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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75조 폴란드 잭팟의 함정… "실제 손에 쥐는 돈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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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75조 폴란드 잭팟의 함정… "실제 손에 쥐는 돈은 11%"

EU '바이 유러피안' 1500억 유로 빗장… 한국산 35% 천장에 갇혔다
한·EU 양자협정이 분기점, 캐나다는 이미 통과… 한화·현대로템 '유럽 내부자' 변신 속도전
 K-방산은 EU에서 ① 35% 부품 천장 ② 89% 자국우선 배분 ③ 추가 양자협정 미체결이라는 3중 빗장에 갇혔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K-방산은 EU에서 ① 35% 부품 천장 ② 89% 자국우선 배분 ③ 추가 양자협정 미체결이라는 3중 빗장에 갇혔다. 이미지=제미나이3
71조 원 가운데 한국 몫은 78000억 원. 비중으로는 11%.

폴란드가 유럽연합(EU)의 공동방위차관(SAFE)에서 배정받은 4373400만 유로(75조 원)에서 한국 방산업체가 실제 접근할 수 있는 금액은 그 일부에 그친다. 폴란드 의회 분석에 따르면 자금의 89%는 자국 산업에 투입되고, 나머지 11%만 한국·미국산 장비 구매에 쓰인다.

여기에 EU '바이 유러피안' 규정이 더해진다. SAFE 자금으로 사는 무기는 부품 가치 기준 65% 이상을 EU·우크라이나·노르웨이산으로 채워야 하고, 한국산 비중은 원칙적으로 35%를 넘을 수 없다. 폴란드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이 SAFE 법안을 "주권 위협"이라며 거부권 행사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K2 전차 180대 인도라는 '대박' 뉴스 뒤에서 K-방산은 ① 35% 부품 천장 ② 89% 자국우선 배분 ③ 추가 양자협정 미체결이라는 3중 빗장에 갇혔다.

1500억 유로 SAFE의 실체, 한국엔 '35% 천장'


EU 이사회는 20255SAFE 규정을 채택해 회원국이 EU 채권을 통해 빌릴 수 있는 1500억 유로(258조 원) 규모의 저금리 장기 차관을 만들었다. 컨실리움(EU 이사회 사무국) 공시에 따르면 SAFE 자금이 투입되는 무기는 부품 가치 기준 65% 이상이 EU·우크라이나·유럽경제지역(EEA)·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안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역외 부품 비중은 35% 상한이다.

품목 범위가 K-방산 핵심 라인업과 정면으로 겹친다. SAFE는 탄약·미사일, 드론·대드론 시스템, 방공망, 사이버·인공지능(AI), 전자전, 우주 자산, 그리고 K9·K2가 속한 '지상전투능력'을 우선 품목으로 지정했다.

EU 위원회는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폴란드(437억 유로, 75조 원루마니아(167억 유로, 28조 원리투아니아 등 18개국 국방투자계획을 승인했다. 1500억 유로 가운데 약 40%가 폴란드·루마니아 두 나라에 배정됐다. K-방산 주력 시장이 곧 SAFE 핵심 사용처라는 의미다.

문제는 폴란드 의회가 이 자금의 89%를 자국 산업에 투입한다고 명시한 점이다. 폴란드 매체 보도에 따르면 도날트 투스크 총리는 "독일 산업 수혜분은 0.37%"라며 역외 업체 우대를 사실상 차단했다. 한국 업체가 접근 가능한 11%마저도 SAFE65% 현지 조달 규정 앞에서는 유럽 현지 공장 없이는 온전히 가져갈 수 없는 구조다.

한국 정부의 베팅: SAFE 양자협정 협상

한국 정부는 이 35% 천장을 풀기 위해 카드를 꺼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9SAFE 참여 의향서를 EU에 공식 제출했다. 외교부는 "한국 방산기업의 유럽시장 확대와 한·EU 방산 협력 강화가 목표"라며 "EU와 양자협정 체결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EU 집행위 토마 레니에 대변인은 "안보·방위 파트너십(SDP)을 체결한 제3국은 공동구매에 참여할 수 있고, 참여 희망 국가들은 자국 방위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며 상호 이익이 되는 협정을 협상하게 된다"고 밝혔다. 유럽대외관계청(EEAS) 자료에 따르면 한·EU SDP202411월 체결됐다.

선례는 캐나다다. EU 이사회 공시에 따르면 캐나다는 지난해 12EU와 양자협정을 체결해 SAFE에 공식 참여한 첫 비EU국이 됐다. 한국은 영국·캐나다에 이어 의향서를 낸 상태다. 양자협정이 타결되면 한국 부품이 65%까지 인정될 길이 열린다.

다만 조건이 까다롭다. EU 집행위는 ▲참여국 방산업체의 유럽 내 생산시설 보유 ▲재정 기여 ▲EU 회원국 또는 우크라이나 등 2개국 이상과 팀 구성을 요구한다.

'유럽 내부자'로 변신 속도전, 한화·현대로템의 답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11일 루마니아 돔보비차주 페트레슈티에서 한화기갑센터(H-ACE) 유럽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181000㎡ 부지에 K9 자주포·K10 탄약운반차 조립·정비 라인을 갖추고 2027년부터 K9 54, K10 36대를 인도할 계획이다. 회사가 강조하는 핵심 숫자는 '현지화율 80%'. 루마니아 협력사 30여 곳을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은 기공식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루마니아의 진정한 루마니아 방산기업으로의 진화이자 양국 장기 방산협력의 토대"라고 밝혔다. SAFE65%·EDIP70% 역내 비중 규정을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다.

폴란드도 같은 흐름이다. 현대로템은 폴란드에서 'EU 내부자'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리아온포인트에 따르면 2025년 체결된 K2 전차 2차 실행계약 180대 가운데 K2PL 81대가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 산하 부마르-와벤디(글리비체 소재) 공장에서 생산된다. 초도 물량 소수만 한국에서 제작하고, 나머지는 폴란드 현지 라인에서 만들어 기술 이전을 완료하는 구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폴란드 WB그룹과 사거리 80㎞ 유도미사일(CGR-080) 합작법인을 차렸고, 지난해 12월에는 약 40억 달러(59000억 원) 규모 천무 유도미사일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미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이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유럽 무기 수출액은 20221255000만 달러(18조 원)에서 2023~202426억 달러(3조 원)대로 급락한 뒤 20251103000만 달러(16조 원)로 다시 뛰었다. 카네기는 "한국이 다음 단계로 가려면 EU 방위투자 본격 참여와 AI 기반 방산 플랫폼 협력이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완충 요인과 변수


다만 K-방산 즉시 위축론은 과도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SAFE는 한시적 단독조달도 허용한다. EU 이사회 결정문은 '지정학적 긴급성'을 이유로 1개 회원국 단독 발주를 일정 기간 인정한다. 폴란드·루마니아처럼 러시아 위협에 노출된 국가가 한국산 후속 발주를 정당화할 근거다.

폴란드는 지난달 13일 한·폴란드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반자'로 격상하며 K2·K9·천무·FA-50 후속 협력을 공식화했다. EDIP70% 룰 역시 202712월까지 적용되는 한시 규정이다.

반면 변수도 있다. 폴란드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SAFE 국내 비준법안을 "주권 위협"이라며 "한국·미국 무기 구매에 손발을 묶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안 통과 후 21일 이내 서명 또는 거부권 행사 결정을 앞두고 있어, 폴란드 SAFE 자금 집행 시점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이는 K-방산 최대 시장이 'EU 빗장'에 갇히기도 전에 정치적 변수로 발주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화·현대로템의 폴란드 후속 계약 일정과 K9·천무 추가 수주 시점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투자자·산업 체크리스트 3


K-방산 투자자가 분기마다 점검해야 할 좌표는 셋이다.

① 한·EU SAFE 양자협정 협상 진척도다. 캐나다 모델처럼 35% 천장이 풀리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한국항공우주(KAI)의 유럽 매출 노출도가 단계적으로 재평가된다.

SAFE 18개국 발주의 한국산 비중 공시다. 폴란드 437억 유로, 루마니아 167억 유로 가운데 K-방산이 차지하는 실제 비중과 한화에어로 루마니아 공장의 '현지화율 80%' 달성 여부가 판가름의 핵심 지표다.

③ 폴란드 나브로츠키 대통령의 SAFE 비준 결정과 EDIP 후속 입법(2028년 이후) 논의 여부다. '70% '이 영구화될지, 한국 같은 SDP 파트너에 완화 조항이 들어갈지가 K-방산 5년 성장률의 갈림길이다.

유럽 시장은 한국 방산이 미국·중동 다음으로 가장 빠르게 커지는 무대지만, 'EU 법인·EU 일자리·EU 부품'이 없으면 매출은 열려 있어도 이익은 닫히는 구조가 됐다. 단순 수출이 아니라 유럽 안에서 같이 만들고 같이 파는 모델로 갈아타는 속도가 K-방산의 다음 사이클을 결정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