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설비 인접 160m 탄화수소층…단기 회수 구조로 수익성 극대화
중동 의존 70% 한국, 아프리카 공급망 확대 구조적 한계 직면
중동 의존 70% 한국, 아프리카 공급망 확대 구조적 한계 직면
이미지 확대보기호르무즈 해협 봉쇄 공포가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을 뒤흔드는 가운데, 아프리카 서해안이 '제2의 공급 전선'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프랑스 에너지 대기업 토탈에너지스(TotalEnergies)는 지난 13일(현지시각) 콩고공화국 해상 모호(Moho) 광구에서 약 1억 배럴의 회수 가능 석유 자원을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토탈에너지스 공식 보도자료와 로이터통신, 오일프라이스닷컴 등 에너지 전문 매체가 지난 13일(현지시각) 일제히 보도한 내용이다.
하루 9만 배럴 설비 옆에서 찾아낸 1억 배럴…숫자가 말하는 개발 경제성
이번 유전 발견의 진짜 가치는 수치들을 함께 놓고 보면 선명해진다. 토탈에너지스 E&P 콩고(TEPC)가 모호 G 구조를 겨냥해 굴착한 탐사시추공 MHNM-6에서는 품질이 우수한 알비안층 저류암에 걸쳐 약 160m 깊이의 탄화수소층이 확인됐다.
여기에 인근 모호 F 구조에서 앞서 확인한 자원량을 합산하면 회수 가능 매장량은 약 1억 배럴에 이르며, 두 구조 모두 기존 모호 생산 인프라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현재 모호 광구에는 알리마(Alima)와 리쿠프(Likouf)라는 부유식 원유 생산 설비 두 기가 가동 중이며, 이 두 설비가 합산해 하루 약 9만 배럴의 원유 환산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다.
모호 G·F가 이 설비들의 사정권 안에 있다는 것은 수십억 달러(수조 원)가 드는 신규 해상 생산 설비를 따로 짓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기존 파이프라인과 처리 시설에 연결하는 것만으로 생산이 가능한 구조여서, 업계에서는 '단기 회수형 개발의 교과서적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분 구조도 복층으로 설계돼 있다. 현재 TEPC의 운영 지분은 토탈에너지스 63.5%, 트라이던트 에너지(Trident Energy) 21.5%, 콩고 국영 석유회사 소시에테 나시오날 데 페트롤 뒤 콩고(SNPC) 15% 순이다.
한편 콩고 정부와 별도로 체결한 생산 분배 계약에서는 토탈에너지스 50%,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 35%, SNPC 15%가 각각 배분된다.
토탈에너지스 탐사 담당 수석부사장 니콜라 마빌라(Nicola Mavilla)는 "기존 생산 인프라와 가깝다는 점 덕분에 단기 회수·비용 효율적인 연결 개발이 가능하다"며 "기술력과 기존 설비를 최대한 활용해 회사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 조건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카타르에너지가 아프리카 유전에 손을 뻗는 이유
이번 발표에서 카타르에너지가 별도 성명을 낸 것은 단순한 재무 참여를 넘어선 전략적 신호로 업계는 읽고 있다. 지난해 9월 토탈에너지스·카타르에너지·SNPC 세 곳은 포앵트누아르 해안에서 약 100km 떨어진 은좀보(Nzombo) 탐사 구역 허가권을 함께 확보했다.
이는 모호 생산 설비 인근이어서, 향후 추가 발견 시 같은 '연결 개발'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입지다.
카타르에너지가 이번 콩고 사업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국제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이 있다. 중동산 액화천연가스(LNG) 최대 공급국인 카타르는 자국 자원 외에도 아프리카·남미 등 여러 지역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카타르에너지 장관 겸 CEO 사드 빈 셰리다 알 카비(Saad bin Sherida Al-Kaabi)는 "콩고에서의 이번 유망한 발견으로 국제 포트폴리오를 한층 키우게 됐다"며 "토탈에너지스 및 콩고 정부와 함께 자원 개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중동 원유 70% 의존 한국…아프리카는 기회인가, 그림의 떡인가
이번 발견이 한국의 에너지 안보 시각에서 남의 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는 수치에서 드러난다. 한국 수입 원유의 약 70%가 중동산이고, 이 가운데 9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친다.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위협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 정유업계가 직격탄을 맞는 구조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한국의 하루 평균 석유 소비량은 290만8000배럴로 세계 8위다.
비축유 208일치를 보유하고 있다지만, 이는 필수 시설만 가동한다는 전제여서 실제 소비 수준에서는 버틸 수 있는 기간이 대폭 줄어든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김윤희 연구위원은 이달 10일 발표한 이슈브리프에서 "아프리카산 원유의 가장 큰 전략적 장점은 호르무즈 해협을 직접 통과하지 않는 공급선의 확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보고서에서 김 연구위원은 아프리카 원유 도입의 한계점으로 "장기 공급계약, 상류 투자, 수송 인프라 참여와 같은 핵심 분야에서의 실질적 성과는 아직 미진하다고 평가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최근 보고서에서 아프리카로의 도입선 확대를 위해 정부의 운송비 지원 한도를 늘리고 금융·보험·장려금 등 지원 범위를 넓히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토탈에너지스가 콩고 앞바다에서 찾아낸 약 1억 배럴은 그 자체로도 주목할 만한 발견이지만, 이 기름이 누구의 손에 어떤 조건으로 쥐어지는지를 두고 벌어지는 국제 경쟁이 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중동 한 곳에 에너지 안보의 상당 부분을 기댄 구조에서 아직 발을 빼지 못한 한국에게, 아프리카 서해안의 새 유전 소식은 풀지 못한 숙제를 다시 꺼내 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