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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아프리카 제조 거점화 가속… ‘탈(脫)수출’형 공급망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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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아프리카 제조 거점화 가속… ‘탈(脫)수출’형 공급망 재편

대아프리카 제조업 투자 123억 달러 돌파… 현지 시장 공략형 거점으로 변모
국내 산업계, 중국발 아프리카산 저가 공세 및 원자재 공급망 영향 주시해야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개막식 참석한 시진핑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개막식 참석한 시진핑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
중국 제조업체들이 자국 내 경기 침체와 글로벌 무역 장벽을 돌파하기 위해 아프리카를 단순한 자원 공급처가 아닌 전략적 제조 기지로 탈바꿈시키며 글로벌 공급망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CNBC 인도네시아 리서치의 보도 및 FDI 마켓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아프리카 제조업 투자(FDI)는 지난 2025년 한 해 동안 123억 달러(약 18조 870억 원)에 이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의 투자 합계액을 넘어선 규모로, 중국이 아프리카 내수 시장을 선점해 서방의 관세 장벽을 우회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세계의 공장' 중국, 아프리카 현지 생산 체제로 전환
과거 아프리카는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중국을 대체할 '차세대 수출 기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에티오피아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지난 2017년 6%에서 2024년 4.4%로 하락했으며, 서브사하라 지역 전체의 제조업 비중 역시 1981년 18%에서 지난해 10%까지 뒷걸음질 쳤다.

이러한 아프리카 제조업의 공백을 파고든 것이 중국 기업들이다. 태양광 전문 기업 '주아 파워(Jua Power)'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기업은 중국 본토 내 수익성 악화와 가격 경쟁을 피해 지난 2025년 3월 케냐 타투 시티(Tatu City) 경제자유구역에 첫 해외 생산 시설을 구축했다.

현재 케냐 타투 시티 운영 측은 주아 파워를 포함해 태양광, 유리 제작 등 1000여 개가 넘는 중국 기업과 입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는 중국 자본이 아프리카의 산업 지도를 직접 그려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출'보다 '현지 선점'… 4배 높은 가격에 '블루오션' 공략


중국 기업들이 아프리카로 몰리는 배경에는 자국 시장의 포화와 압도적인 수익성 차이가 있다. 중국 내부에서는 시멘트, 강철,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 주요 품목의 공급 과잉으로 이익률이 급감한 상태다.

반면 아프리카 현지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격은 중국 본토보다 3~4배가량 높게 형성되어 있다. 국제금융센터와 시장 분석 기관들의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20개국 중 12개국이 아프리카에 집중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이제 아프리카를 서방 국가로 가기 위한 경유지가 아니라, 그 자체로 거대한 독립 소비 시장이자 역내 생산 거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이들은 미국이나 유럽의 관세 보복을 피하는 동시에 아프리카 역내 자유무역협정을 활용해 현지 수요를 독식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무역 불균형 심화와 공급망 예속화 우려


중국의 공격적인 확장은 아프리카 경제에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안기고 있다. 지난해 아프리카의 대중국 무역 적자는 전년 대비 65% 급증한 1020억 달러(약 149조 9910억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아프리카산 수입품 거의 전 품목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부여하며 '상생'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는 주로 농산물에 국한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여전히 원자재와 핵심 부품을 중국 본토에서 조달하는 구조여서 아프리카 산업의 '중국 예속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외국 자본 유입 시 기술 이전과 현지 공급망 협력을 의무화하는 강력한 산업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프리카는 중국의 재고를 소진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시장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발 '차이나 공급망'이 한국에 주는 경고


중국 제조업의 아프리카 이전은 한국 산업계에도 가볍지 않은 파장을 던진다.

첫째, 아프리카 시장 내 우리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가전, 건설기계 등 우리 주력 품목들이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춘 중국 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

둘째, '메이드 인 아프리카'를 입은 중국산 제품이 글로벌 시장으로 흘러나올 때 발생하는 공급망 교란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중국이 아프리카를 자국 경제권의 연장선으로 편입시키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정부와 기업은 아프리카를 단순한 자원 확보처로만 볼 것이 아니라, 중국의 '역외 제조 거점' 전략에 대응할 수 있는 정교한 민관 합동 진출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