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그리드 대란’은 유럽의 미래… 야심과 인프라 간의 ‘위험한 불일치’
연간 6,600억 유로 투자 절실… 지정학적 위기 속 ‘안보 vs 국방’ 재정 충돌
연간 6,600억 유로 투자 절실… 지정학적 위기 속 ‘안보 vs 국방’ 재정 충돌
이미지 확대보기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제시한 탈탄소화와 에너지 자립 비전은 정치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력망 시스템이 이미 과부하 상태에 도달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15일(현지시각) 오일프라이스닷컴(Oilprice.com)의 지젤 위더쇼벤(Giselder Wiederschoven)은 유럽 에너지 전환의 모범사례로 꼽히던 네덜란드의 위기를 인용하며, 유럽 전체가 ‘야망과 현실의 불일치’라는 구조적 결함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 ‘에너지 전환의 모범’ 네덜란드의 몰락… 유럽의 미래 경고
유럽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해상 풍력과 태양광을 도입해온 네덜란드는 현재 브뤼셀의 전략이 현장에서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판’이 되었다.
네덜란드 전력망은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구조적 혼잡 상태에 빠졌다. 현재 15,000개 이상의 기업이 전력망 연결이나 용량 업그레이드를 위해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으며, 신규 투자가 지연되거나 주거 개발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네덜란드는 기상 조건이 좋을 때는 쓰고 남을 만큼의 재생 전력을 생산하지만, 이를 저장하거나 전달할 인프라가 없어 정작 전력이 필요할 때는 희소성에 시달리는 ‘잉여와 부족의 동시 고통’을 겪고 있다.
고전압 송전선 건설에는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정책 야심은 빛의 속도로 나아가지만, 구리선과 변전소라는 물리적 네트워크는 거북이걸음을 걷고 있는 셈이다.
◇ 수조 유로의 투자 절벽… “전시 경제급 자본 재배분 필요”
유럽이 2040년까지 전력망 현대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예산을 늘리는 수준을 넘어선 ‘구조적 자본 재배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럽 정부들은 팬데믹 이후 높은 부채 수준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지원과 국방비 증액(최대 8,000억 유로 목표)이라는 새로운 우선순위가 등장하며 에너지 전환에 투입할 공공 자금이 바닥나고 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유럽이 전기화를 통해 탈피하려 했던 화석 연료 의존 비용을 다시 높이고 있다.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비용 위에 기존 에너지 위기 대응 비용이 덧씌워지는 ‘재정적 이중고’가 발생한 것이다.
◇ “누가 비용을 감당할 것인가?”… 금융 모델의 대전환 요구
보고서는 유럽이 전기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다른 금융 교리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에너지 전력망을 군사력과 같은 전략적 수준으로 격상시켜 공동 차입이나 EU 차원의 통합 자금 조달을 정당화해야 한다.
브뤼셀은 민간 자본 동원을 해결책으로 제시하지만, 전력망 인프라는 공공의 강력한 보증 없이는 민간이 선호하는 위험 조정 수익률을 제공하기 어렵다.
유럽은 모든 산업의 전기화와 모든 지정학적 약속을 동시에 이행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 따르지 않는 야망은 정치적 환상일 뿐이며, 이는 결국 산업 기반의 해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 한국 에너지 정책에 주는 시사점
한국 역시 호남 지역의 신재생에너지 과잉 생산과 수도권의 전력 수요 불균형 문제를 겪고 있다. 네덜란드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송전망 확충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투자 확대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지정학적 불안 속에서 한국도 국방비 지출 압박을 받고 있다. 에너지 전환이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닌 ‘경제 안보’의 핵심임을 명확히 하고, 관련 금융 모델(녹색 금융 등)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전력 인프라가 부실한 지역에서 산업 투자가 지연되는 것은 국가 경쟁력에 치명적이다. 데이터 센터 및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용량 전력 수요처에 대한 전력 공급 확약이 투자 유치의 전제 조건이 되어야 한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