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올해 성장률 3.3%→3.1% 하향…전쟁 장기화 시 2%대도 경고
에너지 수입 의존국 직격탄, 유럽·신흥국 침체 우려 급부상
에너지 수입 의존국 직격탄, 유럽·신흥국 침체 우려 급부상
이미지 확대보기중동 전쟁의 불길이 세계 금융 수도 워싱턴을 뒤덮었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orld Bank) 춘계 회의가 열린 지난 1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재무장관과 금융 투자자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몰고 온 에너지 충격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공통된 우려를 쏟아냈다.
"빠른 종전이 오더라도 경제 회복을 낙관하는 계산은 다시 해야 한다"는 경고가 회의장을 지배했다.
"사상 최악의 석유 공급 충격"…국제에너지기구도 긴급 경보
이번 사태의 뇌관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석유가 통과하는 이 항로가 막히면서 전 세계 해상 석유 교역량의 약 20%가 차단됐고, 주요 해운사들은 잇달아 운항 중단을 선언했다.
영국 연구기관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하루 석유 약 1000만 배럴의 공급이 차단됐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쟁 전 세계 석유 수요인 하루 1억 400만 배럴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파이프라인을 통한 우회 수송으로도 이 부족분을 메우기 어렵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전쟁 이후 브렌트유 가격이 79% 급등했지만 세계 석유 수요는 하루 240만 배럴 줄어드는 데 그쳤다고 추산했다.
이러한 흐름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몰고 왔던 가스 공급 혼란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다.
당시는 일부 대체경로가 작동했지만, 이번에는 대체경로인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이프라인 여유 수송 능력이 하루 350만~550만 배럴에 그쳐 전체 물동량 2000만 배럴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IMF는 지난 14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3.3%) 대비 0.2%포인트 낮춘 3.1%로 하향 조정했다. IMF는 이번 보고서에 '전쟁의 그늘 속 세계 경제'라는 부제를 달고 "중동 전쟁 충격으로 세계 경제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더 깊은 우려는 하방 시나리오에 있다. 피에르 올리비에 구린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2027년 배럴당 평균 125달러에 달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경우 전 세계가 다시 인플레이션 늪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경우 유럽의 가스 가격은 200% 폭등하고, 선진국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최대 1%포인트까지 치솟을 수 있다. 구린샤는 "물가 상승 기대 심리가 고착화되면 중앙은행들이 다시 긴축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이 과정이 2022년 긴축 주기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쟁 당사국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가 타격을 받고 있다.
WSJ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의 롤랑 레스쿠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워싱턴 현지에서 기자와 만나 "가격 문제가 아니라 석유와 가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4월은 그나마 괜찮지만 5월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지금 수입업체·정유사·유통업체 전부와 긴급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레스쿠르 장관은 운송·농업·수산업 등 타격 업종을 위해 리터당 0.2유로(약 345원)의 연료비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재정부 장관 무함마드 알자단도 이날 토론 자리에서 "빠른 회복을 기대하는 이들은 계산을 다시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미·유럽 균열, 베네수엘라 반전…지정학 판도 요동
워싱턴 회의장 안팎에서는 에너지 위기만큼이나 서방 연대의 균열이 화두였다. WSJ에 따르면 그레이록캐피털 창업자 한스 휴미스는 "올해 모든 대화의 저류에는 미국과 유럽 관계의 폐허만 남았다는 정서가 흘렀다"고 말했다.
반면 지정학 판도가 뒤집힌 나라도 있다. IMF는 이번 회의에서 베네수엘라 현 정부를 공식 승인하기로 표결을 통해 결정했다.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전 독재자가 미국에 체포된 이후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글로벌 금융시장에 재편입시키는 과정의 일환이다. 이로써 2019년 마두로 정권 때 접근이 막혔던 수십억 달러의 외환 보유액이 풀릴 전망이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주목된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7%, 액화천연가스(LNG)의 20.4%가 중동에서 오는 데다 수입 원유의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경제학계에서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주요 원자재를 수급할 수 있다면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지만 공급망이 무너지거나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둔화된다면 성장률은 1.0% 아래로도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17일 금융시장은 미국과 이란 양측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선언한 뒤 유가가 급락하고 증시가 반등했다. 하지만 해운 업계에서는 선박 통행의 실질적 안전 보장이 확인되지 않는 한 물류가 정상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라자르 전략 자문 마니디렉터 피에르 카요는 "현재 신용 시장과 주식시장의 낙관론과 걸프전이 초래하는 경제적·사회적 충격의 현실 사이에 충격적인 괴리가 존재한다"며 "여러 나라가 한 번의 충격만 더 오면 채무불이행 직전"이라고 경고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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