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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S-III, 1만4000㎞ 항해 끝 캐나다 입항…잠수함 120조 수주전 '최후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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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S-III, 1만4000㎞ 항해 끝 캐나다 입항…잠수함 120조 수주전 '최후의 달'

한화오션 산업혜택 70조 원으로 상향·강훈식 방문 추진…6월 말 결판
독일, 피스토리우스 장관 5월 말 재방문·봄바르디에 협력 카드…70년 동맹 분수령
한국 해군 도산안창호급(KSS-III) 잠수함이 부산 인근 해역을 항해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제안한 이 잠수함은 3월 25일 진해기지를 출항해 1만4000㎞를 항해 중이며, 이달 말 캐나다 에스퀴몰트 해군기지에 입항해 6월 캐나다 해군과 합동훈련에 참가할 예정이다. 120조 원 규모 잠수함 사업의 최종 결정이 6월 말로 다가온 가운데, 한화오션의 첫 서방권 잠수함 수출 도전의 승패가 결정될 역사적 순간이 임박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한국 해군 도산안창호급(KSS-III) 잠수함이 부산 인근 해역을 항해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제안한 이 잠수함은 3월 25일 진해기지를 출항해 1만4000㎞를 항해 중이며, 이달 말 캐나다 에스퀴몰트 해군기지에 입항해 6월 캐나다 해군과 합동훈련에 참가할 예정이다. 120조 원 규모 잠수함 사업의 최종 결정이 6월 말로 다가온 가운데, 한화오션의 첫 서방권 잠수함 수출 도전의 승패가 결정될 역사적 순간이 임박했다. 사진=로이터

한국 잠수함이 1만4000㎞를 항해해 캐나다 서부 해안에 닻을 내리고, 독일 국방장관은 수주 결정을 목전에 두고 재차 오타와를 찾는다. 캐나다 역사상 최대 방산 사업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차세대 잠수함 12척 사업의 '마지막 한 달'이 시작됐다.

캐나다 유력지 글로브앤드메일(The Globe and Mail)은 13일(현지 시각) 한국 한화오션과 독일 TKMS가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 최종 수주를 위한 막판 공세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마크 카니 총리는 "2026년 2분기 말, 즉 6월 말까지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방산 분석가들은 전체 수명주기 비용 기준 사업 규모를 600억~1200억 캐나다달러(약 60조~120조 원)로 추산하며, 잠수함 획득 비용만 240억~300억 캐나다달러에 달할 것으로 본다.

KSS-III 5월 말 에스퀴몰트 입항·캐나다 승조원 승선…'실전 체험 마케팅'


경쟁 구도는 완전히 압축됐다. 한화오션은 한국 해군 최신 잠수함 KSS-III Batch-II를, TKMS는 독일·노르웨이 공동 개발 Type 212CD를 내세우고 있으며 두 모델 모두 디젤전기 추진 방식이다.
한국의 행보는 전례 없이 공격적이다. 한국 해군 도산안창호함(KSS-III)은 지난 3월 25일 진해기지를 출항해 1만4000㎞를 항해 중이며, 이달 말 캐나다 빅토리아 에스퀴몰트 해군기지(CFB Esquimalt)에 도착한 뒤 6월 캐나다 해군과 합동훈련에 참가할 예정이다. 항해 중인 5월 7일 하와이 기항 시에는 캐나다 해군 잠수함 승조원 2명을 직접 승선시켰다. 실물 잠수함을 1만4000㎞나 직접 끌고 와 캐나다 해군 인원이 내부를 체험하게 하는 이 방식은 사실상 전례 없는 '항해형 실전 마케팅'으로 평가된다.

외교 총력전도 펼쳐지고 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은 수주 결정 전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할 가능성이 있는 고위급 정부 사절단을 캐나다에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외신은 전했다. 한화오션은 최종 수정 제안서에서 캐나다 경제효과 약속 규모를 기존 600억 달러에서 700억 캐나다달러(약 70조 원)로 끌어올렸으며, 캐나다 자동차 부품과 현지 노동력을 활용한 군용·산업용 차량 현지 생산 방안도 새로 추가했다.

피스토리우스 5월 말 재방문·봄바르디에 협력…"단순 조달 아닌 주권 파트너십"


독일 역시 외교·산업 양면에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5월 말 CANSEC 방산 전시회**가 열리는 오타와를 재방문한다. 지난해 방문에 이은 두 번째로, 최종 결정을 목전에 둔 시점의 방문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이달 초에는 독일 부총리 겸 재무장관 라르스 클링바일(Lars Klingbeil)이 직접 캐나다를 찾아 TKMS 제안을 홍보했다. TKMS는 캐나다 봄바르디에(Bombardier)와의 협력을 포함한 산업 패키지를 구성하고 있으며, 닐스 바이어(Nils Beyer) TKMS 대변인은 "이번 제안은 전통적 조달 모델을 넘어 캐나다의 장기 주권과 역량 목표를 지원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앞으로 수 주 안에 독일-노르웨이 잠수함 사업 관련 추가 산업 혜택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이 단순 무기 계약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는 여럿이다. 캐나다는 냉전 시절인 1960년대 이후 단 한 번도 새 잠수함을 발주한 적이 없으며, 12척을 한꺼번에 발주하는 것 역시 역사상 처음이다. 현재 보유 중인 중고 잠수함 4척 가운데 실제 작전 가능한 것은 단 1척뿐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압박이 캐나다의 대미 의존도 축소와 유럽·아시아 전략 관계 강화 필요성을 부각시킨 것도 이번 사업의 지정학적 맥락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수주 경험 측면에서 독일 TKMS는 수십 개국 해군에 잠수함을 공급한 압도적 수출 이력을 자랑한다. 반면 한화오션의 해외 잠수함 수출 실적은 인도네시아가 유일하며, 캐나다가 수주를 주면 첫 서방권 잠수함 수출 사례가 된다. 그러나 한국은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기준 2020~2024년 세계 10대 방산 수출국에 오른 신흥 방산 강국으로, K9 자주포·천무·FA-50 등으로 나토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왔다. 한국 정부는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진입을 국가 목표로 공식 제시한 상태다. 이번 계약은 어느 쪽이 가져가든 향후 70년 가까이 이어지는 전략·산업 동맹을 뜻한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