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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린 '뇌물왕' 석방… 콜롬비아 사법부, 왜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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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린 '뇌물왕' 석방… 콜롬비아 사법부, 왜 그랬나

사법 정의 실종에 들끓는 여론… 솜방망이 처벌이 부른 신뢰 위기
'현대차 뇌물 스캔들' 그 후… 해외 투자자가 마주한 콜롬비아 사법 리스크
콜롬비아 사법당국이 이른바 ‘현대차 뇌물 스캔들’의 주역인 카를로스 마토스에게 조건부 석방을 허가하며 법치주의 논란이 다시금 점화됐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콜롬비아 사법당국이 이른바 ‘현대차 뇌물 스캔들’의 주역인 카를로스 마토스에게 조건부 석방을 허가하며 법치주의 논란이 다시금 점화됐다. 이미지=제미나이3
콜롬비아 사법당국이 이른바 현대차 뇌물 스캔들의 주역인 카를로스 마토스에게 조건부 석방을 허가하며 법치주의 논란이 다시금 점화됐다. 지난 2, 법원이 마토스의 형량 협상안을 사회적 법익 침해를 이유로 거부했던 것과 배치되는 판단이어서 시장의 의구심을 키운다.

22(현지시각) 현지 언론 엘 에스펙타도르(El Espectador)에 따르면, 바랑키야 제6 집행 판사는 마토스에게 조건부 자유를 부여했다. 마토스는 현대차의 콜롬비아 내 차량 판매권을 둘러싼 분쟁 과정에서 판사 매수와 소송 조작을 주도한 혐의로 두 차례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었다.

잇단 부패 석방… 흔들리는 콜롬비아 사법 정의


마토스의 석방은 그가 사법당국과 진행하던 형량 협상이 무산된 지 불과 두 달 만에 이뤄졌다. 앞서 마토스는 2022년 교도소 무단 외출 사건 등과 관련해, 36000만 콜롬비아 페소(COP, 149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기부하는 조건으로 처벌을 면하려는 형량 거래를 시도했다.

당시 법원은 이 제안이 사회적 피해를 복구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거부했다. 법의 심판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 거래하려던 시도에 사법부가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뒤, 같은 사법 당국이 석방을 승인하자 법조계와 경제계 안팎에서는 사법 판단의 일관성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다.

이번 결정을 내린 카르멘 루이사 테란 수아레스 판사를 향한 시선도 곱지 않다. 테란 판사는 이미 지난해 12, 강력범죄로 39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범죄 조직 관계자 호르헤 루이스 알폰소 로페스(일명 가티코’)를 석방해 사법징계위원회의 조사를 받는 중이다. 잇따른 의문스러운 결정은 콜롬비아 사법 시스템 전반의 신뢰 위기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443억 손실 본 현대차, '뇌물 스캔들'의 피해자일 뿐


이번 사건을 두고 일각에서 제기하는 현대차 연루설은 사실과 다르다. 마토스의 뇌물 공여는 2015년 현대차의 콜롬비아 유통망 개편 과정에서 독점권을 상실한 대리점주의 '개인적 일탈'일 뿐, 현대차 본사가 관여한 정황은 전혀 없다.

오히려 현대차는 정상적인 영업망을 구축하려던 과정에서 마토스의 로비로 인한 법원의 판매 금지 가처분 판결을 받아 3000만 달러(443억 원) 이상의 막대한 영업 손실을 입은 직접적인 피해자다. 글로벌 사법당국과 업계 역시 이를 현대차 본사의 부패가 아닌, 현지 유통업자의 불법 행위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현대차는 비정상적인 유통 구조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부패 세력의 저항으로 인해 재산상 피해를 본 당사자라는 것이 중론이다.

사법 리스크 고조… 투자자가 지켜볼 '2가지 지표'


이번 사태는 외국인 투자자와 다국적 기업들에게 '사법 리스크'가 경영 환경에 미치는 실질적인 불확실성을 시사한다. 투명한 법치주의가 담보되지 않는 시장에서는 계약이나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어도, 사법 집행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마토스의 해외 도피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콜롬비아 사법부가 실추된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 다음 두 가지 지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예의주시해야 한다.

첫째, 마토스의 도주 방지를 위한 사법 당국의 실질적인 감시 체계가 가동되는가이다. 단순한 조건부 석방을 넘어, 실질적인 구속력과 감시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해소되기 어렵다.

둘째, 의문스러운 판결을 내린 테란 판사에 대한 사법징계위원회의 조사가 투명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지는가이다. 사법 정의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당 판사의 결정이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외부적 요인이 작용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검증이 필수적이다.

사법 신뢰는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나, 다시 쌓아 올리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린다. 콜롬비아 사법부가 이번 결정이 법과 원칙에 따른 것임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