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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군수 기업, 우크라이나 점령지 세계 5대 망간 광산 채굴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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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군수 기업, 우크라이나 점령지 세계 5대 망간 광산 채굴 착수

러시아 군수 기업, 우크라이나 점령지 세계 5대 망간 광산 채굴 착수
우크라이나 전쟁이 영토 쟁탈을 넘어 전략 광물 확보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러시아 국영 방산 대기업 로스텍(Rostec)과 연계된 민간 기업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세계 최대급 망간광산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사진=로스텍 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 국영 방산 대기업 로스텍(Rostec)과 연계된 민간 기업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세계 최대급 망간광산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사진=로스텍 홈페이지


비즈니스 인사이더 폴란드 (Business Insider Poland)는 25일(현지시각), 러시아 국영 방산 대기업 로스텍(Rostec)과 연계된 민간 기업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세계 최대급 망간광산 개발에 본격 착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쟁을 자원 약탈의 도구로 삼는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지질과학연구소 추산 기준, 러시아가 2022년 침공 이후 통제하게 된 우크라이나 지하자원 가치는 12조 5000억 달러(약 1경 8468조 원)를 웃돈다.

로스텍 연계 기업, 세계 5대 망간 광산 허가 취득


러시아 친크렘린 경제지 코메르산트(Kommersant)는 최근 보도에서 러시아 기업 레알레 엔지니어링 인베스트(Reale Engineering Invest)가 올해 2월(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자포리자(Zaporizhzhia)주 점령지에 위치한 벨리코토크마크(Velyko-Tokmak) 망간광산의 채굴 허가를 취득하고, 이달 들어 지질 탐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이 회사 지분의 25.1%는 러시아 국영 방산 대기업 로스텍 산하 'RT-비즈니스 디벨롭먼트(RT-Business Development)' 유한책임회사가 보유하고 있다.

벨리코토크마크 광산은 세계 5대 망간 매장지 가운데 하나로, 추정 매장량이 17억 t에 이른다. RBC-Ukraine 이 수치는 러시아 최대 망간광산인 케메로보주 우신스크 광상(1억 2770만 t)과 크라스노야르스크 지방 포로진스코예 광산(2946만 t)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현재 러시아의 산업적 망간 생산은 바시코르토스탄 광상 한 곳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 금속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광산 내 망간 함량은 25%를 웃도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매장량만으로도 100년치 채굴이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다만 이 프로젝트를 가동하려면 낡은 광산 시설 복구와 배수 작업이 선행돼야 하며, 총 투자비가 1000억 루블(약 13억 2850만 달러, 한화 약 1조 963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메르산트는 광산 인근에 이미 광산·선광 복합 설비 건설이 시작됐으며, 약 3000명이 고용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탱크·장갑차 생산 핵심 소재… 로스텍의 생존 전략

망간은 고강도 강철 제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전략 광물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미국 국방군수청(Defense Logistics Agency) 역시 망간을 군사 분야 필수 핵심광물로 분류하고 있으며, 특히 철강 생산에 빠질 수 없는 소재로 꼽힌다.

러시아가 이처럼 망간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분명하다.

자포리자주 점령 행정 수반 예브게니 발리츠키(Yevgeny Balitsky)는 앞서 이 채굴 계획을 언급하며, 로스텍이 현재 페로망간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가봉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스텍이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보다 유리한 금융 조달도 가능해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서방의 고강도 제재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단된 러시아에게 이 광산은 단순한 경제적 자산을 넘어 전쟁 지속 능력을 좌우할 군수 생명선이다.

러시아의 2024년 광물 개발 전략은 도네츠크·루간스크·자포리자·헤르손주 점령지의 광물 자원 복합체를 러시아 경제에 통합하는 것을 명시하고 있으며, 석탄·철광석·망간·희귀 금속 등 점령지 매장 자원을 수입 대체 및 수출 목표 달성에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담고 있다.

한편 제임스타운 재단(Jamestown Foundation)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 프로젝트가 자포리자주가 전쟁 중인 교전 지역이자 법적으로 우크라이나 주권 영토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러시아가 망간 광석 처리·정제 국내 역량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역사적으로 광석을 해외로 보내 가공하거나 완제품을 수입하는 방식에 의존해 왔다고 분석했다.

'전략 광물 약탈'… 글로벌 공급망 재편 충격파

이번 채굴 착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자원 약탈이 체계적·산업적 수준으로 격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러시아가 2022년 전면 침공 이후 수개월 만에 통제하게 된 우크라이나 광물·가스 자원의 가치는 12조 5000억 달러(약 1경 8468조 원)를 웃돈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 경질 석탄 매장량의 56% 이상(약 12조 달러 상당), 가스전의 20%, 유전의 11% 등이 포함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2년 이전 우크라이나가 유럽에 철강 반제품·티타늄·리튬·갈륨·철광석·망간을 공급하는 핵심 국가였으나, 러시아의 침공으로 이들 공급 루트가 끊기면서 더 비싸고 느린 대체 경로로 전환이 불가피해졌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총 광물 자원의 약 5%를 보유한 글로벌 10대 광물 공급국으로, 티타늄·리튬·베릴륨·망간·갈륨·흑연·아파타이트·형석·니켈 등 핵심광물의 주요 잠재 공급국으로 평가받는다.

러시아의 자원 강탈이 지속 될수록 서방의 공급망 다변화 노력도 더욱 절박해지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ODI에 따르면 2026년 현재 미국은 호주·콩고민주공화국·일본·말레이시아·태국·우크라이나 등과 핵심광물 양자 파트너십 협정을 잇따라 체결하며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유럽연합(EU)도 리튬·흑연·코발트·니켈·희토류 등을 겨냥한 60개 전략 프로젝트를 선정해 추진 중이다.

지정학 전문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역시 러시아의 점령지 자원 통합을 단순한 경제적 행위가 아닌 병합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규정하면서, 우크라이나산 흑연·망간·티타늄 생산이 서방 공급망 취약성을 완화하는 데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안팎에서는 러시아가 벨리코토크마크 광산을 실제로 가동하더라도 단기간에 공급망 효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교전 지역이라는 물리적 위험, 낡은 광산 인프라 복구 비용, 국제 제재로 인한 장비·기술 조달 제약이 겹치면서 프로젝트 실현 가능성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가 전쟁을 지렛대로 세계 최상위급 전략 광물 자산을 군사·산업 목적으로 흡수하려는 시도를 노골화하면서, 핵심광물을 둘러싼 지정학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