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협상 결렬·호르무즈 해협 폐쇄 장기화 속 교착 국면 61일째
트럼프 "빨리 정신 차려라" 위협·협상 완전 교착 — 브렌트유 장중 114달러 돌파·WTI 103달러·전쟁 이후 49% 폭등
트럼프 "빨리 정신 차려라" 위협·협상 완전 교착 — 브렌트유 장중 114달러 돌파·WTI 103달러·전쟁 이후 49% 폭등
이미지 확대보기로이터가 29일(현지시각), 트럼프는 이란이 "빨리 정신 차리지 않으면(get smart soon)" 더 강한 압박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CNBC는 같은 날 브렌트유가 장중 배럴당 114달러를 돌파하고 WTI가 103.18달러로 치솟으며 각각 3.77%·3.3%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WTI는 전쟁 개시(2월 28일) 이후 누적 49% 이상 폭등한 수치다. 세계은행은 4월 29일 에너지 가격이 2026년 한 해 동안 24% 급등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고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자지라는 29일(현지시각) 미국과 이란의 협상 타개 노력이 완전한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지금 이 전쟁은, 이란의 원유 저장고와 트럼프의 정치적 인내심 중 어느 쪽이 먼저 바닥을 드러내느냐의 싸움이다.
"No more Mr. Nice Guy" — 트럼프의 위협과 무기한 봉쇄 결정의 배경
로이터는 29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AI로 합성한 기관총 사진과 함께 이란을 향해 "더 이상 좋은 사람은 없다(No more Mr. Nice Guy)"고 위협하며 이란이 "핵 없는 합의(nonnuclear deal)에 서명하는 법조차 모른다"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WSJ은 지난 28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상대로 무기한 해상 봉쇄를 이어가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WSJ가 복수의 미국 정부 관리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황실(Situation Room) 회의에서 이른바 '교착 봉쇄'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이 시작된 2026년 2월 28일로부터 꼭 두 달째 되는 시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 앞에 놓인 선택지는 세 가지였다. 폭격 재개, 전면 협상, 그리고 봉쇄 유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 중에서 가장 극적이지도, 가장 유화적이지도 않은 세 번째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폭격을 재개하면 이란은 걸프 에너지 인프라에 보복 공격을 감행해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고, 협상에서 발을 빼면 핵 문제 해결이라는 핵심 목표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선택 역시 미국을 중동에 무기한 묶어두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로이터·입소스가 4월 2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4%로 직전 조사(36%) 대비 2%포인트 추락했다. 생활비 문제와 이 '인기 없는 전쟁'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백악관 대변인 애나 켈리는 29일(현지시각) 알자지라와 미국 언론에 배포한 성명에서 "협상가들은 이란 측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가 안보를 최우선에 두는 합의에만 서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정보기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두 달짜리 전쟁에서 일방적 승리를 선언할 경우 이란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분석 중이라고 로이터가 복수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백악관의 정치적 부담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신호다.
브렌트유 114달러 돌파, WTI 49% 폭등 — 봉쇄가 숫자로 말하는 전쟁의 실상
CNBC는 29일(현지시각), 국제 원유 기준 가격인 브렌트유(6월물)가 배럴당 114.37달러로 전일 대비 2.8% 급등하며 장중 한때 115달러를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6월물은 3.3% 오른 103.18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이미 전날 3.7% 상승한 데 이어 7일 연속 올랐으며, 전쟁이 개시된 2월 28일 이후 누적 상승률이 49%를 넘어섰다고 CNBC는 밝혔다. 전쟁 전 배럴당 70달러 안팎이던 유가가 두 달도 안 돼 40달러 이상 뛰어오른 것이다.
세계은행은 29일(현지시각), 이란 전쟁으로 인한 공급 충격이 5월까지 최악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경우 2026년 에너지 가격이 24% 급등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2022년) 이후 최고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해상 봉쇄가 이란 경제에 가하는 압박은 그 자체로도 가혹하다. NBC뉴스가 28일(현지시각) 에너지 정보 분석 업체 클플러(Kpler)의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란의 원유 저장 시설은 이제 12일에서 최대 22일치 생산량만 추가로 저장할 수 있는 포화 상태에 가깝다.
이란이 더 이상 원유를 저장할 공간이 없어지는 순간, 생산 자체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현재 이란의 원유 수출은 전쟁 이전 대비 85% 이상 급감한 상태다. 봉쇄로 인한 이란의 경제적 손실은 하루 2억~2억 5천만 달러(약 2960억~37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클플러는 이란산 원유가 주요 우회 수입국인 중국까지 도달하는 데 약 두 달, 중국 구매자의 결제까지 또 두 달이 걸리는 구조 때문에 봉쇄의 실질적 타격이 이란 경제에 완전히 반영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란 정부 관리들은 4월 28일 대체 무역 경로를 이용해 봉쇄를 버텨낼 수 있으며 전쟁이 끝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란 봉쇄의 파장은 이란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월 월간 보고서에서 3월 기준 전 세계 원유 공급이 하루 1010만 배럴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기 공급 충격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기 전인 2월 하루 2000만 배럴 이상이 통과하던 이 해협은 지금 하루 380만 배럴 수준의 운항만 이루어지고 있다.
알자지라는 4월 29일, OPEC 펀드가 이란 전쟁 여파로 에너지·식량·비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해 2028년까지 15억 달러(약 2조 2250억 원) 규모의 긴급 지원 패키지를 출범시켰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내민 손, IRGC는 "반역"이라 불렀다 — 협상 교착의 구조적 이유
이란은 전쟁의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알자지라와 악시오스는 지난 27일(현지시각) 이란이 파키스탄 중재단을 통해 새로운 3단계 협상안을 미국에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핵심은 간명하다.
1단계로 호르무즈 해협을 즉시 재개방하고, 이에 맞춰 미국은 봉쇄를 해제한다. 핵 협상은 그 이후에 별도로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에 대한 미국의 공식 인정을 핵심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란은 현재 핵무기 여러 기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인 60% 농축 우라늄 약 440킬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 협상안 뒤에는 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목소리가 이란 내부에서 더 크게 울리고 있다. 알자지라의 29일 보도에 따르면, 이란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아흐마드 바히디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둘러싼 협상 자체를 "반역(treason)"이라고 규정했다.
바히디는 "미국의 선의 없이 진지하지 않은 협상에 기대는 자들이 내뱉는 말"이라며 "전장(戰場)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IRGC의 강경 노선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워싱턴의 반응은 싸늘했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란의 새 제안이 '이전보다 나아진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사실상 거부 의사를 굳혔다. WSJ은 4월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제안이 협상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최소한 20년간 핵농축을 중단하고 그 이후에도 제한을 수용해야 한다는 최대주의적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릭 브루어 전 미국 정보공동체 이란 수석 분석관은 "이란의 제안이 핵 문제를 전혀 다루지 않는다는 점에서, 트럼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은 놀랍지 않다. 봉쇄를 통해 이란에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왜 지금 당장 협상을 타결하겠는가?"라는 반응이다.
협상 교착에는 이란 내부의 권력 구조 변화도 깊이 작용하고 있다. 로이터의 29일 보도에 따르면, 전쟁 첫날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하면서 이란에는 단일한 최고 권위자가 사라졌다.
하메네이의 부상을 입은 아들 모즈타바가 후계자로 지명됐지만, 이 권력 공백은 IRGC 강경파 사령관들에게 더 큰 발언권을 안겨줬다.
파키스탄 샤바즈 샤리프 총리는 2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휴전은 유지되고 있으며 평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협상 진전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전쟁 60일 타임라인 —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 및 탄도미사일 인프라를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개시했다. 공습 초반,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이란은 곧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후계자로 지명하고 반격에 나섰다.
닷새 후인 3월 4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 세계 원유 무역의 약 20%, 전 세계 LNG 교역의 상당 부분이 이 좁은 해협을 통과한다. 카타르에너지는 즉각 모든 수출 계약에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했다.
4월 7~8일, 미국과 이란이 정전에 합의했다. 그러나 호르무즈 재개방은 이행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전 직후 이란 항구와 선박을 대상으로 한 해상 봉쇄를 전격 선포했다. 전쟁의 무대가 공중전에서 경제전으로 이동하는 순간이었다.
4월 11~12일, 밴스 부통령과 위트코프 특사, 쿠슈너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 외무장관 아라그치, 의회 의장 갈리바프와 직접 마주 앉았다. 하지만 회담은 합의 없이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이란 항구 전면 봉쇄를 재확인했다.
4월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구체적인 협상안을 제출하는 조건으로 정전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봉쇄는 그대로 유지됐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카츠는 이날 하메네이 일가 제거와 이란 에너지 인프라 타격을 위해 미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긴장을 높였다.
그리고 4월 27~29일, 이란이 호르무즈 우선 개방·핵 협상 후순위 3단계 안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부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며 무기한 봉쇄 유지를 결정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4달러대, WTI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7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쟁 초기 역대 최대 폭락을 기록했던 KOSPI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6690대를 회복하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지만, 호르무즈 봉쇄로 인한 에너지·소재 실물 충격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국, 비전투국 중 최대 피해국 — 에너지·반도체를 동시에 강타한 '3중 충격'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보고서에서 "비전투국 가운데 한국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은 나라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 한 문장이 현재 한국의 처지를 압축한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의 94%를 해외에 의존하는 나라다. 그 가운데 원유 수입의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호르무즈가 막히는 순간, 한국의 정유·석유화학·반도체 산업 전체가 동시에 흔들리는 구조다.
반도체 업계의 충격은 예상치 못한 루트에서 왔다. 카타르산 헬륨에 64.7%를 의존해 온 한국 반도체 산업은 카타르에너지의 불가항력 선언 이후 헬륨 가격이 40% 이상 급등하는 직격탄을 맞았다.
헬륨은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대체가 불가능한 냉각·세정 소재다. 한국 반도체산업협회는 단기 재고는 확보됐지만 헬륨을 포함한 14개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재고가 소진될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공장의 생산 라인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나마 한국 경제를 버티게 하는 것은 반도체 수출 호조다. IEA 보고서는 "한국 경제는 3월 반도체 수출이 사상 처음 3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수출 호조에 힘입어 상대적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가동하는 한편,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에너지 충격 완화와 취약 계층 지원에 나서고 있다. 탈석탄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던 석탄발전소 폐지 일정도 전쟁 기간 중 전면 연기해 전력 수급 불안에 대비하고 있다.
CSIS의 에너지 안보 전문가 제인 낙스타 연구원은 "한국의 경험은 에너지 다변화 없이는 어떤 경제 대국도 지역 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교과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세계는 지금 무엇을 잃고 있나 — 항공유 대란·식량 위기·OPEC 해체로 번지는 파장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단순히 원유 가격 문제가 아니다. IEA는 이번 전쟁이 역사상 가장 큰 단기 원유 공급 충격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2026년 2분기 기준 전 세계 원유 수요 감소량은 하루 150만 배럴로, 코로나19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항공업계도 벼랑 끝에 몰렸다. 알자지라는 4월 29일, 영국 정부가 국내 정유소들에 항공유 공급을 최대한 늘려달라고 긴급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에너지부 마이클 섕크스 장관은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항공유 가격 급등이 항공사들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수장은 이 항공유 위기가 아시아 → 유럽 →아프리카·중남미 순으로 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식량 안보 문제도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전 세계 우레아(요소) 수출의 30% 이상이 호르무즈를 통해 오간다. 요소는 화학 비료의 핵심 원료다. 비료 공급이 막히면 옥수수·밀 등 주요 곡물의 생산 비용이 급등하고, 식량 가격 인플레이션이 에너지 위기와 맞물려 증폭되는 구조다.
걸프 지역 국가들은 이미 식량 수입의 80% 이상을 이 해협에 의존해 심각한 수급 불안에 직면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예멘·소말리아 등 분쟁 지역에 대한 긴급 식량 지원 물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유럽도 자유롭지 않다. 유럽중앙은행(ECB)은 3월 19일 당초 계획하던 금리 인하를 전격 중단하고 2026년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했다. 영국의 인플레이션은 2026년 5%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CNBC가 4월 29일 인용한 네덜란드 ING은행 분석에 따르면, UAE의 OPEC 탈퇴는
OPEC에 "큰 타격(a big blow)"이며 트럼프에게는 환영받을 것이지만 "단기적으로 유가의 가장 큰 변수는 여전히 페르시아만 상황과 호르무즈 재개 시점"이라고 밝혔다.
알자지라는 29일(현지시각),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처음부터 이 전쟁이 시작된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 독일과 유럽은 호르무즈 폐쇄로 에너지 공급과 경제에 직접적이고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언급한 내용을 보도했다.
메르츠 총리는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을 비판한 것과 관련해 "트럼프와의 개인적 관계는 여전히 좋다"면서도 "이란인들이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을 굴욕시키고 있다"는 자신의 평가를 철회하지 않았다.
이 전쟁은 어떻게 끝나나 — 워싱턴이 직면한 네 가지 시나리오
전문가들과 전·현직 미국 정부 관리들은 이번 전쟁의 결말을 크게 네 갈래로 내다보고 있다.
첫 번째는 협상 타결 시나리오다. 이란이 핵농축 제한에 최종 합의하고 호르무즈를 개방한다. 미국은 봉쇄를 해제하고 제재 일부를 완화한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며 글로벌 경기 회복이 시작된다. 가장 이상적인 결말이지만, 이란 내부 강경파의 반발과 미국의 최대주의적 요구가 동시에 완화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가능성을 낮게 본다.
두 번째는 전쟁 재개 시나리오다. 이란이 미국 해군 자산 공격 등 도발적 행동으로 맞대응하고, 미국은 재공습을 개시하며 이란은 걸프 에너지 인프라를 추가 타격한다. 유가가 배럴당 135달러 이상으로 치솟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현실화된다.
OECD는 이 경우 2026년 세계 GDP 성장률이 현재 전망치 2.6%에서 2.5% 아래로 추가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가능성은 낮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세 번째는 현상 유지·장기 교착 시나리오다. 현재로서는 이 경로가 가장 현실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봉쇄가 수개월 이어지고, 저강도 충돌이 산발적으로 반복된다. 핵 합의도, 전쟁 재개도 없는 이른바 '어중간한 평화'다.
에너지 위기는 지속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침체 리스크는 상존한다. 악시오스는 지난 28일(현지시각) 익명을 요청한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이 전쟁이 핵 합의도 전쟁 재개도 아닌 형태로 끝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도했다.
네 번째는 이란 내부 격변 시나리오다. 경제적 압박이 임계점을 넘어 이란 내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의 균열이 폭발적으로 심화되는 경우다.
브루킹스연구소 이란 전문가 수잔 말로니는 "1월에 자국민을 학살하면서까지 시위를 억압한 정권이 지금도 경제 고통을 감수하게 할 능력이 있다"며 봉쇄만으로 정권을 굴복시키기엔 한계가 있다고 경고했다. 가장 예측 불가능하며, 실현될 경우 파장도 가장 클 시나리오다.
누구의 계산이 맞는가 — 이란-미국 인내심 싸움의 본질
이란-미국 전쟁 61일째, 이 사태의 본질은 결국 인내심 싸움이다. 미국은 봉쇄가 이란 경제를 조기에 무너뜨릴 것이라 계산하고, 이란은 자신의 인내심이 미국의 에너지 위기 우려와 정치적 부담을 앞설 것이라 계산한다.
독일 리스크분석·국제안보연구소(IRAIS) 소장 니코 랑게는 "양측 모두 자신들이 올바른 계산을 했으며 시간이 자기 편이라 믿고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갈등은 깊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 등은 압박을 유지할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참모들과 재계 인사들은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제적 재앙이 될 수 있다며 유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핵심 변수는 두 가지다. 이란의 원유 저장 공간이 완전히 고갈되기 전에 이란이 먼저 양보할 것인가, 아니면 미국 내 경제적 불만과 11월 중간선거 압박이 트럼프를 먼저 협상 테이블로 이끌 것인가.
지금까지는 두 나라 모두 상대방이 먼저 백기를 들기를 기다리고 있다. 전쟁은 멈췄지만,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