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산 원유 수송 차단 카드로 중국 압박… 세계 원유 20% 지나는 해협, 전쟁과 무역의‘분수령’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재편 속 미·중 무역 협상 향방 주목… 반도체·농산물·항공기 빅딜 가능성도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재편 속 미·중 무역 협상 향방 주목… 반도체·농산물·항공기 빅딜 가능성도
이미지 확대보기회담 결과는 글로벌 원유 가격과 중동 정세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만남은 트럼프 대통령의 2017년 방중 이후 약 9년 만에 이뤄진 첫 중국 방문이다. 이 내용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호르무즈 봉쇄, 시진핑 만난 트럼프의 최대 패
시진핑 주석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협력하면 함께 얻고, 대립하면 함께 잃는다"며 "경쟁 상대가 아닌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받아 "미·중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며 "이번 기업인 대표단은 중국과 무역·사업을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 완전히 상호 호혜적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회담 의제에서 가장 무거운 쟁점은 이란 문제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겨냥해 이란산 원유의 해상 수송을 차단하는 봉쇄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이란이 수출하는 원유의 80% 이상을 사들이는 최대 구매국으로, 워싱턴은 베이징이 테헤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도록 압박할 것을 요구해왔다.
스팀슨센터의 국가안보개혁 프로그램 선임연구원 댄 그레이지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이란을 압박해 협상 타결을 이끌어내도록 협조를 요청할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란 군부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이 원유 수출보다 더 큰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이 좁은 수로를 통해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오간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등 이란의 주변 산유국에서 생산된 원유도 이 해협을 거쳐 유럽·아시아로 공급된다.
위키백과 인용 자료에 따르면 2026년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합동 공습으로 촉발된 이번 위기로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던 해협의 선박 통행이 사실상 마비됐으며, 바클리스·골드만삭스 등 주요 금융기관 분석가들은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흐름이 지속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위기는 중국 경제에도 직접적 타격이다.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전체 원유 수입량의 절반가량을 중동에서 들여오고 있어, 해협 봉쇄로 인한 상업 선박 피격·지연 리스크가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무역 빅딜·반도체, 속내 다른 양국의 협상 테이블
이란 문제와 더불어 무역도 핵심 현안이다. 워싱턴은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보잉 항공기·콩 등을 대거 사들이도록 하는 구매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베이징은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 완화와 칩 제조 기술 접근 제한 조치 철폐를 미국에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던대학교 국제관계학 부교수 살바도르 산티노 레힐메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무역 이슈는 정치적으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트럼프에게는 특히 유권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경쟁을 설명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더 깊은 갈등은 위계질서, 정당성, 세계 질서의 미래 구도를 둘러싼 것"이라고 분석했다.
회담에는 일론 머스크, 젠슨 황(엔비디아 최고경영자) 등 미국의 거물 기업인들이 동행해 경제적 협력의 신호를 보내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미국이 경제와 이란 문제에 집중하는 한편, 중국은 대만 관련 안정적 입장 확보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지타운대학교 맥도너 경영대학원 전략·경제학 교수 아서 동은 "이번 정상회담의 판돈은 유례없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 전쟁에 시선을 뺏긴 사이 태평양에서의 취약성이 커졌고, 중국이 이를 노릴 최적의 타이밍일 수 있다"며 대만 문제도 테이블 밑에 깔려있음을 시사했다.
9년 만의 방중, 미·중 관계 반등의 계기 될까
이번 회담이 열리기 전 이란 외무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했고, 회담 직후에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중국 방문도 예정돼 있다.
중동·러시아와의 연쇄 외교를 소화하는 중국이 미국과의 협력에 어느 수준까지 동의할지가 관건이다. 시진핑 주석이 '경쟁'이 아닌 '동반자'를 강조한 만큼, 양측이 일부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그러나 반도체 규제, 대만 문제, 이란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 차이는 단숨에 좁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 안팎에서는 이번 정상회담 결과가 국제 원유 가격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수입하는 원유가 전체 수입량의 95%에 이르는 한국으로서도 이번 회담의 결과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