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MATCH법 위원회 통과…ASML 등 동맹국 기업도 규제 대상
삼성·SK하이닉스 중국 공장 서비스까지 금지 추진, 업계 파장 예고
삼성·SK하이닉스 중국 공장 서비스까지 금지 추진, 업계 파장 예고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이 법안의 핵심 로비 주체로 확인된 가운데, 네덜란드·일본 등 동맹국 장비 기업까지 규제망에 끌어들이는 내용이 담겨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파장이 번질 조짐이다.
로이터통신은 22일(현지시각)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마이크론이 미 의회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입법 과정을 적극 이끌고 있으며, 같은 날 하원 외교위원회가 '하드웨어 기술 통제에 관한 다자간 협력법(MATCH Act·이하 MATCH법)'을 위원회 차원에서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론이 불 지른 입법 전쟁
소식통에 따르면 마이크론 측은 법안 초안 작성 단계부터 의원들과 긴밀히 협력했다.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고, 같은 달 상원 은행위원회 공화당 의원들과도 별도 자리를 가졌다.
마이크론 측은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굴기가 중국이 태양광 등 다른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장악해간 전례와 같은 흐름이라며, 이는 단순한 산업 경쟁 문제가 아닌 국가 안보 사안이라는 논리를 의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이크론 외에도 도쿄일렉트론, 램 리서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KLA 등 반도체 장비 업체들도 이 법안을 둘러싼 로비에 참여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밝혔다.
다만 이들 업체는 수출 통제 강화 시 매출 손실이 직결되는 처지여서, 마이크론과 상반된 이해관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입법 과정의 진통도 예상된다.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이은 세계 3위이자 미국 유일의 주요 공급사인 마이크론의 위기감은 수치로 뒷받침된다. 중국 2위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CXMT)의 생산 능력은 2027년 무렵 전 세계 D램 시장의 약 10%를 차지하며 4위권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조사기관에서 나오고 있다.
양쯔메모리(YMTC)는 이미 2022년부터 미국의 거래 제한 명단에 올라 있고 CXMT 첨단 시설도 수출 통제 대상이지만, 동맹국 장비 업체들의 공급 통로가 여전히 열려 있다는 것이 마이크론의 핵심 주장이다.
동맹국 150일 시한 압박…삼성·SK하이닉스도 긴장
MATCH법은 CXMT, YMTC, 반도체제조국제공사(SMIC) 등 중국 주요 칩 제조사 시설을 '규제 대상 시설'로 지정한다.
해당 시설들에는 장비 판매뿐 아니라 이미 설치된 장비에 대한 유지보수 서비스와 부품 공급, 기술 지원까지 전면 금지하는 조치가 적용된다. 반도체 핵심 공정 장비인 심자외선(DUV) 이머전 노광 장비의 중국 전역 수출도 금지 대상에 포함된다.
이 법안은 동맹국 기업들에게도 150일 이내에 미국 수준의 규제를 도입하도록 요구한다. 기한 내 동맹국들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미 상무부 장관이 단독으로 규제 범위를 확대 시행할 수 있다.
미국산 기술·장비가 일정 비율 이상 사용된 외국산 제품에도 미국의 수출 통제를 적용하는 외국직접제품규정 범위도 넓힌다.
DUV 노광 장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ASML에 미치는 충격이 핵심 변수다.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최고경영자는 지난 15일(현지시각) 2026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1분기 순매출이 87억 6690만 유로를 기록했다고 밝히면서, 중국 시장 비중이 올해 연간 20%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ASML의 2026년 1분기 중국 매출 비중은 직전 분기 36%에서 19%로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비중은 22%에서 45%로 치솟아 28억 4000만 유로(약 4조 9230억 원)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지난달 공시한 79억 7000만 달러(약 11조 8090억 원) 규모의 EUV 장비 계약을 포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발주 확대가 한국 비중 급증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해당 계약은 2027년 12월까지 분할 이행되는 구조여서, 이번 분기 매출에는 일부만 선반영됐을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MATCH법이 최종 발효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운영하는 중국 공장들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안은 미국·동맹국 기업이 운영하는 시설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지만, 외국 장비 업체들이 중국 내 어떤 시설에도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하는 구조여서 운영 차질 우려가 제기된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MATCH법이 최종 시행될 경우 ASML의 연간 주당순이익이 최대 1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추산했다.
워싱턴 안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케이트 코렌 연구원은 "미중 무역 협상 기간 동안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새로운 규제 도입을 미루는 등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초당적 공감대가 의회 안에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코렌 연구원은 올해 초까지 BIS에 재직했다.
MATCH법은 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본회의 처리, 상원 통과, 대통령 서명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다. 상원에도 동반 법안이 발의된 상태여서, 국방수권법에 수정안으로 포함되는 방식으로 입법이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원 외교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일괄 수출 통제 입법을 두고 2018년 수출통제개혁법(ECRA) 이후 해당 분야 최대 입법 추진으로 평가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