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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선언…통항 불확실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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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선언…통항 불확실성 커져

일시 개방 이튿날 통제 유지 방침 재확인, 선박 피격·회항 이어지고 미국은 이란 연계 선박 단속 확대 검토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 사진=로이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다시 열지 않겠다고 밝히며 통항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각) 상업 선박에 대한 일시 개방 방침이 나온 뒤 일부 선박 통항이 재개됐지만 이란 군과 정치권이 곧바로 통제 유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모습이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란 최고 군 지휘부는 이날 미국의 해상 봉쇄가 계속되는 한 호르무즈 해협은 완전히 재개방되지 않으며 해협은 이란 군의 엄격한 통제 아래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이 선박의 대이란 항로까지 포함해 통항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로 미국을 협박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다만 휴전 협상 자체에 대해서는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며 협상 여지는 열어뒀다.

이란 내부에서는 강경 발언도 이어졌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미국의 해상 봉쇄가 계속되면 호르무즈 해협도 다시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도 미국이 파키스탄을 통해 전달한 새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타협은 없다고 강조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18일 대국민 연설에서도 이란이 여전히 해협을 통제하고 있으며 기뢰 제거 작업 같은 미국의 조치를 휴전 위반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선박 피격·회항 현실화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실제 충돌과 혼선이 이어졌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고속정 2척이 오만 인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1척에 경고 없이 발포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고 18일 밝혔다. 또 다른 컨테이너선은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발사체에 맞아 컨테이너 일부가 손상됐다.

FT에 따르면 인도 선사가 운항하는 원유 운반선 산마르 헤럴드는 혁명수비대의 통과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무선 교신 끝에 구조 요청 신호를 보내고 항로를 되돌렸다. 인도 정부도 인도 국적 선박 2척이 공격 또는 위협을 받은 뒤 회항한 사건을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주인도 이란 대사를 불러 우려를 전달했다.

해상 데이터 업체 클레퍼 집계에 따르면 18일 이란의 폐쇄 선언 전까지 17척이 해협을 통과했고 17일에는 10척이 통과했다. 그러나 이후 여러 선박이 다시 방향을 돌렸고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는 해협이 안전해질 때까지 자사 선박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FT도 이날 “다수 선박이 다시 페르시아만 쪽으로 회항했고, 중동 또는 중국계 선박 일부만 제한적으로 통과했다”고 전했다.

◇미국, 해상 압박 확대 검토

미국은 해협 바깥으로도 압박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군이 수일 내 공해상에서 이란과 연계된 유조선과 상선을 승선 검색하거나 나포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 중부사령부는 이미 이란 항구를 떠나려던 선박 23척을 되돌려 보냈고 앞으로는 페르시아만 밖에서 운항 중인 이란 연계 선박과 이른바 그림자 선단까지 단속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댄 케인 미국 합참의장은 미국이 이란 국적 선박은 물론 이란을 물질적으로 지원하려는 선박도 적극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해상 압박과 제재 확대를 통해 이란이 해협을 다시 열고 핵 프로그램에서 양보하도록 압박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핵 협상 공방도 계속

핵 협상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도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넘기고 핵 프로그램을 장기간 중단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란은 이를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FT에 따르면 이란은 우라늄을 외부로 반출할 뜻이 없다고 밝혔고 추가 협상 일정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WSJ 역시 지난 주말 파키스탄에서 열린 협상에서 돌파구가 없었고 다음 협상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해상 통로다. 해협이 곧바로 완전히 열리더라도 유가와 가스 가격, 실제 에너지 공급망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