 실무를 익힐 기회조차 얻기 힘들다.

공정 자체뿐만 아니라, 그 공정에 필요한 전용 기계와 장비를 제조하는 방법조차 미국 내에서 잊혀 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미국의 대응: ‘전직 장려’와 ‘외교적 협력’


위기감을 느낀 미국 정부는 단기적인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양한 고육책을 내놓고 있다.

부족한 졸업생을 기다리는 대신, 항공우주, 에너지, 자동차 분야의 엔지니어들을 희토류 분야로 빠르게 재교육하는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펜실베이니아와 와이오밍 등에서는 ‘벌면서 배우는’ 견습 모델을 도입했다.

2026년 1월 도입된 이 법안은 연간 1000만 달러를 투입해 동맹국 대학에 미국 학생들을 파견하고 국제 전문가를 초청하는 교류 프로그램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워싱턴이 인공지능(AI)과 컴퓨터 과학으로 광산 경쟁력을 높이려는 ‘지름길’에만 의존하며, 정작 대체 불가능한 지질학자와 야금학자 육성이라는 기본 토대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 5월 베이징 정상회담… ‘희토류’가 판도 바꿀까?


희토류 공급망 문제는 오는 5월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당초 3월로 예정되었던 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 집중으로 연기되면서, 그사이 전략적 가치가 더욱 높아진 희토류가 양국 협상의 주요 카드로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과 똑같은 방식으로 경쟁하기보다는,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이미 채굴된 자원을 회수하는 ‘재활용 기술’에 집중함으로써 차별화된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한국 산업계에 주는 시사점


미국이 겪는 인재 부족은 한국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국내 대학의 자원공학 및 야금학 전공 기피 현상을 타개하고, 정부 차원의 ‘희토류 전문 인력 양성 10년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단기간에 모든 공정을 내재화하기 어렵다면, 호주나 베트남 등 우호국과의 인력 교류 및 공동 R&D를 통해 중국의 ‘기술 장벽’을 우회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폐배터리 및 폐가전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리사이클링 기술 인력을 육성하여, 천연 자원 부족을 기술적 자원 확보로 극복해야 한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