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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륨값 2배 폭등, 반도체 공급망 비상… 'K-칩' 재고 6개월이 승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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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륨값 2배 폭등, 반도체 공급망 비상… 'K-칩' 재고 6개월이 승부처

중동발 공급난에 스팟 가격 1200달러 돌파… 에어프로덕츠·엑손모빌 반사이익 전망
국내 업계 "단기 영향 제한적"이나 장기화 시 원가 압박 및 생산 차질 불가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도체 제조의 핵심 소재인 '헬륨(He)' 공급망을 정조준했다. 반도체 웨이퍼 식각 공정에서 온도 조절을 담당하는 필수 가스인 헬륨 가격이 최근 2배 이상 치솟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공급망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도체 제조의 핵심 소재인 '헬륨(He)' 공급망을 정조준했다. 반도체 웨이퍼 식각 공정에서 온도 조절을 담당하는 필수 가스인 헬륨 가격이 최근 2배 이상 치솟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공급망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미지=제미나이3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도체 제조의 핵심 소재인 '헬륨(He)' 공급망을 정조준했다. 반도체 웨이퍼 식각 공정에서 온도 조절을 담당하는 필수 가스인 헬륨 가격이 최근 2배 이상 치솟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공급망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배런스(Barron’s)는 지난달 29(현지시간) 중동 분쟁으로 전 세계 헬륨 공급의 약 3분의 1이 차단되면서 1000입방피트(mcf)500달러(73만 원) 선이던 헬륨 현물(스팟) 가격이 1000~1200달러(147~176만 원)까지 폭등했다고 보도했다. 20264월 현재,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가스 확보를 위해 '무한 가격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글로벌 헬륨 공급망 현황 및 영향.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헬륨 공급망 현황 및 영향.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용오름하는 헬륨값… "반도체 생산 원가 상승 직격탄"


헬륨은 반도체 미세 공정에서 실리콘 웨이퍼를 식각(Etching)할 때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냉각제 역할을 한다.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지만 중동과 북미 등 극소수 지역에서 천연가스 채굴 시 부산물로만 얻을 수 있어 공급 탄력성이 극히 낮다.

서던캐리포니아대학교(USC) 마셜 경영대학원의 닉 비야스 교수는 "헬륨 공급망은 한 번 무너지면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시장이 재균형을 찾는 데만 최소 6개월에서 18개월이 소요되며, 완전한 정상화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이 재개되더라도 특수 컨테이너 재배치와 액화 설비 재가동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 분석에 따르면, 헬륨 현물 가격은 최악의 경우 평시 대비 200%까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장기 계약 가격 역시 갱신 시점에서 20~40%가량 인상될 것으로 보여, 칩 제조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삼성·SK하이닉스 '재고 6개월' 버티기… 북미 생산 거점은 미소


한국 반도체 업계의 상황은 긴박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체 헬륨 물량의 상당 부분을 카타르 라스라판(Ras Laffan) 시설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최근 해당 시설이 미사일 공격으로 불가항력을 선언하면서 공급 통로가 막혔다.

다행히 국내 기업들의 대응 여력은 아직 남아 있다.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는 약 4~6개월치 헬륨 재고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지난 3"카타르발 공급 중단이 3개월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면 생산에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이번 사태로 웃는 기업들도 있다. 자체 광산을 보유하거나 공급망을 다변화한 북미 기반 기업들이다.

에어프로덕츠(APD)는 헬륨 운송용 특수 컨테이너(ISO탱크) 세계 1위 생산력을 보유해 물류난 속에서도 독보적인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엑손모빌(XOM)도 전 세계 헬륨 공급량의 20%를 점유하며, 와이오밍주 라바지(LaBarge) 시설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UBS는 헬륨 가격이 100달러(147400) 오를 때마다 엑손모빌의 EBITDA(상당 영업이익)가 약 11900만 달러(1754억 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3가지 체크포인트


헬륨발 반도체 위기는 단순한 원가 상승 문제를 넘어 공급망의 '안보화'를 가속하고 있다. 시자 참여자들은 다음 세 가지 지표를 통해 향후 시장 방향성을 읽어야 한다.

첫째, 호르무즈 해협 통행 재개 여부다. 카타르산 헬륨의 주요 수출 경로인 만큼, 물리적 통행 재개 시점이 공급난 해소의 1차 분수령이다.

둘째, 산업용 가스 기업의 계약 단가 인상 폭이다. 에어프로덕츠나 린데(Linde) 같은 유통사가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진행하는 계약 갱신 조건은 곧 칩 제조사들의 영업이익률 하락폭과 직결된다.

셋째, 대체 공급망 확보 속도다. 러시아(아무르 시설)나 미국 내 신규 광산의 가동 속도가 중동 공백을 얼마나 빨리 메우는지가 관건이다.

이번 헬륨 쇼크는 고도화된 반도체 제조 공정이 얼마나 미세한 소재 공급망의 변화에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자원 안보'를 확보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격차는 이번 공급망 대란을 기점으로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 역시 카타르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호주 등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중동 전략'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