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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희토류 가공까지 국내서 하라”… 미·중 전쟁 속 ‘기술 자립’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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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희토류 가공까지 국내서 하라”… 미·중 전쟁 속 ‘기술 자립’ 승부수

희토류 매장량 세계 2위 브라질, ‘원자재 수출’ 탈피 선언… “현지 기술 개발·일자리 창출 필수”
美, 브라질 유일 광산에 5억 달러 투자하며 중국 견제… 복잡한 인허가·기술 격차는 숙제
세계 2위의 희토류 매장국인 브라질이 단순한 자원 공급지 역할을 거부하고 ‘국내 가공’을 의무화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2위의 희토류 매장국인 브라질이 단순한 자원 공급지 역할을 거부하고 ‘국내 가공’을 의무화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희토류 공급망을 정점으로 치닫는 가운데, 세계 2위의 희토류 매장국인 브라질이 단순한 자원 공급지 역할을 거부하고 ‘국내 가공’을 의무화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외국인 투자는 환영하되, 반드시 현지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기술을 이전해야 한다는 ‘성숙한 조건’을 내건 것이다.

15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브라질 정부는 글로벌 기업들의 광물 확보 경쟁을 자국 산업 고도화의 기회로 삼기 위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 “문은 열려있지만 조건이 있다”… 브라질의 ‘기술 자립’ 요구


레오나르도 두란스 브라질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기자회견을 통해 브라질의 전략 자원을 노리는 국가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브라질은 더 이상 희토류를 원석 상태로만 수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모든 외국인 투자자에게 국내 기술 개발과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이라는 ‘약속’을 요구할 예정이다.

특정 국가의 편을 들지 않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두란스 관계자는 "우리는 미국, 유럽연합, 중국 모두에게 열려 있으며 모든 파트너와 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질은 전 세계 희토류와 흑연 매장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세계 2위 보유국이자, 니켈 매장량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는 중요 광물 대국이다.

◇ 미·중의 엇갈린 행보… 워싱턴, 5억 달러 패키지로 ‘중국 차단’


브라질 내 유일한 가동 희토류 광산인 세라 베르데(Serra Verde)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은 이미 미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
세라 베르데는 작년 12월, 10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 구매자들과의 장기 공급 계약을 전격 종료했다.

계약 종료 두 달 만에 미국 정부의 해외투자금융공사(DFC)는 세라 베르데와 5억 6,500만 달러(약 8,330억 원) 규모의 자금 조달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는 미국 정부가 소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옵션까지 포함되어 있어 사실상 미국의 영향권 아래 놓이게 됐다.

중국 자본도 여전히 유입되고 있으나 성격이 변했다. 2024년 중국의 브라질 광업 투자는 전액 기존 사업 인수(M&A)에 집중되었으며, 신규 프로젝트(Greenfield) 착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 넘어야 할 산… ‘30년의 기술 격차’와 ‘행정 절차’


브라질의 야심 찬 계획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장벽은 여전히 높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정제 및 분리의 91%, 영구자석 생산의 94%를 장악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장비나 기술을 사용할 경우 제품 수출 시 중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강력한 수출 통제를 시행 중이다.

브라질은 자체 자석 공급망 구축 프로그램(MagBras)을 운영 중이나 예산은 1,260만 달러에 불과하다. 마우로 소우자 국립광산청장은 "중국이 30년에 걸쳐 이룬 도약을 단기간에 재현하기는 어렵다"며 기술 격차를 인정했다.

현재 희토류 탐사 신청 대기 건수만 3,500건에 달한다. 환경 보호, 토착지 권리 등 여러 기관에 분산된 인허가 절차가 투자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 한국 배터리 산업에 주는 시사점


미국이 브라질 광산을 선점함에 따라, 국내 배터리 및 영구자석 기업들은 브라질산 희토류를 ‘비중국산’ 원료 확보의 핵심 거점으로 활용할 전략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

브라질이 국내 가공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만큼, 우수한 정제 및 제련 기술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이 기술 이전과 현지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브라질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브라질 정부가 환경 및 토착지 권리를 중시하는 만큼, 현지 진출 시 글로벌 ESG 기준에 부합하는 친환경 채굴 및 가공 모델을 선제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