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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공격 전격 보류…"2~3일 내 핵 포기 안 하면 즉각 전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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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공격 전격 보류…"2~3일 내 핵 포기 안 하면 즉각 전면전"

호르무즈 해협 봉쇄 80일째, 브렌트유 배럴당 107달러 고공 행진…글로벌 원유 재고 사상 최저 경보
걸프 3국 중재로 전쟁 일시 멈춤, 미·이란 핵 담판 시한 카운트다운 돌입
백악관 연회장 공사장에 취재진 부른 트럼프.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백악관 연회장 공사장에 취재진 부른 트럼프. 사진=연합뉴스.
AP·CBS뉴스·액시오스 등 주요 외신이 18일(현지시각) 일제히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로 예정했던 이란 재공격 계획을 전격 보류하면서 중동 전쟁이 다시 한번 외교전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기자들 앞에서 "나는 공격 명령을 내리기 한 시간 전까지 대기 상태였다"고 밝히며 "2~3일, 늦어도 이번 주말 안에 이란이 핵 포기를 수용하지 않으면 언제든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대규모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개전 80일째를 맞은 미·이란 전쟁은 핵 협상 타결 여부를 놓고 다시 살얼음판 위에 섰다.

걸프 3국 중재로 극적 공격 보류…호르무즈 봉쇄가 최대 변수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정상들이 공격 보류를 요청했으며 "진지한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액시오스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밤 제이디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 등 안보 수뇌부를 소집해 대이란 군사 옵션을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걸프 지도자들이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자국 석유 시설과 기간시설을 겨냥할 것을 우려해 트럼프를 설득했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발발 이후 사실상 봉쇄 상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3일 보고서에서 해협 봉쇄 이후 3~4월 세계 원유 재고가 하루 평균 400만 배럴씩 줄었다고 분석했다.

스위스 UBS 은행은 수요가 전달과 동일할 경우 이달 말 세계 원유 재고가 사상 최저 수준인 76억 배럴에 근접한다고 내다봤다.

브렌트유 선물은 18일 미국 시장에서 배럴당 112.1달러를 기록하는 등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19일 아시아 거래에서 급락해 109달러대로 내려앉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 보류를 발표한 이후에는 브렌트유가 108달러에서 111달러 사이를 오르내리며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냈다. 한국 코스피 지수는 장중 3% 이상 급락했다가 장 후반 일부 회복하는 등 아시아 증시도 혼조세를 보였다.

핵 포기 vs 협상 공방…봉합 불가능한 간극


미국과 이란 사이 협상 간극은 여전히 크다. 미국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완전폐기와 고농축 우라늄 이전, 탄도미사일 개발 포기, 역내 대리세력 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이 제출한 최근 종전안에는 핵 관련 내용이 빠진 채 호르무즈 해협 단계적 재개방 방안만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쓰레기 같은 제안"이라고 일축했다.

밴스 부통령은 19일 브리핑에서 "이란 지도부 안에서 균열이 보이고 이란의 협상 입장 자체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최고지도자가 있고 그 아래 수많은 관료들이 있는데 협상팀의 포지션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터키 하칸 피단 외무장관은 18일 베를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이란 협상의 당면 과제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지만 핵 문제가 핵심 의제로 남아 있다면서 "이란이 원칙적으로 핵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을 대가로, 어떤 순서로, 어떤 조건에서 줄 것인지가 문제"라고 짚었다.

이란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미국이 다시 공격하면 그 대응은 즉각적이고 비례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더 큰 보복 공격을 예고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광케이블에 대한 허가제 도입 가능성도 경고해 정보통신 인프라까지 전쟁의 인질로 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전망: 이번 주말이 분수령…글로벌 에너지 시장 촉각


영국 금융 플랫폼 트레이두의 니코스 차부라스 수석 시장 분석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트럼프는 협상을 선호한다고 거듭 강조했고 외교적 해법의 문을 열어 뒀다"면서도 "전문가들은 당장 유가가 진정되더라도 몇 주 안에 석유 재고가 고갈되며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외에는 해법이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 조기 종료에 강하게 매달리는 배경으로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거론된다. 하원 전체 435석과 상원 100석 가운데 35석이 선거 대상인 이번 중간선거 결과가 트럼프 행정부 후반기 국정 운영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도 파리에서 이란 갈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과 각국 재정 부담 가중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전쟁이 시작된 2월 28일 배럴당 70달러 선이던 국제유가는 지금 107~112달러 구간을 오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협상 시한인 이번 주말까지 미·이란 간 핵 담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없을 경우, 중동 전쟁은 다시 한번 군사적 충돌의 분수령을 맞게 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