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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앤스로·엔파워 로봇·AI 배터리 동맹…750MWh 규모 자체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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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앤스로·엔파워 로봇·AI 배터리 동맹…750MWh 규모 자체 생산

차세대 전해질·파우치 셀 결합해 에너지 밀도 350Wh/kg 돌파
방산·무인기 시장 정조준…미국 배터리 공급망 자립 가속화
Anthro Energy와 EnPower가 미국 내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셀을 개발 및 제조하기 위해 협력하는 모습.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Anthro Energy와 EnPower가 미국 내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셀을 개발 및 제조하기 위해 협력하는 모습. 이미지=제미나이3
글로벌 인공지능(AI)과 로봇산업이 팽창하는 가운데, 미국 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중국 중심의 공급망을 벗어나 자국 내 생태계 구축에 승부수를 던졌다.

14일(현지시각) 기술 전문 매체 '더 로봇 리포트'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차세대 배터리 기업 앤스로 에너지와 배터리 셀 제조사 엔파워가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 공동 개발과 대규모 자체 생산을 뼈대로 하는 장기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첨단 방산과 로보틱스 시장을 노린 두 회사의 만남은 쏠림 현상이 심했던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판도를 뒤흔들 변곡점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완전한 미국 내 수직계열화 도모
두 회사의 협력은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완전한 형태의 미국 내 수직계열화를 겨냥한다.

캘리포니아주 알라메다에 본사를 둔 앤스로 에너지는 고성능 폴리머 전해질 기술인 '프로테우스' 플랫폼을 얹고, 인디애나폴리스의 엔파워는 파우치 셀 설계와 양산 역량을 융합하는 방식이다.

양사는 켄터키주 루이빌에 들어설 앤스로 전해질 공장과 인디애나주의 엔파워 공장을 잇는 생산 라인을 세워 전기차 밖의 산업군에서는 미국 내 최대 규모인 750메가와트시(M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생산 품목은 고안전성 셀과 맞춤형 고출력 배터리로 나뉜다. 킬로그램당 350와트시(Wh/kg)를 웃도는 고안전성 셀은 차세대 전해질과 분리막 기술을 엮어 에너지 밀도를 대폭 끌어올렸다.

무인 비행체(드론)의 양력 유지나 AI 데이터센터의 무정전 전원 공급(UPS) 등에 들어가는 고출력 배터리 또한 최고 수준의 방전 능력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AI·방산 전력 갈증 해소와 한계 극복 여부


시장의 이목이 쏠리는 배경에는 급격하게 커지는 첨단 무인 무기체계와 로봇 시장의 전력 수요가 자리 잡고 있다.

관련 업계 통계를 보면 항공우주와 방산 분야의 AI·로봇 시장 규모는 지난해 269억 달러(약 40조 1697억 원)에서 올해 297억 달러(약 44조 원)로 10.5% 가량 커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무인기(UAV)와 무인잠수정(UUV) 등 임무 지속 시간이 생명인 최전선 장비들은 고성능 배터리를 다급하게 부르지만, 그동안 미국 내 공급 기반은 턱없이 모자랐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원자재 제련부터 셀 조립에 이르는 가치사슬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해온 탓에, 국가 안보와 직결된 방산용 전력원마저 위협받는다는 위기감이 시장 전반에 깔려 있었다.

데이비드 매캐닉 앤스로 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파트너십은 미국 제조업을 다시 세우고 차세대 에너지 저장 장치를 위한 국내 배터리 공급망을 엮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실의 장벽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아시아권의 싼 배터리와 맞붙어 가격 경쟁력을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을지, 초기 750MWh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AI 전력 수요를 온전히 감당할 수 있을지는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월가 일각에서는 양사가 상업화 일정과 제품 사양을 확정하는 본계약을 성공리에 마쳐야만 불확실성을 거둬낼 수 있다고 진단한다.

배터리 '메이드 인 USA' 안착의 촉매제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동맹이 첨단 산업의 심장인 배터리의 '메이드 인 USA' 시대를 앞당기는 기폭제로 기능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에이드리언 야오 엔파워 최고경영자는 "엔파워는 방산과 핵심 인프라 시장에 알맞은 국내 배터리 기술의 통합자로서 상용화를 빠르게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두 회사가 기술 장벽을 허물고 극한 환경에서도 견디는 맞춤형 파우치 셀을 온전히 양산한다면, 미국이 국방과 체화형 AI(Embodied AI) 기기 영역에서 굳건한 에너지 안보를 쥘 수 있다고 분석한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기회로 전기차 산업에만 쏠려 있던 북미 지역의 배터리 투자 자금이 다방면의 로봇과 AI 특수 배터리 시장으로 빠르게 흘러갈 것으로 해석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