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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어디까지 오르나"… 트럼프 '이란 봉쇄'에 한국 경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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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어디까지 오르나"… 트럼프 '이란 봉쇄'에 한국 경제 비상

호르무즈 '통행료 금지'에 물류 마비… 캘리포니아 경유 7.5달러 '사상 최고'
사우디·러시아 '서류상 증산' 속수무책… 한국 경상수지 직격탄 우려
오늘 밤 이란 협상안이 분수령… 유가 폭락 시나리오와 투자자 체크포인트 3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약 17만 7000원) 선을 넘나드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며 한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약 17만 7000원) 선을 넘나드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며 한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미지=제미나이3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177000) 선을 넘나드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며 한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1(현지시각) 브렌트유 6월물 선물 가격은 한때 배럴당 126달러(185800)까지 치솟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을 상대로 전례 없는 강도의 에너지 봉쇄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중동발 공급망 마비 공포가 실물 경제를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 1(현지시각) 오일프라이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시장의 시선은 파키스탄 중재자를 통해 백악관에 전달된 이란의 최신 협상안에 쏠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는 '60일 시한'이 다가오면서, 시장에서는 '적대 행위의 종식'을 기대하는 낙관론과 '시한 재설정을 통한 재공격'을 점치는 회의론이 팽팽하게 맞선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수급 불균형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질서의 판도를 바꿀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지불 금지'… 글로벌 물류 대동맥 끊기나


미국 재무부는 최근 전 세계 해운사들에게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내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지불 수단이 법정화폐든 가상자산이든 상관없이 테헤란의 자금줄을 완전히 끊겠다는 의도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지나는 해협의 기능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조치다.

이 여파로 물류비용은 즉각 폭등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6.144달러(9000)를 넘어섰고, 디젤 가격은 7.5달러(11000)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해운 지수 제공업체인 발틱 거래소는 해협 폐쇄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머큐리아 등 상품거래소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등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이라크는 '호르무즈 리스크' 우회를 위해 15억 달러(22100억 원)를 투입, 바스라와 하디타를 잇는 하루 250만 배럴 규모 송유관 건설에 착수하며 독자 생존로 확보에 나섰다.

OPEC+ 증산은 '명목상'… 미국 전략비축유 9250만 배럴 방출로 맞불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포함한 OPEC+ 7개국은 오는 6월까지 하루 188000배럴의 증산을 예고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아랍에미리트(UAE)의 탈퇴 조짐과 실제 증산 능력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를 '서류상 증산'으로 평가절하한다.

이에 대응해 트럼프 행정부는 전략비축유(SPR) 카드를 꺼냈다. 6월부터 8월까지 총 9250만 배럴을 방출해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공급 효과를 내겠다는 계산이다. 리비아 역시 미국 셰브론(Chevron)과 손잡고 셰일 가스 탐사에 나서며 공급 다변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세로 투압세 정유 시설 등 주요 에너지 인프라가 연이어 타격받으며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원유시장의 혼돈과 달리 천연가스 가격은 온화한 날씨와 공급 과잉으로 루이지애나 헨리 허브 기준 2.77달러/MMBtu까지 떨어지며 에너지원별 '디커플링'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하반기 '에너지 안보'가 한국 수출 운명 가른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계는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고유가는 경상수지 악화와 제조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수출 경쟁력을 갉아먹는 치명적인 변수다.

향후 시장 참여자들이 주목해야 할 체크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이란의 60일 시한 종료 시점인 6월 말 미국의 추가 군사 행동 여부다.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 승인 없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는 '전쟁권한법(War Powers Act)'60일 시한은 6월 말 종료된다. 현재 이란의 협상안이 전달되며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나, 미군 통수권자가 시한 재설정을 명분으로 재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는 법적 한계를 우회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되며, 6월 말 추가 군사 행동 여부가 국제 유가의 향방을 결정할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둘째, UAEOPEC+ 최종 탈퇴 및 실제 생산량 변화 추이다.

셋째, 중국의 정유 제품 수출 금지 조치 완화에 따른 아시아 시장 공급량 회복 속도다. 중국 정부가 지난 3월 시행한 정유 제품 수출 금지 조치를 완화하고 호주산 중질유 구매업체와의 접촉을 허용하면서 아시아 시장 내 항공유 등 공급망 회복에 청신호가 켜졌다. 실제 수출 승인이 재개될 경우 2026년 하반기 아시아 역내 공급 부족 해소와 유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중국 정유업체의 수출 쿼터 확대 속도가 역내 에너지 물가 안정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2026년 하반기 글로벌 원유시장은 '미국의 공급 통제력''중동의 지정학적 결단' 사이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될 것이다. 고유가 장기화 시나리오에 대비한 국내 산업계의 에너지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정부의 비축유 관리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