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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줄’에 뚫린 수조원 방어망… K-방산, ‘우크라이나식 가성비 위협’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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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줄’에 뚫린 수조원 방어망… K-방산, ‘우크라이나식 가성비 위협’ 대비해야

전장 뒤흔드는 1000달러 ‘종이 드론’의 역습
골판지 스텔스부터 전자전 무력화하는 광섬유 유도까지 초저가 무기 확산
고성능·고비용 방어체계 한계… 레이저 요격 등 ‘실용적 안보’ 전환 서둘러야
일본 방위성은 최근 스타트업 ‘에어 카무이(Air Kamui)’가 개발한 골판지 소재 무인 비행 표적기를 공개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SNS를 통해 이 드론을 자위대의 실전 훈련에 즉시 투입할 것임을 공식화했다. 사진=일본 방위성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방위성은 최근 스타트업 ‘에어 카무이(Air Kamui)’가 개발한 골판지 소재 무인 비행 표적기를 공개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SNS를 통해 이 드론을 자위대의 실전 훈련에 즉시 투입할 것임을 공식화했다. 사진=일본 방위성
수조 원을 투입한 첨단 미사일 방어 체계가 단돈 수백 달러짜리 종이비행기낚싯줄 드론앞에서 무력해지는 기술 역설이 현실화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장의 패러다임이 고성능·고비용에서 물량 위주·초저비용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방공 시스템을 자부하던 선진국들은 물론 K-방산 역시 근본적인 안보 위협에 직면했다.

최근 글로벌 전장에서는 골판지와 광섬유를 활용한 이른바 비대칭 가성비 드론이 정규군의 촘촘한 방어망을 유유히 뚫어내며 충격을 주고 있다. 폴란드와 일본은 이미 골판지 무인기를 도입해 훈련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시작했고, 중동의 헤즈볼라는 광섬유 유도 드론으로 이스라엘의 난공불락 전자전 방벽을 무력화했다.

저가형 드론 vs 첨단 방공 시스템 비교.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저가형 드론 vs 첨단 방공 시스템 비교. 도표=글로벌이코노믹


레이더 피하는 골판지의 경고, 2000달러로 구현한 스텔스


소모성 무기의 부상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전술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지난 1(현지시각) 폴란드 군사 전문지 지비암(ZBIAM)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최근 스타트업 에어 카무이(Air Kamui)’가 개발한 골판지 소재 무인 비행 표적기를 공개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SNS를 통해 이 드론을 자위대의 실전 훈련에 즉시 투입할 것임을 공식화했다.

골판지 드론의 가장 큰 경쟁력은 파격적 경제성이다. 전문가들은 단순 훈련용 표적기의 제작 비용을 최소 500달러에서 최대 2000달러(73~295만 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이는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기존 복합소재 표적기에 비하면 제작 비용이 수십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진짜 위협은 가격이 아닌 소재의 특성에서 나온다. 골판지는 종이 재질 특성상 레이더 전파를 대부분 흡수하거나 투과시켜 레이더 반사 면적(RCS)을 극도로 낮춘다. 사실상 초저가 스텔스기능을 발휘하는 셈이다. 대량 생산이 용이하고 환경 오염 걱정이 없는 생분해성 소재라는 점도 소모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게 한다. 고가의 장비를 아끼느라 소극적이었던 대공 방어 훈련을 상시화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전자전 무력화하는 유선의 역설… 수억 원 미사일 허탈


전투 현장에서는 더욱 치명적인 아날로그 기술이 첨단 방어망을 농락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신도뉴스(SINDONEWS)2(현지시각)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광섬유 드론이 이스라엘 군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드론의 핵심은 무선 신호가 아닌, 기체에 연결된 수십 킬로미터 길이의 얇은 광섬유 케이블(마치 낚싯줄과 같은 유선)을 통해 조종 신호와 영상을 주고받는다는 점이다. 이는 현대전의 핵심 방어 수단인 GPS 교란(Jamming)과 전자전 탐지 시스템을 통째로 우회한다. 전파를 방출하지 않아 위치 추적이 불가능하며, 물리적인 케이블 연결로 적의 강력한 전파 방해 속에서도 실시간 고화질 영상을 전송하며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특히 충격적인 점은 비용의 비대칭성이다. 이 드론은 알리익스프레스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범용 부품을 조합해 수백 달러면 제작할 수 있다. 반면, 이를 막기 위해 발사되는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Iron Dome) 요격 미사일 한 발의 비용은 수억 원에 달한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아리에 아비람 전문가는 이스라엘 군이 이러한 저기술(Low-tech) 폭발물에 대한 대응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K-방산, ‘비대칭 가성비위협 대응 3대 과제


최근 전장에서는 골판지와 광섬유를 활용한 초저가 비대칭 드론이 첨단 방어망을 무력화하며 패러다임을 흔들고 있다. 이에 우리 군과 방산 업계가 직면한 실용적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3대 핵심 과제를 짚어본다.

첫째, 안티 드론 체계의 경제성확보가 시급하다. 수백만 원짜리 드론을 막기 위해 수억 원의 요격 미사일을 발사하는 비대칭적 비용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1발당 수천만 원 수준으로 요격이 가능한 레이저 유도무기(아이언 빔 등)의 양산 속도를 높이고, 물리적 포획망 등 저비용 요격 수단을 빠르게 전력화해야 한다.

둘째, 민간의 혁신 기술을 군사적으로 신속하게 전용(Dual-use)해야 한다. 일본의 골판지 드론 사례처럼 스타트업의 신소재나 AI 기술을 국방 체계에 즉시 이식할 수 있도록 군 조달 시스템의 유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셋째, 전자전 한계 시나리오를 재구축해야 한다. 헤즈볼라의 광섬유 드론처럼 무선 통신이 완전히 차단된 유선 유도나 자율 주행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방어 논리가 필요하다. 광섬유 드론 탐지 기술과 AI 기반 자율 요격 알고리즘 개발이 핵심 지표가 될 것이다.

화려한 스펙너머 실용적 안보로 시야 넓혀야


이러한 글로벌 전장의 변화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방공 시스템과 전자전 능력을 보유한 우리 군과 방산 업계에 엄중한 경고장을 날린다. 북한 역시 저가형 드론과 비대칭 무기 체계 고도화에 집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는 위에 제시된 3대 과제를 즉시 점검해야 한다.

우선, 수억 원의 미사일 대신 레이저나 전파 방해를 넘어선 물리적 포획망 등 저비용 요격 체계의 전력화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또한, 일본의 사례처럼 민간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을 국방 체계에 빠르게 이식하는 유연한 조달 시스템이 작동하는지 살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선 통신이 완전히 차단된 환경에서 작동하는 유선 유도 무기나 자율 주행 공격 체계에 대한 방어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

첨단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오히려 아날로그적 발상이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기술 역설은 앞으로 더 심화할 것이다. 대한민국 안보 전략도 이제는 화려한 수펙(Spec) 경쟁을 넘어, 가장 낮은 곳에서 오는 가장 저렴한 위협을 가장 효율적으로 막아내는 실용적 안보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