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국채 공급 과잉이 전 세계 금리 밀어올려"…3중 뇌관 분석
단기물 쏠림·헤지펀드 의존·중동 리스크, 한국 채권시장 직격 우려
단기물 쏠림·헤지펀드 의존·중동 리스크, 한국 채권시장 직격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가장 안전한 자산'이라는 미 국채의 오랜 프리미엄이 소리 없이 허물어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한국 국채보다 미국 국채를 더 많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그 투자 판단의 근거가 흔들리고 있다는 국제기구의 공식 경고가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5일(현지시각) 공개한 '재정 모니터(Fiscal Monitor)' 보고서에서 미국 국채 공급 급증이 전통적으로 미 국채가 누려온 안전자산 프리미엄을 갉아먹고 있으며, 이 침식이 전 세계 차입 비용을 끌어올리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15일(현지시각) IMF의 '재정 모니터' 보고서는 IMF·세계은행 봄 연차총회에 맞춰 워싱턴에서 각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7년 새 35bp→20bp…수치로 드러난 프리미엄 침식
IMF가 프리미엄 훼손의 근거로 제시한 지표는 미 국채와 AAA등급 회사채 간 금리 격차다. 통상 이 격차는 투자자들이 국채의 안전성과 유동성에 얼마만큼 웃돈을 치르는지 보여주는 척도다.
IMF 보고서에 따르면 이 격차는 2019년 초 55bp(1bp=0.01%포인트)를 웃돌다가 현재 약 35bp 수준으로 좁혀졌다. 7년 새 36% 이상 쪼그라든 것이다.
IMF는 "격차 축소는 투자자들이 국채의 안전성과 유동성에 기꺼이 지불하려는 프리미엄이 줄어들고 있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미 국채가 '무조건 안전하다'는 시장의 인식이 서서히 되물림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흐름을 부추기는 핵심 요인은 미국의 고착화된 재정적자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국 재정적자는 지난 3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평균 6% 수준을 유지했다.
전시나 경기침체가 아닌 평시에 이 규모의 적자가 이어지는 것은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다. CBO는 이 수준의 적자가 앞으로 10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IMF가 이달 초 발표한 미국 연례협의 결과에서도 이사회는 "지속적인 고율 재정적자와 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율 상승, 단기물 국채 비중 확대가 미국과 세계 경제의 금융 안정에 꼬리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경고했다.
단기물·헤지펀드·중동…동시에 불붙은 '3중 뇌관'
IMF가 재정 규모 못지않게 집중 조명한 것은 미 국채시장의 구조적 변화다.
첫 번째 뇌관은 단기물 의존도 심화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해 장기 국채 발행 확대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기물 금리가 만기 1년 이하 단기채 금리를 웃도는 상황에서 장기물을 늘릴 이유가 없다는 논리였다.
IMF는 "채무 만기가 단기에 집중되면 정부는 더 자주 차환(借換)에 나서야 하고, 시장 여건이나 투자 심리가 급변할 때 충격에 그대로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헤지펀드의 역할 확대다. 현물·선물 간 금리 차이를 노리는 '베이시스 거래'를 통해 헤지펀드가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지만, 이 유동성은 변동성이 커지거나 조달 비용이 오르는 순간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다.
IMF는 "이런 투자자들이 공급하는 유동성은 차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강제 청산으로 이어져 가격 왜곡을 증폭할 수 있다"고 했다.
세 번째는 중동 리스크다. IMF는 이란 전쟁이 각국 재정에 새로운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세계 위험 부채(debt-at-risk) 규모가 4%포인트 추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사태로 국제유가가 10% 오를 경우 한국 소비자물가에 약 0.2%포인트의 상승 압력이 발생하고, 원·달러 환율 재상승까지 겹치면 수입물가 경로를 통한 추가 압력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국내 채권시장 안팎의 평가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IMF는 명확한 경고를 남겼다. "투자자들이 한 나라의 차환 능력을 우려하기 시작하면 국채 입찰에서 발을 빼거나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채권·외환시장, '1대 1 전이' 경로 이미 작동 중
이 경고는 한국 채권시장에도 직결되는 문제다. IMF는 "미 국채 공급 확대로 미국 금리가 오르면 외부 자금 조달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 더 큰 타격을 주면서 거의 1대 1 비율로 외국 채권시장에 전이 된다"고 명시했다.
이 전이 경로는 이미 작동 중이다. 삼성증권이 최근 펴낸 채권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 2월 국내 채권시장은 미 국채 금리 상승세 영향을 받아 국고채 3년물이 3.27%, 10년물이 3.75%까지 치솟으며 연중 고점을 경신했다.
같은 보고서는 "미 국채 금리 상승이 한국은행의 정책 기조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미 국채 투자 규모도 이 구조 속에 놓여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미국 국채를 98억 8100만 달러(약 14조 5890억 원)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국내 국채 순매수액(약 10조 8530억 원)을 웃도는 규모다. 시세 차익과 안전자산 확보, 환차익이라는 세 가지 기대가 한꺼번에 작동한 결과였다.
그런데 IMF가 그 안전자산의 프리미엄이 줄어들고 있다고 정조준한 지금, 그 판단이 여전히 유효한지는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오는 5월 초 발표될 미 재무부 분기별 국채 발행 계획을 주목하고 있다. 미 국채가 '세계의 금고'라는 지위를 지켜낼 수 있을지, 그 가늠자가 그때 나온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