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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NBP '골드 러시', 700톤 보유 목표로 유럽 금융 주권 굳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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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NBP '골드 러시', 700톤 보유 목표로 유럽 금융 주권 굳힌다

NBP, 10년 새 금 보유량 40배 급증... 글로벌 '톱 10' 진입 눈앞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 차원 '안전자산' 확보... 한국 외환보유 전략에도 시사점
금 비중 30% 상향 조정하며 '금융 방벽' 구축... 유로존 내 위상 강화 전망
골드바.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골드바.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각) 폴란드 경제 전문 매체 뱅키어(Bankier.pl) 보도와 세계금위원회(WGC) 자료를 종합하면, 폴란드 중앙은행(NBP)이 아담 글라핀스키(Adam Glapiński) 총재의 지휘 아래 공격적인 금 매입을 이어가며 글로벌 금융 시장의 핵심 ‘큰 손’으로 부상했다.

체제 전환 초기 15톤에 불과했던 폴란드의 금 보유량은 올해 4월 말 기준 594톤까지 늘어났으며, 조만간 세계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는 700톤 체제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금 사냥꾼' 폴란드, 영국·스페인 제치고 세계 11위 등극


폴란드 국립은행(NBP)이 지난 20일 발표한 자산 운용 전략에 따르면, NBP는 기존의 금 보유 목표를 비율 중심에서 수량 중심으로 전환해 총 700톤의 금을 확보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는 2016년 글라핀스키 총재 취임 당시 약 103톤이었던 재고를 10년도 안 되어 7배 가까이 늘리겠다는 대담한 행보다.

실제로 NBP는 2023년 130톤, 2024년 90톤에 이어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02톤의 금을 사들였다. 이러한 공격적 행보는 수치로 입증된다.

현재 폴란드의 금 보유량(594톤)은 전통적인 금융 강국인 영국(310.3톤), 스페인(281.6톤)을 이미 멀찌감치 따돌린 수준이다. NBP가 목표로 한 700톤을 달성할 경우, 국제통화기금(IMF) 보유분을 제외하고 네덜란드(612.5톤)를 넘어 세계 10위 금 보유국 지위에 오르게 된다.

금값이 2016년 온스당 약 5000즈워티에서 올해 1월 2만 즈워티를 돌파하며 4배 이상 폭등한 점을 고려하면, NBP의 선제적 매입은 단순한 자산 확보를 넘어 막대한 평가 이익을 안겨준 전략적 승부수로 평가받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당긴 방어기제... "금은 최후의 금융 보루"

폴란드가 이토록 금에 집착하는 배경에는 인접국인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글라핀스키 NBP 총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스위스나 벨기에처럼 안전한 위치에 있지 않다"며 "위험한 국가와 국경을 맞댄 상황에서 금은 국가의 경제적 생존을 보장하는 '안전판'이자 '신뢰의 닻'"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폴란드의 행보를 달러 패권 약화와 다극화되는 국제 질서에 대비한 '통화 주권 선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며 제재로부터 자유로운 자산이기 때문이다.

NBP는 2019년 영국은행(BoE) 등에 보관하던 금 100톤을 본국 스카이프로 전격 회수하며 물리적 점유권 강화에도 나선 바 있다.

현지 금융 전문가들은 이러한 NBP의 움직임이 단순히 양적 팽창에 그치지 않고, 외환보유액 내 금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려 폴란드 즈워티(PLN)화의 대외 신인도를 높이는 효과를 낸다고 분석한다.

이는 향후 유로화 도입 압박 속에서도 독자적인 통화정책 재량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전통적 자산 배분의 역설... 한국 등 신흥국에 던지는 묵직한 질문


과거 1990년대 말 영국과 스위스 등 서구 중앙은행들이 금을 '수익성 없는 구시대 유물'로 치부하며 매각할 때, 폴란드는 오히려 매집에 나섰다. 이러한 '역발상 투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의 가치가 재조명받으면서 빛을 발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NBP의 성공 사례가 한국은행을 포함한 여타 신흥국 중앙은행들에게 자산 배분 전략의 전환점을 시사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달러화 자산 편중도가 높은 국가들 사이에서 '금의 귀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는 분위기다.

다만, 단기간에 집중된 매입에 따른 평균 단가 상승과 향후 금리 변동성에 따른 기회비용 발생은 NBP가 마주한 현실적인 제약으로 지적된다.

바르샤바 대학의 한 경제학 교수는 "금은 위기 시 최고의 방패지만, 현금 흐름이 없는 자산인 만큼 적정 비중 유지와 매입 시점 분산이 향후 리스크 관리의 핵심 노릇을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폴란드의 금 확보 전략은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안보의 연장선'이다. 1000조 원(2조 즈워티)을 넘어선 폴란드의 외환보유액이 금이라는 실물 자산으로 뒷받침되면서, 동유럽의 경제 맹주를 넘어 유럽 전체의 금융 질서를 재편하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