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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AI 무단 도용' 전쟁 선포… "중국, 추출 기술로 기술 약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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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AI 무단 도용' 전쟁 선포… "중국, 추출 기술로 기술 약탈"

백악관, 중국 기업의 '증류' 수법 통한 모델 탈취 공식 경고
개별 계정 수천 개 동원한 '산업 스파이급' 데이터 수집... 오픈AI·앤스로픽 실질 피해 발생
5월 트럼프 방중 앞두고 기술 안보 갈등 최고조... 민관 합동 대응체계 구축으로 강력 대응 예고
미 백악관은 내부 메모를 통해 중국 기업들이 미국 AI 기술을 대규모로 훔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 백악관은 내부 메모를 통해 중국 기업들이 미국 AI 기술을 대규모로 훔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무력 충돌' 없는 정보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에너지 시장을 흔들 듯, 미·중 간 AI 기술 안보 갈등은 향후 글로벌 기술 공급망의 근간을 뒤흔들 뇌관으로 부상했다.

B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시각), 백악관은 내부 메모를 통해 중국 기업들이 미국 AI 기술을 대규모로 훔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마이클 크라츠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메모에서 "중국에 기반을 둔 외국 세력이 미국의 AI 혁신 성과를 착취하고 있다는 새로운 정보를 입수했다"며 민관 합동의 강력한 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교묘해진 '증류' 기술... "수천 개 계정 동원해 모델 복제"


백악관이 이번 메모에서 가장 경계한 대목은 이른바 '증류(Distillation)'라고 부르는 기술 탈취 수법이다. 이는 단순히 데이터를 해킹하는 기존 방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중국 기업들은 수천 개의 개별 사용자 계정을 생성해 정상적인 이용자로 가장한 뒤, 챗GPT(ChatGPT)나 클로드(Claude) 같은 미국의 첨단 AI 모델에 수많은 질문을 던져 그 답변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후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AI 모델을 학습시켜, 원본 모델의 성능을 그대로 복제하는 방식이다.

미국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방식은 마치 일류 요리사의 레시피를 훔치지 않고도, 그가 만든 요리를 수만 번 맛보며 성분을 분석해 똑같은 맛을 내는 것과 같다"며 "미국 기업이 수조 원을 들여 개발한 지적 재산을 푼돈으로 가로채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의 '딥시크(DeepSeek)'는 모델 구축에 수백만 달러(수십억 원)만 투입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수천억 달러(수백조 원)를 쏟아붓는 미국 빅테크 기업의 비용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현재 환율(1달러당 1477원)을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수천억 달러는 약 147조7000억 원에서 수백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이다.

반면 딥시크가 주장하는 '수백만 달러'는 약 44억 원에서 100억 원 안팎에 불과해 비용 대비 성능 면에서 기술 탈취 의혹을 짙게 하고 있다.

오픈AI·앤스로픽 "이미 털렸다"... 실명 거론된 중국 AI 3사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기술 탈취 의혹은 이제 구체적인 피해 증언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앤스로픽은 자사 모델을 복제하려 시도한 중국의 3대 AI 연구소로 딥시크(DeepSeek), 문샷(Moonshot), 미니맥스(MiniMax)를 정조준했다. 오픈AI 역시 딥시크가 자사 기술을 무단으로 복제했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백악관은 이번 사태를 방치할 경우 미국의 연구 개발 동력이 시스템적으로 파괴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백악관은 ▲탈취 수법 및 가해자 정보 공유 ▲민관 합동 방어 체계 강화 ▲피해 완화 및 복구 모범 사례 개발 ▲가해 세력에 대한 책임 추궁 방안 모색 등 4대 대응 과제를 제시했다.

크라츠오스 실장은 "취약한 기반 위에 구축된 AI 모델은 신뢰성과 무결성을 확보할 수 없다"며 기술 탈취로 급성장한 중국 AI의 한계를 꼬집었다.

중국 "자체 혁신의 결과" 반발... 오는 5월 미·중 정상회담 분수령


중국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중국의 발전은 국제 협력과 자체적인 헌신이 일궈낸 결과"라며 미국의 주장을 '부당한 압박'으로 규정했다.

또한 "중국은 세계의 공장을 넘어 세계의 혁신 실험실로 변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오는 5월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이번 메모가 발표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 안보를 협상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국내 한 AI 보안 전문가는 "미국의 이번 조치는 단순히 기술 보호를 넘어 AI 공급망에서 중국을 완전히 격리하겠다는 선언과 같다"며 "학습 데이터의 출처와 정당성을 따지는 'AI 윤리 및 안보 기준'이 향후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번 'AI 증류' 논란은 기술 주권을 지키려는 미국과 추격 속도를 높이려는 중국 사이의 타협 없는 평행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