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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안보 빗장' 걸었다… MBK 마키노 인수 제동에 펀드업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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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안보 빗장' 걸었다… MBK 마키노 인수 제동에 펀드업계 '비상'

외환법상 18년 만의 '투자 중지 권고'… 사실상 퇴로 차단
日, '안보' 내세워 외국 자본 원천 봉쇄… 투자 지형도 바뀐다
일본 정부가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마키노프라이스 제작소(이하 마키노) 인수 계획에 ‘중지 권고’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정부가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마키노프라이스 제작소(이하 마키노) 인수 계획에 ‘중지 권고’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미지=제미나이3
일본 정부가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마키노프라이스 제작소(이하 마키노) 인수 계획에 중지 권고라는 초강수를 뒀다. 지난 22(현지시각)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외국환 및 외국무역법(외환법)을 근거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

2017년 외환법 개정 이후 외국인 투자에 대해 이례적으로 실제 중지 권고사례가 내려진 것은 매우 드물어 상징성이 크다.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 단순히 기업 인수합병(M&A)의 무산을 넘어, ‘기술 안보가 투자 전략의 최우선 고려 변수로 등극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무기 전용 기술의 '길목' 차단… 18년 만의 강경 대응


일본 정부가 이번 조치를 단행한 핵심 이유는 경제안보. 도쿄에 본사를 둔 마키노는 머시닝 센터와 NC 방전 가공기, CAD/CAM 시스템 등 하이엔드 정밀 공작기계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다.

일본 정부는 마키노의 기술이 군사 무기 제조로 전용 가능한 듀얼 유스(Dual-Use·군민 겸용)’ 기술임을 문제 삼았다. 외환법상 코어 업종으로 분류된 핵심 기술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는 것을 국가 안보의 위협으로 간주한 것이다. 과거 2008년 영국계 투자펀드가 J파워 주식 매입을 시도할 당시 중지 명령을 내린 이후, 18년 만에 불거진 이 같은 강경 대응은 외국인 투자를 대하는 일본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MBK는 이번 권고 이후 10일 이내에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이를 거부할 경우, 일본 정부는 공식적인 인수 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어 사실상 투자의 퇴로가 막힌 셈이다.

·'CFIUS' 공조… 글로벌 사모펀드 '빨간불'


이번 사태는 일본이 미국식 경제안보 모델을 빠르게 내재화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미국은 대미외국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통해 외국 자본의 핵심 기술 기업 인수를 원천 봉쇄해 왔다. 최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가 미국 내에서 거센 저항에 부딪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 정부도 미국 CFIUS와 유사한 유사한 외국인 투자 심사 체계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외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법적 근거 마련에도 속도를 냈다. 이제 일본 시장을 겨냥하는 글로벌 사모펀드들은 과거처럼 단순한 수익성 지표만으로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게 됐다. 투자 대상 기업이 코어 업종에 속하는지, 지배구조 변화가 국가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사전 검증이 M&A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됐다.

투자자가 챙겨야 할 '안보 리스크' 체크리스트


이번 사건은 일본 시장 투자를 고려하거나, 일본 내 공급망을 활용하는 국내 기업 및 투자자들에게 명확한 경고장을 던졌다. 변화된 환경에서 자산을 지키기 위해 다음 세 가지 지표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첫째, ‘코어 업종해당 여부 확인이다. 투자 대상 기업의 사업 영역이 일반 제조업이라도, 최종 생산품이 방산·우주·항공·반도체 등 안보 직결 분야와 미세한 수준이라도 연관성이 존재하는지 정밀하게 점검해야 한다.

둘째, 정부 심사 기간의 변동성이다. 이번 MBK 사례처럼 심사가 장기화되면 금융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기회비용을 포함한 자금 조달 계획을 보수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셋째,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 산정이다. ·중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을 안보의 보루로 지키려 할 것이다. 투자의 논리는 이제 수익률에서 국가 안보로 무게중심이 완벽히 이동했다.

마키노는 이제 독자적인 성장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번 사건은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 안보라는 이름의 보이지 않는 장벽이 갈수록 두터워지고 있음을 경고한다. 이제 투자자의 지갑은 지정학적 지도의 변화를 읽는 눈에 달려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